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반납 후 1년4개월만터미널·차량 등 기본요건 충족단가·기사 고용구조 혼란 불가피"물 흐릴라"… 택배업계 떨떠름
  • 쿠팡의 택배업 재진출 여부가 이달 말 결정된다. 업계는 자격 재획득을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자진반납 1년만의 일이다.

    당장 택배업계에선 부작용을 우려한다. 운임 덤핑과 고용 갈등 등에 대한 걱정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달 말 신규 택배사업자 명단을 발표한다. 쿠팡은 지난 10월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 명의로 사업자격을 신청했다. 쿠팡은 지난해 8월 사업면허를 자진 반납한 바 있다.

    택배사업 자격은 쇼핑몰 등에서 물량을 받아 대신 배송하는 3자 물류업체를 대상으로 부여한다. 쿠팡은 지난 2018년 사업 자격을 획득했지만, 본사 매입 후 자체 배송하는 물량이 대다수여서 면허를 반납했다. 

    쿠팡의 자격 재취득은 큰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국토부는 관련 검토에 지역 허브·서브터미널 수, 보유 차량 등 사업 기본 요소만을 반영한다. 자격 평가 없이 요건 충족 시 면허를 발급하며 자진 반납으로 인한 감점도 없다.

    업계는 쿠팡의 시장 재진출로 인한 다양한 파장을 예상한다. 운임 하락, 기사 고용구조 혼란에 대한 우려가 특히 크다.

    택배업계는 최근 운임인상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저 운임제한 없이 경쟁적으로 화주를 유치하는 시장구조상 택배 단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1990년 대 서비스 초기 당시 약 4500원이었던 평균 요금은 지난해 2269원으로 하락했다.

    업계는 쿠팡의 공격적 영업방식을 우려한다. 사업 초기 무리하게 단가를 낮춰 화주를 유치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경쟁 입찰을 기반으로 하는 택배업은 신규업체 등장 시 필연적으로 운임 하락 문제가 발생한다. 쿠팡 같은 대형업체가 진입할 경우 파급은 더욱 크다.
  • ▲ 택배 터미널 ⓒ 뉴데일리경제
    ▲ 택배 터미널 ⓒ 뉴데일리경제
    쿠팡은 자체 배송 ‘로켓’ 서비스로 업계와 줄곧 충돌해왔다. ‘유통사 자체 배송’이라는 점을 앞세워 택배 관련 규제는 피했지만, 사실상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관점이다. 관련해 CJ대한통운 등 다수 택배업체는 법원에 쿠팡 관련 가처분을 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배송 서비스 출범 초기부터 업계 질서를 흐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면서 “물류업 관련 규정을 피해 ‘로켓배송’ 등의 자체 브랜드를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상 택배시장의 출혈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사 고용구조와 관련한 우려도 상당하다. 쿠팡은 대부분 배송 기사를 직고용하고 있다. 주 5일제, 연차휴무 보장 등 근로법에 준한 계약을 한다. 임금은 기본급 기반으로, 건당 수수료를 정산 받는 사업자 신분의 보통의 택배 기사와 다르다.

    현재 대부분의 택배사는 ‘본사-집배점-기사’ 간 계약 구조를 따른다. 본사는 집배점에 영업권을 주고 집배점은 택배 기사와 계약하는 구조다. 각 당사자는 모두 사업자 지위를 갖는다. 현 계약 구조는 수십 년에 걸쳐 굳어졌다.

    최근 업계에서는 ‘기사 과로방지’가 주요 이슈다. 정부는 본사의 직고용, 직계약을 대책 중 하나로 권고한다. 본사의 감독을 강화하자는 차원이다. 충분한 검토 없이 쿠팡의 직고용 모델을 사례화하거나 권유할 경우 큰 혼란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사 과로 방지를 위한 인력 채용, 시설투자 등 고정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단가가 하락한다면 일부 업체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고용 구조도 당초 물류 관련법이 규정하는 것과 달라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