'SO vs PP' 또 다른 갈등 발생 우려 증폭"5년간 동결, 20% 인상해야 vs "어려운 업계 상황 배려해야""중재 제대로 못했다"… 늦장 대응 나선 정부 행정력 도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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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중재에 나섰던 'CJ ENM-딜라이브'간 콘텐츠 사용료 합의가 결국 불발된 가운데, 사상 초유의 블랙아웃(채널송출 중단) 사태가 발생할까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또 다른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 PP(채널사용사업자)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중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과기정통부의 행정력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지난 9일 CJ ENM, 딜라이브 담당 임원들과 콘텐츠 사용료 관련 중재에 나섰지만,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서로 요구안이 상이해 접점을 찾지 못했고, 과기정통부는 양사와 협상을 지속 이어갈 것이란 입장이다.

    해당 이슈의 시작은 CJ ENM이 콘텐츠 사용료 인상을 요구하면서 촉발됐다. CJ ENM이 최근 5년간 콘텐츠 사용료를 동결했다며 20% 인상안을 IPTV, 케이블TV 업계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와중에 사용료 협상을 하는 '사후계약' 관행을, 협상 이후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전계약' 요구도 진행했다.

    대상 기업 절반은 해당 인상안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딜라이브를 포함한 일부 플랫폼 기업들은 관련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CJ ENM 측은 오는 17일 tvN과 OCN, 엠넷 등 총 13개 채널에 대한 송출 중단을 통보했다.

    딜라이브 측은 이미 프로그램 사용료 예산 중 25%를 CJ ENM에 지불하고 있으며, 케이블TV 가입자 감소세 속 콘텐츠 사용료를 과도하게 높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케이블TV 업계를 배려해 원만한 폭의 사용료 인상을 원한다는 것이다.

    개별 SO들까지 CJ ENM의 사용료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딜라이브를 거들기도 했다.

    전국개별SO발전연합회는 "최근 5년간 개별SO의 수신료 매출과 가입자 모두 감소했지만 SO는 수신료를 삭감하지 않고 보존함으로써 실효적으로는 인상을 해왔다"며 "CJ ENM은 서로 상생하고 함께 국난을 극복하는 대형콘텐츠 사업자로서의 리더십을 보여 주길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과기정통부가 중재의 뜻을 밝히기도 했지만, CJ ENM이 딜라이브에 채널송출 중단 사실을 가입자에게 미리 고지하라며 추가 공문을 보내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다.

    딜라이브는 "정부 및 관련기관이 중재를 모색하는 상황 속에서 CJ ENM은 채널이 중단된다는 내용을 시청자들에게 고지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며 "시청자의 피해가 없도록 정부의 중재 활동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에도 자막공지를 강요하는 있는 CJ ENM이 시청자 보호 의지가 있는지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선례로 'SO-PP'간 추가 갈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나 PP들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상황 속에서 이 같은 갈등이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CJ ENM의 엠넷, tvN 등 콘텐츠 채널들의 경쟁력이 몇 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는 평가다.

    더욱이 웨이브, 넷플릭스 등 국내외 OTT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PP들은 자신의 콘텐츠를 실을 수 있는 플랫폼이 늘었다. 그동안 정해진 플랫폼에 태우기 위해 저자세를 취했다면 이젠 자체 제작 역량을 기반으로 본인들이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는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중재에 나선 과기정통부의 행정력을 문제 삼는 여론도 적지 않다.

    물론 정부가 민간 기업 영역까지 일일히 나서 중재를 할 수는 없지만, 지난 3월부터 CJ ENM이 인상률 조정 등을 언급하며 딜라이브 등이 지속 반대 의견을 냈음에도 '송출중단' 이라는 문제까지 치닫자 부랴부랴 중재나서는 등 늦장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당초 어제 합의안을 기대했던 약 200만의 딜라이브 가입자들은 송출이 중단될 경우 그 피해를 떠 안을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사상 초유의 송출 중단 사태가 벌어진다면 과기정통부도 그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송출중단의 피해는 결국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만큼, 정부는 이번 사태를 잘 봉합시킨 후 콘텐츠 사용료 산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법제화해 이 같이 혼란이 다시는 일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