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발표 이후도 잇단 사고CJ대한통운-한진-롯데, 분류인력 5000명 충원 중"채용·운임 기준 정부가 나서서 마련해야"
  • ▲ 택배 자료사진 ⓒ 뉴데일리경제
    ▲ 택배 자료사진 ⓒ 뉴데일리경제
    택배기사 과로사 문제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이후 잇단 대책에도 불구하고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개별 업체의 대응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만큼 정부차원의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택배 소속 40대 택배기사는 지난 22일 업무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다음날인 23일에는 롯데택배 소속 30대 기사가 사망했다. 택배과로사위원회 등 노동 관련 단체는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과중한 업무라고 주장한다.

    올들어서만 16건의 과로사 추정 사고가 있었다. 모두 다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택배, 로젠택배 등 상위 브랜드 소속이었다.

    사고가 계속되자 지난 10월 CJ대한통운, 한진, 롯데 등 택배업계는 5000여명의 분류 지원인력 충원을 약속했다. 배송 전 2~3시간 분류 작업 부담을 덜어 사고 위험을 줄인다는 계획이었다.

    이후 한달여만에 CJ대한통운에는 2300여명의 지원인력이 일하고 있다. 투입 목표 인원 4000여 명(대책 발표 전 기존 인력 1000명 포함)의 절반가량이다. 1000명을 충원하기로 한 한진은 300명 가량을 보강했다. 롯데는 다음 달 실제 투입에 앞서 현장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 ▲ 지난 10월 택배기사 과로사 관련 사과 기자회견을 갖는 박근희 CJ부회장 (CJ대한통운 대표이사) ⓒ 공동취재단
    ▲ 지난 10월 택배기사 과로사 관련 사과 기자회견을 갖는 박근희 CJ부회장 (CJ대한통운 대표이사) ⓒ 공동취재단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다. 여론이 악화되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인력을 투입 중이지만, 오히려 작업 능률을 떨어트리거나 혼란이 가중됐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각 업체의 인력 관련 추가 비용만도 회사 마다 연간 100억~400억원 가량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입 효과, 현장 호흡 등을 고려해 충분한 검토를 거쳐 인력을 충원해야하지만 행정적으로만 접근하는 게 문제”라며 “과로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택배업 과로 기준조차 모호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밤 10시 이후 배송 금지와 같은 연관 대책도 마찬가지다. 물량이 폭증하는 특정 시기의 경우 ‘배송완료’ 또는 ‘익일 배송’ 처리 후 업무를 지속한다. 관련 대책이 낮 시간 배송 기사 중심으로 마련돼, 저녁부터 새벽에 일하는 집화 근무자는 빠져있다.

    채용 관련 기준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기사는 본사와 계약 관계에 있는 지역 집배점과 계약한다. 대리점과의 계약에서 건강검진 자료 등은 의무 서류가 아니다. 과로사 등 사고 위험이 큰 인력을 걸러낼 방법이 사실상 전무한 셈이다.

    업계는 관련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개별 업체의 두루뭉술한 대안으로는 문제의 근원을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지나치게 낮은 택배 운임부터 정상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대책 효과를 함께 들여다보고 관련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에 함께해야할 것”이라며 “저단가 출혈경쟁 등 현장의 열악한 환경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파악해야하며, 현재 관련 문제는 업계의 자정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