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꿈꿨지만 서울-세종 오가며 비효율만 키워 … 국감 땐 아예 여의도 상주與 "국회 완전 이전해 세종을 정치·행정수도로" … 균형발전·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외교·국방 부처와 대통령 집무실, 사법부도 옮길 필요성 제기 … 여·야·정 머리 맞대야與 구체적 로드맵 제시하고 野 국가적 대사에 동참해 대한민국 제2 도약의 상징 삼아야
  • ▲ 국민의힘 총선 공약 발표.ⓒ연합뉴스
    ▲ 국민의힘 총선 공약 발표.ⓒ연합뉴스
    "여의도(국회)에 볼 일이 많은 데 오송에서 KTX를 타고 올라가면 여러 번 갈아타야만 해서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버스를 탄다. 그 편이 덜 불편하고 시간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오가는 데만 서너 시간은 걸리니 업무상 미팅이라도 하고 나면 하루가 지나간다. 길에서 낭비되는 시간이 너무 많다."

    세종관가 한 고위공직자의 푸념이다. 세종시는 지난 2002년 노무현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가 "충청에 행정수도를 건설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MB(이명박) 정부 들어 행정도시 대신 교육과학중심도시(경제도시)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위기를 겪었지만,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행정도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고 나서면서 현재의 모습이 됐다.

    하지만 현재 세종시의 모습은 행정수도와는 다소 괴리감이 크다. 서울 출장이 잦은 국토교통부 모 국장의 경우 오전에 세종에서 업무를 보다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 점심 약속을 소화한 뒤 다시 여의도나 과천으로 이동했다가 늦은 시각에 세종으로 돌아오는 패턴이 일상화돼 있다. 하루에 5~6시간을 길에서 허비하는 셈이다.

    정부 부처 업무 특성상 대통령 현안 보고나 국회와의 호흡이 중요한 데 대통령실과 국회는 서울에, 정부 부처는 세종시로 나뉘어져 있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볼멘소리가 많다. 스마트 기기가 보편화됐다고 해도 업무상 보안이 필요한 부분도 있어서 이동 중에 업무를 처리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국회 국정감사 기간에는 세종청사를 비워둔 채 아예 여의도에 상주하다시피 한다.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매우 비효율적인 구조다.

    국가 행정업무의 비효율성은 곧 대국민 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 공무원은 "늦게라도 세종으로 복귀해야 하다 보니 굳이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 경우도 적잖다. 현장에 가는 대신 구글링을 한다는 얘기가 농담이 아니다"라고 했다. 윤 정부 들어 일부 부처 장관은 이런 행태를 보고 직원들에게 책상 앞에 앉아 있지만 말고 적극적으로 현장과 소통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7일 4·10 총선 공약을 발표하며 "(국민의힘은) 분절된 국회가 아닌 완전한 국회를 세종으로 이전해 세종을 정치 행정의 수도로 완성하고, 여의도 정치를 종식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충청 표심을 얻기 위한 총선용 이벤트라고 깎아내리지만,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은 윤석열 정부의 116번 국정과제이다. 윤 정부는 지난 2022년 국회세종의사당 건립사업을 위한 기본계획(안)을 마련했고 같은 해 12월 부지보상비 350억 원을 예산에 반영했다. 지난해는 국회사무처 내 건립추진단을 설치하고 세종의사당 설치·운영에 관한 규칙을 제정하는 등 공약을 차곡차곡 이행하는 중이다. 세종의사당 설치·운영 규칙에는 전체 17개 국회 상임위원회 중 12개와 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를 세종시로 옮기는 내용이 반영됐다.

    한 위원장은 "이미 세종에 부지는 준비돼 있고, 공사도 예정돼 있다"며 "세종시를 미국의 워싱턴 DC처럼 진정한 정치 행정의 수도로 완성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세종의사당은 현재 여의도 국회의사당(33만579㎡)의 약 2배에 달하는 63만1000㎡ 부지에 들어설 계획이다. 세종의사당 추진단과 세종시가 추정한 건립 예산은 3조6100억 원이다. 국회 '완전 이전'이 현실화한다면 추가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
  • ▲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세종시 전경.ⓒ연합뉴스
    ▲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세종시 전경.ⓒ연합뉴스
    국회 세종 이전은 행정 비효율의 해소는 물론 국가균형발전 촉진,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묘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은 과제는 어떻게 하면 국회 이전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 여야가 건설적인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다.

    이전 논의 진행과정에서 국민의힘은 완전 이전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국회 상임위 일부가 서울에 잔류한다면 이전의 명분도 놓치고 비효율성을 남기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정부 부처가 찢어져 있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많은 상황에서 국회마저 찢어놓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이번 기회에 외교·국방 등 다른 부처와 대통령실 집무실, 사법부도 함께 옮겨 세종시가 명실상부한 입법·행정 수도 기능을 할 수 있게 해야 불필요한 이동에 따른 시간·비용 낭비를 막을 수 있다. 대통령실도 27일 대변인실 명의 공지에서 "(윤 대통령은) 2021년 7월 대전·충청지역 언론인 간담회에서 '의회와 행정부처가 지근거리에 있어야 의회주의가 구현되고 행정의 효율성을 기할 수 있다'는 소신을 밝혔다"며 "대선 공약인 '제2집무실 세종시 설치'에도 속도를 내 줄 것을 관계 부처에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벌써 2027년 차기 대선에서 대통령실 세종 이전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 경우 관건은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가 관습법을 이유로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라고 못 박은 위헌 해석을 개헌을 통해 고쳐잡는 것이다. 2002년 대선에서 노 전 대통령은 주요 행정부처와 청와대, 국회를 모두 세종에 이전하겠다고 공약했으나 이에 대해 2004년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 ▲ 국회.ⓒ연합뉴스
    ▲ 국회.ⓒ연합뉴스
    문제는 이런 구상을 어떻게 실행에 옮기느냐다. 국회 세종시 이전 계획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국회 이전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은 바로 서울을 떠나기 싫어하는 국회의원들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겠는가. 그동안 정치권은 선거철마다 국회 이전 등을 표를 얻는 데 이용해 왔다. 국민이 이번 국회 완전 이전 발언을 두고도 진정성에 의구심을 품는 이유다. 혹자는 헛구호에 그칠지라도 무관심보다는 낫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야·정이 모여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이 문제를 고민해 주길 바란다. 세계 시장은 적과 아군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그만큼 수준 높은 행정력이 뒷받침돼야만 한다. 적기에 관련 규제를 풀고 투자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다.

    이를 위해 여당은 구체적인 국회 이전 로드맵을 제시하고 야당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래야 표심을 노린 한철 공약이라는 비판도 피할 수 있다. 원포인트 개헌이나 헌재의 판단을 다시 받는 방안 등 여러모로 해법을 모색해야 할 일이다.

    야당도 정치적 어젠다를 선점당했다는 이유로 국가적인 대사에 딴죽을 걸어 고춧가루를 뿌려선 안 된다. 이제 국회 이전은 단순히 국회의원의 출근 장소가 여의도에서 세종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비효율을 버리고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이자 상징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은 국회 세종 이전에 소극적으로 나설 경우 그 자체로 '반국가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