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고용부·공정위 합동 발표"핵심 내용 다 빠졌다"… 실효성 의문백마진 금지 등 운임 개선안이 고작
  • ▲ 택배 자료사진 ⓒ 뉴데일리경제
    ▲ 택배 자료사진 ⓒ 뉴데일리경제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 등을 담은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관련한 업계 반응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현장 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꿀 ‘한방’이 없다는 지적이다. 맹숭한 대책으로는 업계가 발표한 자체 방안도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 다수다.

    12일 정부는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관련 대책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마련했다.

    주요 대책은 △적정 작업시간 관리 △분류작업 개선 △택배사 책임 강화 △기사 건강보호 강화(건강검진, 스트레스, 고위험군 관리) △산재, 고용보험 등 사회안전망 강화 등이다.

    정부 대책을 접한 업계는 “알맹이가 빠졌다”는 반응을 낸다. 표준계약서 도입, 산재보험 확대 등 핵심 내용 대부분이 지난 2017년 ‘택배 서비스 발전 방안’에 들어있던 재탕 대책인 점도 아쉽다.

    내용 대부분이 택배기사의 ‘근로자성’을 전제하고 있는 점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정부는 “택배사별 적정 근무시간을 정해 이를 지키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근무시간을 줄여 사고 위험을 줄인다는 의미다.

    전국 6만여 명의 배송 기사는 대부분 개인사업자다. 종사자 대부분이 근무 시간과 수입을 각자 희망과 역량에 맞춰 조절한다. 정부나 택배사에서 물량과 근무시간을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뜻이다.

    이번 이슈 핵심인 ‘분류 작업’에 대한 대책도 아쉽다. 관련해 정부는 “노사 간 충분한 합의를 거쳐, 필요 부분을 계약서에 명시토록 할 것”이라며 사실상 발을 뺐다.

    ‘분류’와 관련한 노사 의견차는 지난 몇 년간 이어져 왔다. 분류 작업은 배송 전 소단위 지역 (구·동) 터미널에서 담당 물량을 나누는 작업이다. 택배노조 등은 이 작업이 택배 기사의 업무가 아니라며 이에 대한 추가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업계는 물품 분류도 택배 기사들의 업무라고 판단한다. 노조가 '분류'라고 칭하는 업무가 기사들이 배송할 물건을 가져가는 '상품 인수' 개념이라는 시각이다. 

    통상 기사들은 터미널에서 인수한 짐을 개인 패턴대로 차량에 쌓아 배송을 나간다. 상품 인수로 통칭됐던 이 과정 중 어떤 부분이 ‘분류’인지에 대한 구분도 아직은 명확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분류 업무를 두고 파업 등 다양한 충돌이 있었던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와 가이드라인이 절실하다”면서 “이번 과로 이슈의 핵심인 분류 관련 내용이 두루뭉술해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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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등 상위 택배사는 분류와 관련한 자체 대책을 발표한 상황이다. 앞선 10여 건의 배송기사 사망사고에 따른 대책이다. CJ는 약 3000명, 롯데와 한진은 각 1000여 명의 분류 지원인력을 투입할 계획이다.

    현장에서는 구인과 비용 집행을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수천 명에 달하는 인력 수급이 당장 걱정이다. 업계는 이번 대책에 외국인 고용 허용을 포함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국토부는 내국인 일자리 보호를 위해 관련 업무에 외국인 고용을 금지하고 있다.

    2~3위 업체에 투입되는 1000여 명의 추가 인력은 실효성 우려가 제기된다. 롯데, 한진 두 업체는 현재 지역 터미널 자동화가 더뎌 대부분이 수작업 형태다. 터미널당 1~2명, 기사 10명당 1명 꼴인 지원 인력으로는 실질적인 도움이 어렵다는 반응이다.

    현장 관계자는 “일렬로 늘어진 레일에서 담당 구역 택배를 뽑아내는 구조인데, 지원인력 한 두 명이 얼마나 큰 효율을 내겠냐”며 “저단가 문제로 대형사조차 수익이 좋지 않았던 만큼 정부가 시설 관련 지원을 적극 고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유통사 백마진 금지 △표준운임제 도입 등을 통한 ‘단가 구조개선’에는 기대를 건다. 해당 대책도 지난 2017년 대책에 포함됐었지만, 공정위가 “택배사간 담합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표해 유야무야됐다.

    택배업계는 앞서 화물업에 도입한 ‘안전운임제’ 등을 언급한다. 일정 무게, 크기 이상의 화물은 적정가 이하로 거래하지 못하도록 정부 표준안을 정하는 것이다. 업계는 이번 이슈를 계기로 정부가 운임 인상 관련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달라고 요청한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 입찰로 성장한 택배 시장은 지난 30년간 운임이 비정상적으로 하락해왔으며, 민간의 자정 노력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사실상 배송기사 처우와 현장 개선은 사업 수익이 뒷받침돼야 하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국내 택배 운임은 급격히 하락해왔다. 1990년 대 서비스 초기 당시 요금은 수도권 기준 약 4500원이었지만 지난해 평균 기준 단가는 2269원으로 하락했다.

    이는 해외와 비교해서도 지나치게 낮은 금액이다. 각국 평균 운임은 국내 4~5배  가량으로 형성돼있다. 미국 내 국내 택배의 경우 한 건당 9000원~1만원 대에 발송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약 7000원 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