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 vs 국면전환용… 공공기관 지방이전 맞물려 논란 증폭3기 신도시 등 수도권과밀 조장… 참여정부 계승 아닌 역행 지적경실련 "파급력 큰 국가적 대사,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해선 안돼"
  • ▲ 세종시 어진동 세종국회의사당 이전 예정 부지로 알려진 부지.ⓒ연합뉴스
    ▲ 세종시 어진동 세종국회의사당 이전 예정 부지로 알려진 부지.ⓒ연합뉴스
    여당발 행정수도 이전론이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과 맞물리면서 국정 후반기 쟁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부동산정책 실패로 코너에 몰린 여당이 국면 전환용으로 꺼내 들었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24일 알려진 바로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가균형발전위원회로부터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관해 보고를 받았다. 균형발전위원회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346곳을 이전 대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정부 시절 시행했던 지방 혁신도시로의 공공기관 이전 시즌2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행정수도 완성하자" 촉발

    신호탄은 여당이 쏘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행정수도를 완성할 것을 제안한다"며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해야 서울·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면서 "행정수도 완성은 국토균형발전과 지역의 혁신성장을 위한 필수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여권발 행정수도·공공기관 이전이 느닷없이 튀어나온 근저에 잇단 부동산정책 실패와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을 물타기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22일 낸 입장문에서 "정부가 22번이나 '땜질식' 부동산 대책을 남발하고도 집값이 안 잡히자 무책임하게 행정수도 이전을 거론한다"면서 "정부·여당은 행정수도 이전 논의 전에 지금의 부동산 실책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정수도 이전과 공공기관 이전은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접근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는 의견이 많다. 문제는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나 논의 없이 여당이 정치적 꼼수로 이용한다는 점이다. 공공기관 이전의 경우 벌써 혁신도시 신규 지정을 추진하는 대전·충남이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는 것을 참작할 때 다가오는 대선을 의식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권 표심을 자극하려는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야권에서 여당발 행정수도 이전론에 맨 처음 찬성 의견을 낸 이는 충남을 지역구로 둔 미래통합당 정진석(5선) 의원이었다. 충청권에서 행정수도 이전 완성은 휘발성 강한 민감 사안이라는 방증인 셈이다.

    경실련은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수도권은 물론 국토 전체에 상당한 파급효과가 미치는 국가적 대사이자 국가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하기에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행정수도 이전은 필요하지만, 이를 빌미로 수도권 규제 완화를 묵인하거나 공급정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며 "수도권 규제를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 이후 행정수도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한 후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한 후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뉴시스
    ◇文정부, 참여정부 균형발전 정책 역행

    현 정부와 여당이 깊은 고민 없이 행정수도·공공기관 이전론에 불을 댕겼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 보인 여러 정책이 국토균형발전에 역행한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현 정부는 여러모로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를 계승한다고 밝혀왔으나 무관심한 수준을 넘어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경기 남양주·하남·과천, 인천 등에 건설하겠다는 3기 신도시 정책만 해도 서울 집값을 잡으려다 수도권 과밀만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2월 SK하이닉스의 새 반도체 복합단지 입지로 경기도 용인을 결정하면서 수도권 과밀억제를 위해 도입한 수도권 공장총량제를 어긴 것도 현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실현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토균형발전 무관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누리집에 공개한 추진실적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총 25회 본회의가 열렸으나,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한 적은 한 번도 없다. MB(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업무보고 등을 통해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한 기록이 있으나 문 대통령은 한 번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참여정부 시절 총 72회 본회의가 열려 노 전 대통령이 29회 참석한 것과 비교된다.

    문재인 정부의 즉흥적 아마추어리즘을 꼬집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발표한 대규모 국책사업인 한국판 뉴딜 정책이나 행정수도 이전 같은 국가적 대사를 집권 후반기 들어 뜬금없이 내놓는 것 자체가 설익은 국정운영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 ▲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연합뉴스
    ▲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연합뉴스
    ◇與 "끝장 본다" vs 野 "철회해야"

    민주당은 행정수도 이전론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김 원내대표는 23일 정책조정회의에서 "행정수도 완성이 공론화된 이상 끝을 보겠다"며 "당내에 우원식 전 원내대표를 단장으로 하는 행정수도완성추진기획반(TF)을 구성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여권의 행정수도 이전론을 비난하며 철회를 요구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비대위 회의에서 "부동산 투기 대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니 내놓은 제안이 수도를 세종시로 옮기겠다는 얘기"라며 "과연 이것이 정상적인 정부 정책으로 내놓을 수 있는 것이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비수도권 14개 시·도 단체장과 국회의원 등이 참여하는 지역균형발전협의체 공동회장을 지냈던 주호영 원내대표는 "수도권 집값을 못 잡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등에 관한 관심을 돌리려고 느닷없이 행정수도 이전을 꺼낸 것"이라며 "국민이 민주당의 속셈을 모를 리가 없다"고 말했다.
  • ▲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왼쪽)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연합뉴스
    ▲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왼쪽)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