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금리 선정 지연, EU 벤치마크법 승인 지지부진소비자피해 우려, 대체금리 전환시 부정적 재무영향 무위험지표금리 적용시 바젤3도 영향, 은행 준비 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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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의 기준점’으로 활용된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거래 시 적용되는 금리)가 내후년부터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가운데 국내 금융사들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객입장에서 리보고시 중단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금융사들이 고객에게 충분한 설명과 분쟁 가능성에 신속히 대비하고, 대체금리 연동상품을 빠르게 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금융당국의 늑장대응으로 금융사들의 준비도 연쇄적으로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리보고시 중단에 따른 은행의 전반적인 대응 속도와 방향에 대해 알아봤다. <편집자주>

    올해 1월 금융감독원과 각 금융협회, 은행 등 금융권이 리보금리 중단 대응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린 이후 현재까지 총 5차례 회의를 가졌다.

    이들은 주요국 동향 분석과 리보 연동 신규계약에 적용할 대체조항 마련, 리보연동 기존계약 조건 변경 추진, 리보 사용중단 전산개발 계획 논의 등에 대한 업계상황을 공유해왔다.

    리보금리는 국제금융거래에서 오랫동안 대표 지표금리로 사용중이다. 그러나 지난 2012년 리보금리 조작사건 이후 지표금리의 대표성과 신뢰성에 금이 가면서 오는 2022년부터 리보금리 산출이 중단될 예정이다.

    이에 따른 국내외 지표금리 전환은 원화와 외화관련 대출, 파생상품계약, 채권운용 등 개별 금융계약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의 자금조달, 리스크관리 업무 전반의 문제를 야기해 신속한 대비가 요구된다.

    금융권은 올해 중 대응계획을 수립하고, 내년부터는 Fallback(대체조항) 마련을 비롯해 기존 계약 갱신, 리보 계약 축소와 신규계약 중단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준비 기간은 1년 남짓 남은 상황으로 금융권의 전사적 대응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대응이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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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무위험 지표금리(RFR) 등 중요 지표의 경우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지표를 선정해 EU(유럽연합) 벤치마크법의 동등성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벤치마크법은 EU의 승인을 받은 금융거래지표를 활용한 금융거래만 허용하고 있어, 국내 금융지표가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향후 국내 금융회사 등이 EU금융기관과 거래 할 수 없다. 호주와 싱가포르는 이미 지난해 7월에 동등성 승인을 받았고, 일본은 심사를 받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올해 안에 대체금리 선정을 완료하고, 내년 중 EU 동등성 승인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강화로 관련 회의 일정을 잡기가 어려워지면서 RFR 선정 작업은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정우철 삼정KPMG 상무는 “해외금융기관 준비사례와 비교할 때 국내 금융기관의 대응과 준비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객 분쟁, 집단소송 발생 우려…금융사 평판 리스크 ↑ 


    리보고시 중단에 따른 지표금리 이전 과정에서 기존 또는 신규계약시 적용되는 대체조항 적용과 국가별 지표금리 체계 변동으로 발생하는 금융사들의 리스크는 크게 재무, 운영, 회계 측면에서 야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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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변동금리부채권(FRN), 대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등 현물상품 또는 신디케이트론 등 비정형계약의 경우 거래상대방 간 합의가 필요하다. 협의 방식은 개별 거래상대자 간 각기 다른데 리보금리 대체로 평가손익이 발생할 수 있다. 

    대체금리 적용을 가정시 금융사별로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의 평가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른 고객들의 불만 등 분쟁 가능성도 커졌다. 전문가들은 집단소송으로 갈 우려가 존재하며, 이로 인해 금융기관 평판리스크 역시 높아질 것으로 보고있다. 

    현재 은행들은 리보금리연동 대출 약정서 대체조항을 만들고 있다. 리보금리 산출중단 배경부터 고객에게 변경 사실 통지, 계약 변경 부동의시 이의 제기, 계약 해지 등에 대한 안내가 담겨있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장치도 마련 중이다. 대체지표금리 전환 시 기존 리보금리와 동일한 금리로 대체되지 않을 수 있으며, 전환 과정에서 거래 당사자의 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우철 삼정KPMG 상무는 “리보 금리 익스포져(위험노출액)를 선제적으로 줄이고, 리보 금리를 사용하는 신규계약 축소가 필요하다”며 “해외 기관의 벤치마크 사례 공유와 RFR 관련 데이터 확보, 다양한 시나리오 분석 등을 통해 리보 고시 중단을 다면적으로 평가‧검증‧보완해 관리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사들은 리보 고시 중단에 따라 RFR금리를 적용해 금리리스크와 시장리스크를 산출해야하기 때문에 기존 바젤 2.5 개선과 바젤3 준비 문제와도 연관된다”며 “대출 등 여신 부문에서는 기준금리를 리보에서 대체금리로의 변경이 필요하며, 여신금리결정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