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29일 이천서 경영전략회의그룹 최고 경영진 총집결… 최태원 회장 화상 참여219개 계열사 '관리 가능한 범위'로AI·반도체, 투자 확대… 제약·바이오, 질적 성장"리밸런싱 방향성 도출할 것"
  • ▲ SK서린빌딩.ⓒ뉴데일리DB
    ▲ SK서린빌딩.ⓒ뉴데일리DB
    SK그룹이 28~29일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포함한 그룹 리밸런싱 방향을 논의한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계열사들을 정리하고 미래 성장동력인 인공지능(AI)과 반도체에는 투자를 확대하는 등 그룹 경영의 방향성이 도출될 전망이다. 

    불안정한 경영환경, 글로벌 업황부진 등 그룹을 둘러싼 위기를 미래 투자와 질적 성장으로 적극 돌파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날부터 29일까지 1박2일 간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성장사업 투자와 내실 경영을 통한 질적 성장 전략 등을 논의한다. 그룹 최고 경영진이 총집합하는 경영전략회의는 8월 이천포럼, 10월 CEO세미나와 함께 SK그룹의 ‘3대 회의’로 불린다.

    올해 회의에는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등 최고경영자(CEO) 30여명이 참석한다. 다음 달 초까지 미국 출장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경영전략회의가 1박 2일로 열리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예년에는 통상 오전 10시께 회의를 시작해 참석자 발표에 이은 만찬으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올해는 일정을 1박 2일로 늘리고 CEO 간 토론 위주로 운영하는 등 회의 방식에 변화를 줬다. 특히 첫날에는 회의 종료 시각을 따로 정해놓지 않고 방향성이 도출될 때까지 끝장 토론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SK그룹을 둘러싼 위기감을 타파할 리밸런싱(구조조정) 방안을 도출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올해 경영전략회의는 크게 ‘집중 투자(AI·반도체)’와 ‘체질 개선(배터리·바이오)’ 두 갈래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SK의 고유 경영체계인 ‘SKMS(SK Management System)’ 실천·강화와 그간 준비해 온 ‘운영 개선(Operation Improvement·OI)’ 방안 등을 논의해 그룹 경영 전략을 도출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AI와 반도체 부문은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운다는 기조 아래 과감한 투자를 결정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아울러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사업 등에서 글로벌 우위를 확보하는 방안 등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최태원 회장은 전날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도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등 미국 빅테크 경영자들과 연쇄 회동한 사실을 전하면서 “모두에게 역사적인 시기임에 틀림없다. 지금 뛰어들거나, 영원히 도태되거나”라고 확고한 투자 의지를 밝혔다.

    SK그룹은 초고성능 AI용 메모리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리더십을 바탕으로 글로벌 AI 관련 시장을 공략 중이다. SK그룹은 HBM 등 AI 시스템·AI 서버 구축에 최적화된 메모리 제품뿐만 아니라 ‘반도체부터 서비스까지’ AI에 필요한 모든 생태계를 육성하고 있다. AI 리더십을 지속하기 위해선 공격적인 투자가 필수다.

    AI와 반도체를 필두로 한 미래 성장사업 분야의 투자 재원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론도 다뤄질 전망이다. 

    올해 들어 SK는 그룹 자산들을 잇따라 처분하며 자금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올해 1월엔 SK매직이 경동나비엔에 일부 사업을 370억원에 양도했으며, 이어 2월엔 SK이노베이션의 SK어스온이 페루 광구 지분을 3400억원에 매각했다. SK네트웍스도 SK렌터카를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8200억원에 매각했다. SK㈜도 베트남 재계 2위 그룹인 마산그룹의 투자 지분 9%를 처분하기로 했다. 베트남 재계 1위 그룹인 빈그룹 투자 지분도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자산 외에 중복되는 계열사 정리에도 나선 상황이다. 현재 그룹 정점에 위치한 SK㈜의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국내외 연결 자회사 수는 총 698개에 달한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18개 줄었지만 이전까지 자회사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2018년 260곳이었던 SK그룹 자회사는 ▲2020년 325곳 ▲2021년 454곳 ▲2022년 572곳 ▲2023년 716개까지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바이오·그린·에너지 에너지 사업 위주로 비핵심 사업과 중복 투자를 정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그린, 바이오 등 사업은 양적 성장보다 내실 경영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도록 하겠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10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는 배터리 계열사 SK온의 구체적 지원 방안도 관심사다. SK그룹은 내부적으로 SK온 투자자금 확보를 위해 ‘SK온-SK엔무브 합병’,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지분 매각’,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설’ 등 복수의 시나리오를 두고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리밸런싱 작업과 맞물려 주요 계열사의 인적 개편도 이뤄질지 주목된다. 임원진 축소 등도 예상되는 시나리오 중 하나다. 이달에만 박성하 SK스퀘어 대표,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 성민석 SK온 최고사업책임자(CCO)가 사업 부진 등을 이유로 줄줄이 해임된 것이 대표적이다. 

    SK 관계자는 “경영전략회의는 기본적인 경영원칙과 방향성을 논의하는 자리”라면서 “여기서 도출된 결론을 바탕으로 각 계열사 이사회가 최종 매각 등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