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규모 인텔 낸드사업 인수 업황 부진 불구 빅딜 이끈 용단 눈길과감한 투자 통해 초격차 승부수
  • ▲ 최태원 SK그룹 회장ⓒSK그룹
    ▲ 최태원 SK그룹 회장ⓒSK그룹
    "하이닉스가 행복해질 때까지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직접 뛰겠다. 하이닉스는 SK그룹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지난 2012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하이닉스반도체(現 SK하이닉스) 인수 직후 이천공장을 방문해 언급한 내용이다. 반도체를 통한 글로벌 성공스토리를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8년이 지난 현재 최 회장은 다시 한번 과감한 베팅에 나서며 이 같은 의지를 재확인했다. 신종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로 대내외 환경에 짙은 안개가 낀 상황에서도 최태원 회장의 '인수합병 DNA'는 다시 가동됐다.

    인텔의 낸드 플래시 사업을 국내 최대 규모인 10조원에 인수하며 글로벌 반도체사로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평소 "어려운 환경을 위기라고 단정짓지 말고 딥체인지 계기로 삼자"고 강조한 부분을 몸소 실철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1일 인텔과 사업 양도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대상은 인텔의 낸드 SSD, 낸드 단품과 웨이퍼 비즈니스, 중국 다롄팹 등이며, 인수 총액은 90억 달러(약 10조3104억원)이다. 인수 대상에 인텔 옵테인(Intel® OptaneTM)사업은 포함되지 않는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사업 인수로 사업구조를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물론 글로벌 시장 점유율 2위로 단숨에 뛰어오르게 됐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D램에 비해 낸드 사업 비중이 약했다. SK하이닉스 전체 사업에서 D램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지난 2분기 기준으로 73%였고 낸드는 24% 수준을 보였다. 

    대부분의 매출과 수익을 D램에 의존하고 있는 사업 구조 개편을 위해서 낸드 사업 확대는 불가피했다. 시장 점유율도 기존의 5위(11.4%)에서 키옥시아(17.3%)를 제치고 삼성전자에 이어 2위 자리로 도약하게 됩니다.

    여기에 고부가 시장으로 평가되는 SSD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SSD 시장에서 인텔은 시장 점유율 2위인 강자로 지난 2분기 기준 29.6%를 보이고 있는데, 향후 인수가 마무리되면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36.7%에 달해 시장 1위인 삼성전자를 넘어서게 된다.

    이번 인텔 낸드 사업 인수가 글로벌 반도체사 성장을 위한 묘수로 작용하는 셈이다.   

    재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경에 더해 반도체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경쟁사를 인수한 것은 최 회장의 용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 규모가 10조원을 육박하는 만큼 최 회장의 뚝심과 투자 철학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반도체는 그룹내 사업 가운데서도 최 회장이 직접 챙길 정도로 애정이 깊다.

    최 회장은 지난 2012년 침체의 늪에 빠진 하이닉스를 구출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으로 이끈 주인공으로 평가된다. 

    당시 반도체 시장의 미래 전망이 불안정한 상태라 잘못했다가는 인수 주체인 SK텔레콤까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상당수의 고위급 인사들도 하이닉스 인수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하이닉스의 가능성을 확신한 최 회장은 인수를 밀어붙였다. 인수 작업이 진행 중이던 2011년 12월 하이닉스 이천 공장 방문을 시작으로 충북 청주와 중국 우시의 생산 현장을 직접 챙기며 애착을 보여왔다.

    하이닉스를 SK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최 회장은 경영전략부터 손봤다. 과감한 투자는 물론 인수합병(M&A)에 적극적인 행보를 시작한 것이다. 

    우선 기술부문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이뤄졌다. SK하이닉스의 연구개발 투자액은 인수 이듬해에 1조144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연구개발비 1조원을 넘겼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반도체 산업의 불황으로 대부분의 업체가 투자를 축소하는 상황이었지만 SK하이닉스는 반대로 투자를 늘렸다.

    2012년 연구개발과 시설투자에 3조8500억원을 투자했는데 이는 2011년(3조5000억원) 대비 10%를 확대한 것이다. 

    이를 통해 경쟁력이 떨어졌던 청주 공장에 새로운 낸드플래시 생산 라인인 M12를 준공하게 됐다.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원가경쟁력, 제품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미세공정 전환을 순조롭게 이어갈 수 있었다.

    이런 노력은 성과로 이어졌다. SK하이닉스는 그룹 편입 이후 4분기 만에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6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2013년, 2014년, 2015년, 2017년, 2018년 모두 사상 최대의 매출과 영업이익 기록을 경신하며 크게 성장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에서도 과감한 승부수를 내렸다. 이 사업은 SK하이닉스가 10년간 120조원을 투자해 50여개 장비·소재·부품 협력사와 함께 입주하는 반도체 전문 산업단지를 구축하는 것으로 반도체 초격차를 위한 최 회장의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SK그룹은 소재(SK머티리얼즈)부터 원재료(SK실트론), 실제품(SK하이닉스)까지 이어지는 반도체 생산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기반이 될 반도체 상생 클러스터의 상생협력 프로그램이 본격 가동되면 현재 20% 수준인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이 더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며 "국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