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보고시 중단 후 만기도래 상품 683조원, 역대급 파장 예상리보금리 대응 TF, 계약변경에 따른 손익 변동 해결책 늑장 일각 “금융권 소통 미흡, 투자자들에게 리보전환 안내 부족”
  • ▲ 손병두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월 20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지표금리 개선 추진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손병두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월 20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지표금리 개선 추진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말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거래 시 적용되는 금리) 산출 중단을 앞두고 전 세계가 대응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국내 금융당국과 금융권의 협업 등 준비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과 금융당국 등은 지난해 6월 지표금리 개선 추진단을 발족한 이후 지난 6월 대체 지표금리를 최종선정할 계획이었으나 지금까지 최종결정이 되지 않았다. 

    한은은 ‘무위험 지표금리(RFR)’ 최종결정에 앞서 오는 12일 공개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지표금리란 시장의 실제이자율을 잘 반영한 금리로 리보금리는 국제금융거래에서 오랫동안 대표 지표금리로 사용돼왔다. 그러나 지난 2012년 리보금리 조작사건 이후 지표금리의 대표성과 신뢰성에 금이 가면서 2022년부터 리보금리 산출이 중단될 예정이다.

    국내외 지표금리 전환은 원화와 외화관련 대출, 파생상품계약, 채권운용 등 개별 금융계약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의 자금조달, 리스크관리 업무 전반의 문제로 신속한 대비가 중요하다. 

    기존계약 변경과 관련해 금융사들은 개인과 일반 법인, 국내금융기관, 외국계 금융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조율이 필요하고 익스포져(위험노출액) 평가, 리스크 관리 시스템 정비 등이 필요하다.

    이에 금융당국은 리보금리 산출 중단을 대비한 대체 조항을 금융상품 계약에 반영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대부분 금융상품은 국제스왑파생상품협회(ISDA)를 통한 일괄대응이 가능하지만 기존에 체결된 계약 중 표준계약이 아닌 개별계약은 상대방과 계약 내용을 개별적으로 변경해야한다.
  • ▲ ⓒ삼정KPMG 경제연구원
    ▲ ⓒ삼정KPMG 경제연구원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리보 금리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지난 1월 구성해 리보금리의 대체조항을 반영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TF를 꾸린지 10개월이 지났음에도 금융사들의 상품별 대체조항,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등 대응 마련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회계법인 삼정KPMG 측은 “금융기관의 리보 연동 계약의 활용 규모와 준비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기관이 리보 고시 중단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리보 금리와 연결된 국내 금융상품 잔액은 지난해 6월 기준 1994조원에 달한다. 2022년 이후 만기가 도래하는 계약은 이 중 683조원이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관련 해외동향을 단순 모니터링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주요 글로벌 금융기관과 비교할 때 국내 금융기관 준비가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기관은 고객과 기존 계약 변경시 법률적 위험이나 규제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리보 고시 중단 일정이 정해진 상황인 동시에 해외 감독당국의 컴플라이언스 요구사항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 이전이나 RFR 선정 등이 정해지지 않아 금융기관의 준비와 대응에 있어 불확실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금융계약 공정가치 평가에 따른 세금문제도 풀어야할 숙제다. 리보연동 기존 거래와 신규거래시 지표금리 이전 과정에서 평가차익이 발생할 수 있으며, 해당 계약의 공정가치 변동은 직접세와 간접세 등 세무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게다가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금융기관은 전사적인 차원에서 리보전환과 관련된 시장 요인을 식별‧공시해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 중이지만 국내 금융사들은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이준수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은 최근 열린 금융권 세미나에서 “리보금리는 제2의 Y2K처럼 대비(해결)해야 한다”며 “금융권이 리스크를 잘 인지하고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