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라이프, ABL생명, 동양생명, AIA생명에 이어 라이나생명까지 국내 보험시장 성장세 둔화… 저출산·고령화로 한계 직면IFRS17 도입 따른 자본확충 부담 커져… "보험부채, 원가 아닌 시가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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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외국계 생명 보험사들의 매각설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내년에 한국 시장 철수 움직임이 가속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국내 보험시장의 성장세 둔화와 2023년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 부담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올해 무성했던 매각설, 내년 구체화 예고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수년째 매각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중국 다자보험그룹 산하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거취가 내년에는 구체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올해 다자보험그룹(옛 안방보험그룹)이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이하 중국 은보감회)의 위탁경영을 그만 받게되면서 민영화 작업을 진행 중인데, 전략적 투자자 유치가 쉽지 않다는 전언이다.

    중국 은보감회는 보험업법을 위반한 안방그룹의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2018년 2월부터 이 회사를 위탁 경영해왔다. 중국 은보감회는 안방그룹으로부터 주요 우량 자산을 분할해 지난해 7월 다자보험그룹을 설립, 보험업무를 유지하게 했다.

    미국계 메트라이프생명도 매각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메트라이프생명은 2018년도부터 성장세가 한풀 꺾이며 이익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메트라이프생명 순이익은 2018년 1266억원, 2019년 1013억원으로 낮아지기 시작해, 올 1분기 들어선 순이익 104억원으로 전년(622억원) 대비 83.3%나 감소했다. 

    물론 보험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을 봐야하는 업종인 만큼 수입 보험료 등의 성장세 등도 눈여겨 봐야하나, 순이익의 80% 감소율은 업계서 흔치 않은 수치라는 설명이다.

    홍콩계 AIA생명 역시 최근 피터 정 사장 취임 후 매각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말 차태진 전 사장이 임기 1년을 앞두고 돌연 물러났는데, 피터 정 신임 사장이 과거 M&A 전문가로 활약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매각을 위한 본사 측의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일었다. 

    더욱이 홍콩에서 지속되고 있는 반중 시위와 코로나19로 수익이 급감한 요인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근엔 미국 시그나그룹의 한국 자회사 라이나생명도 매각설에 휩싸였다. 

    올해 7월 시그나그룹이 라이나생명 지분 100%를 매각하기로 하고, 매각 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내정한것으로 알려졌으나 미국 본사가 부인하면서 수면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라이나생명은 지난해 기준 매출액이 2조 7752억원, 자산 규모는 4조 7643억원으로 업계 21위의 중소형 보험사다. 

    그러나 순이익만 따져봤을땐 지난해 3510억원을 기록하며 삼성생명, 교보생명에 이어 업계 3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한국시장 철수 움직임 배경은?

    업계는 외국계 보험사들의 잇따른 매각설 재점화 이유로, 포화 상태에 다다른 국내 보험 시장의 성장세 둔화를 첫번째로 꼽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보험사 당기순이익이 소폭 늘고 있기는 하나, 향후 수익성 개선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발표한 '보험회사 경영실적(잠정치)'를 통해 "올해 3분기까지 보험회사 누적 당기순이익은 5조 5747억원으로 전년(5조 2552억원)대비 6.1%(3195억원) 증가했다"며 "그러나 코로나19 지속에 따른 영업 여건과 투자 환경 악화로 보험 회사의 장기 수익성, 재무 건전성의 동반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생명보험의 경우 저금리 기조 속 저출산과 고령화로 성장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 등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부터 모집 수수료 1200% 제한 등 보험설계사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보험사들은 '제조·판매 분리'를 노린 영업부서의 독립법인 설립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금소법으로 법인보험대리점의 부담이 가중될 예정이다. 금소법 시행령을 보면, 법인보험대리점·소속설계사 및 개인보험대리점에 대한 과태료 개별 기준이 기존 보험업법령 대비 10배 이상 대폭 상향됐다.

    현행 설명의무를 위반한 보험사 법인과 보험설계사에게 각각 700만원, 3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으나, 앞으론 10배 수준인 7000만원과 3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금소법은 법인보험대리점 소속설계사가 설명의무 등을 위반할 경우 법인보험대리점에게도 관리책임을 물어 '이중제재' 논란도 일고 있다.

    여기에 오는 2023년부터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될 예정이어서 자본 확충 부담도 커졌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기존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 대규모 자본확충이 불가피하다.

    최근 외국계 보험사들이 2조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자 한국 자회사를 둔 해외 모회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KB금융은 지난 4월 미국 '푸르덴셜인터내셔널 인슈어런스 홀딩스'가 보유한 푸르덴셜생명 지분 100%를 2조 2650억원에 취득했다. 

    2018년 신한금융지주에 매각돼 내년 7월 신한생명과 통합될 예정인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역시 2조 2989억원에 매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IFRS17 도입 등 각종 규제 강화 이슈와 푸르덴셜생명·오렌지라이프 매각을 기점으로 올해 외국계 생보사들의 매각설이 끊이지 않았다"며 "해당 보험사들이 올해 관련 시장의 관망세 기조를 유지했다면, 내년부턴 구체적인 매각 움직임을 가져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보험 업계가 RBC(보험금 지급여력) 비율로 재무건전성을 어느정도 판단하고 있으나,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시 재무건정성에 '민낯'이 들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아무래도 현 기준에서 몸값이 높을 때 매각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