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간 실적 비교, 연결 재무제표가 객관적 척도연결 기준시 삼성전자 순익만 10조로 SK에 2배하반기 경영환경 어려워… 에너지-반도체 실적 부담
  • SK그룹이 신종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영향으로 실적이 뒷걸음 쳤음에도 순이익이 재계 1위를 기록했다는 언론 보도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는 객관적 척도가 되는 연결 재무제표를 적용한 것이 아닌 개별 재무제표를 단순 합산한데서 빚어진 오해라는 게 재계 시각이다.

    17일 SK그룹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4조677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5조6220억원) 대비 9450억원 줄었다. 

    SK이노베이션 계열(자회사인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인천석유화학 등 실적 포함)에서만 원유 재고손실에 더해 정제마진까지 적자로 돌아서면서 2조5276억원의 순손실을 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보다 5000억원 가량 더 많은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선방했지만 에너지·화학 계열사들의 적자폭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었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은 전날 SK그룹의 상반기 순이익이 6조원에 달해 삼성그룹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보도해 재계가 의아해 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언론에서는 개별 재무제표(금융사 제외)의 순이익을 단순 합산한 결과를 근거로 SK그룹(6조1953억원)이 삼성그룹(5조6215억원) 보다 많았으며, LG그룹(3조566억원)과 현대차그룹(2조5591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고 보도했다.

    그룹간 경영실적을 비교하는 객관적 기준인 연결 재무제표를 사용하지 않고, 개별재무제표를 사용한데 따른 착시현상인 것이다. 

    예를 들어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연결 재무제표로는 상반기에 2조527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개별 기준으로는 1조4000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난다. 

    자회사 실적이 반영된 연결기준이냐 아니면 개별기준이냐에 따라 3조원의 이상 수치가 차이가 난다. 때문에 정부나 재계단체 등도 그룹간 실적을 비교할 때는 자회사 실적이 반영된 연결재무제표를 쓰고 있다.

    연결 기준으로 하면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전자 한 계열사만 상반기 순이익이 10조440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 한 곳의 순이익이 SK그룹 전체 순이익인 4조6770억원의 2배가 넘을 만큼 크다. 삼성전자가 있는 한 SK그룹 실적이 삼성그룹을 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게 재계 설명이다.

    이와 함께 SK그룹의 하반기 경영환경도 녹록치 않다. 상반기 최악의 실적을 거둔 에너지·화학 계열사의 경우 하반기부터는 유가 및 정제마진 반등으로 실적이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반대로 D램 반도체 현물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SK하이닉스의 실적에 부담을 주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수년전부터 근본적 혁신인 '딥 체인지(Deep Change)'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경영환경 변수를 뛰어넘는 사업모델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간 경영실적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자회사의 실적이 반영된 연결 재무제표를 사용하는 것이 객관적인 지표가 된다"며 "특히 지주회사 체제인 SK와 LG, 지주회사 체제가 아닌 삼성과 현대차를 연결재무제표가 아닌 개별 재무제표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