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중심 과로사위 업계와 다시 충돌"분류는 회사책임" vs "법적 정의 먼저""물량제한 근무 감축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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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배 노사가 ‘과로사 대책’ 이행 여부를 두고 충돌했다. 논란의 핵심은 배송 전 ‘분류’ 업무의 책임 주체다. 관련해 업계는 “근무시간 단축이라는 근본 대책보다 소모적 논쟁에 치우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택배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택배업체들이 과로사 대책인 분류 관련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배송 전 분류업무의 책임이 사측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력 투입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분류는 배송 전 물류터미널에서 물품을 배송 구역별로 나누는 업무다. 과로사 위원회 등 노측은 이 작업이 택배 기사의 업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택배 기사는 개인 사업자고, 건당 수수료를 받고 있어 별도 보상이 없는 분류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인력 지원으로 업무 강도를 줄이는 것은 동의하지만, 완전 배제는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분류가 기사들이 배송할 물건을 가져가는 '상품 인수' 개념에 해당한다는 시각에서다. 현재 택배업 내 ‘분류’ 개념도 모호해 법적 정의가 먼저라는 의견도 있다.

    관련 논란은 수년간 이어져왔다. 통상 택배사는 분류를 기사 업무로 여겨왔으며, 노동계는 추가 보상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물량이 폭증한 올해는 현장 사고가 다수 발생해 각사는 ‘분류’에 집중한 과로방지 대책을 내놨다. 

    올 초부터 현장에는 약 15건의 과로사 추정 사고가 있었다. 이에 CJ대한통운, 한진, 롯데택배 등 상위 택배사는 도합 5000명의 분류 인력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업계와 종사자 단체는 정부 주도의 과로사 방지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앞서 두 차례 진행된 회의에서는 ‘분류’ 업무 책임을 다투다 끝났다. 업계는 최근 회의에서 “분류 업무에 대한 법적 정의가 먼저”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분류 책임 가르기와 인력파견이 과로 방지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도 다수다. 과로 해결을 위해서는 전체 근무시간 단축이 중요한데, 분류업무 제외가 기사의 여가나 휴식으로 이어진다고만 볼 수 없다는 시각이다. 

    배송 기사는 건당 수수료를 지급받는다. 분류업무 배제 시 수익을 위해 여유 시간동안 추가 배송을 진행할 수 있다. 방지 대책이 또 다른 과로 사유를 만들 수 있다는 접근이다. 업계는 지역조건, 체력, 연령 등을 고려한 ‘적정 물량 권고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 분류 업무 제외, 근무시간 제한 등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서 “기사 근무 패턴과 현장 상황이 모두 달라 일률적으로 기준을 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 물량 제한 등 적정한 업무량을 권고하는 방향이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기사가 소득 감소를 꺼려할 수 있고, 이를 강제할 근거가 없어 정부 차원의 다양한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