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대한항공-아시아나 체제땐 내년까지 4.8조 들어②캐스팅 보트, 산은이… 조원태 경영성과 미흡시 퇴출③기안기금 투입 등으로 당분간 인력 구조조정 없어
  • "특혜는 아니다."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에 아시아나를 매각하면서 앞세운 배경은 항공 산업의 경쟁력 강화다. 민간기업인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인수하는데 국책은행인 산은이 지원하는게 맞느냐는 논란이 일자 특혜성 구조조정이 아닌 '빅딜'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① 빅딜 땐 8000억원 < 양사 땐 4.8조원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항공업 침체가 심각해지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정부 지원에 기대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은행은 두 회사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내년까지 4조원 이상의 혈세를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지원받은 3조3000억원을 이미 소진했고 최근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부터 2400억원을 추가로 수혈 받았다. 대한항공의 사정도 녹록치 않다. 올해 산은과 수은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지원받았다. 

    최대현 산은 수석 부행장은 "양대 항공사 체제를 유지하면 2021년 말까지 4조8000억원의 정책자금 추가 투입이 불가피하다"면서 "출자전환 및 감자 채무 탕감 등 채권단에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양사의 통합과정에 8000억원을 투입한다. 한진칼이 제 3자로 배정하는 신주 5000억원을 인수하고 나머지 3000억원은 대한항공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교환사채를 사들여서 자금을 댄다. 

    ② 캐스팅 보트는 산은이 쥔다 

    산업은행이 이번 빅딜을 추진하면서 경영권 분쟁 중인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산업계의 시각도 있다. 하지만 산은의 입장은 다르다. 캐스팅 보트는 산은이 갖고 있어 현 경영진의 성과가 미흡할 때 퇴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은은 한진칼이 발행할 5000억원 규모의 신주를 인수하면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은 감소하게 된다. 조원태 회장은 지분율은 41.1%에서 37.7%로, 조 회장의 반대편에 선 3자연합 지분율은 46.7%에서 41.7%가 된다. 

    산은은 조 회장이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언제든 경영권을 뺏는다는 입장이다. 한진칼의 주요 경영진과 계열사를 감시하는 독립기구인 윤리경영위원회를 설치하고 매년 경영평가를 진행해 등급이 낮으면 경영진 해임도 불사한다는 것이다. 

    최대현 부행장은 "매년 경영성과를 평가해 미흡하면 해임 등 경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3자 연합이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조치를 하더라도 이번 거래의 취지와 항공 산업의 절박한 상황을 감안할 때 큰 장애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또 3자연합과의 대화의 문도 열어뒀다. 최 부행장은 "통합 작업의 성공적 이행을 위해 3자 연합과도 협력하겠다"고 했다. 

    ③기안기금 투입, 당분간 구조조정 없어

    산은은 양사간 통합이 당장의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봤다. 산업은행은 두 회사의 중복인력을 1000명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최대현 부행장은 "연간 자연 감소 인원을 감안하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한진그룹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확약했다"고 밝혔다.  

    조원태 회장은 "통합 이후, 양사 임직원의 소중한 일터를 지키는 데 최우선 가치를 두고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 밝혔다. 

    아시아나의 경우, 기안기금 지원을 받고 있어 최소 내년 4월까지 고용의 90%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기안기금은 6개월 간 최소 90% 이상의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따라 붙는다. 아시아나는 지난달 2400억원을 시작으로 최대 2조4000억원의 지원을 받을 예정이기 때문에 딜이 클로징 되는 내년까지 고용은 유지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신규 노선을 개척해 고용이 유지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