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호텔가·영화관비대면 서비스로 돌파구 마련 착수여행업계는 '해외여행 가는척' 상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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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호텔·레저업계는 격동의 한 해를 보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외국인 투숙객을 완전히 잃은 호텔가는 내국인 투숙객을 잡기 위한 전략에 착수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고려한 비대면 서비스가 대폭 강화된 것이 눈에 띈다. 여기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영화관, 놀이공원 등은 돌파구 찾기에 나섰지만 쉽지 않았다.

    호텔·레저업계는 저마다의 방법으로 코로나19 사태 직격탄 회복에 나서고 있지만 사실상 쉽진 않다. 당장 실적을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비스 자체의 지형도가 변하면서 결국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만 하게 됐다.

    ◆ 여행사, 코로나19 직격탄에 줄폐업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서 중견여행사들이 고사 위기에 놓였다. NHN여행박사는 250명이 넘는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섰다. 10명을 제외하고 전 직원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중견여행사인 롯데관광과 자유투어가 대규모 인원 감축에 돌입한 바 있다. 롯데관광은 직원이 3분의 1을 줄였고, 자유투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130여 명이던 직원 수를 30명 이내로 줄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상반기까지는 버티기 힘든 소규모 여행사가 잇따라 문을 닫았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 장기화로 대형, 중격 여행사들도 더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코로나19 여파 장기화로 올 상반기에만 600여 여행사가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여행업체 수는 2만1671곳으로, 지난해 말(2만2283개)보다 612곳(2.7%) 줄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하던 3월 말(2만2115개)보다는 496곳 감소했다.

    국내 여행사 ‘빅3’ 가운데 모두투어나 노랑풍선이 사실상 영업을 멈춘 상태고, 업계 1위인 하나투어는 완전무급 휴직에 들어섰다.

    ◆ 호텔가도 비대면 시대… 드라이브 스루에 룸서비스 강화까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거리두기 강화로 호텔업계에서는 비대면 언택트 서비스를 강화하며 고객 유치에 나서는 모습이다. 특히 롯데호텔은 업계 최초로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를 도입하고 혼술∙캠핑, 정찬 코스 등 고객 유형에 맞춘 다양한 언택트 메뉴로 주목 받고 있다.

    롯데호텔 서울의 라세느는 직원이 테이블에서 주문 받아 자리까지 직접 서빙하는 ‘프라이빗 고메(Private Gourmet)’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진열된 음식을 고객이 픽업하는 기존 방식이 아닌 지정된 테이블 착석 후 담당 서버 안내에 따라 제공된 주문서에 원하는 메뉴를 선택하면, 딜리버리 직원이 섹션 키친에서 개인 식기에 담긴 음식을 테이블로 직접 가져다 준다. 

    호텔들은 룸서비스 역시 강화했다. 룸서비스와 숙박을 묶은 '룸콕' 패키지 출시가 잇따랐고, 제주신라호텔은 룸서비스 이용 고객이 늘자 룸서비스 관련 메뉴를 추가하기도 했다. 연말에도 호텔가는 비대면 관련 패키지를 잇따라 출시하면서 투숙객 잡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국내 특급호텔들은 잇따라 밀키트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지난 8월 중화요리의 대표 메뉴인 ‘조선호텔 유니짜장’과 ‘조선호텔 삼선짬뽕’ 밀키트를 추가로 선보였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이미 2018년부터 HMR 볶음밥 3종을 판매하고 있었다. 최근 가정간편식 및 밀키트에 대한 성장세가 높아짐에 따라 라인업을 추가한 것이다.

    이어 지난달 한화호텔앤드리조트도 신선 간편식(HMR) 전문기업 프레시지와 손잡고 63레스토랑의 메뉴를 가정에서 즐길 수 있는 ‘63 다이닝 키트(63 Dining Kit)’를 출시했다.  앞서 롯데호텔 서울도 밀키트 형태의 바비큐 세트 ‘캠핑 패키지’ 판매를 시작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집밥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밀키트 수요는 계속해서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특급호텔들의 밀키트 시장 확장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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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여행 가는 척' 상품 등장

    여행업계의 코로나19 직격탄은 사실상 전 업계를 통틀어 최고 수준이다. 행정안전부 인허가정보에 따르면 올해에만 여행사 918곳이 문을 닫았다. 

    매출이 사실상 '0(제로)'인 만큼 중소형 여행사의 경우 버티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대형 여행사들도 직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무급휴직과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비용절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하나투어는 해외여행을 그리워하는 여행자들을 위해 국내 상공을 비행하는 '스카이라인 투어'를 선보였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길이 모두 막힌만큼 국내에서 가상의 해외 여행을 경험해볼 수 있는 이색적인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다.

    최근 일본, 대만 등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품을 선보여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스카이라인 투어는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강릉, 포항, 김해, 제주 상공을 2시간 동안 비행한 후 다시 인천국제공항에 돌아오는 코스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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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여파에 호텔 폐업 가속화

    코로나19 여파에 서울 시내 호텔의 폐업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미 올해 들어 서울 시내 문을 닫은 호텔은 9곳이고, 폐업 예정인 호텔을 합하면 10여곳이 넘는다.

    서울 마포의 서울가든호텔은 이달 초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180여 명에 달했던 인력을 20여 명으로 감축했다. 1982년 문을 연 강남 최초의 특급 호텔인 서울 서초구 쉐라톤팔래스호텔은 내년 1월 말 폐업한다.

    특히 서울 시내 호텔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이 끊긴 것은 직격탄이 됐다.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명동 등의 호텔은 객실 점유율이 30% 가량으로 저조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 외국인 잃은 글로벌 호텔 체인, 특급호텔 할인전쟁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투숙객의 발길이 끊긴 글로벌 호텔 체인의 경우 올해 내국인 투숙객 잡기라는 새로운 전략에 착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이 내놓은 전략은 할인 정책. 사태 초기 글로벌 호텔 체인들은 리워드 적립 확대, 할인 프로모션 진행 등으로 국내 투숙객 잡기에 나섰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과 아코르, 힐튼은 최대 50%, 하얏트도 역대 최대 규모의 할인을 시행하면서 전례없는 가격으로 객실이 판매됐고, 일부 호텔의 경우 '대실' 상품까지 내놨다.

    여기에 취소 규정까지 대폭 완화했다. 메리어트, 아코르, 힐튼, 하얏트는 현재 무료 취소 규정 기한을 연장하고, 위약금 없이 예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코로나19 사태 속 신규 호텔 잇따라 오픈

    올해 국내에서는 특급호텔이 잇따라 새로 문을 열었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상황이었지만 호텔들은 각자의 전략을 내세워 투숙객을 맞을 예정이다. 특히 '럭셔리'를 표방하는 특급호텔들이 많아지면서 럭셔리 호텔 전쟁이 예상된다.

    올해 7월 롯데호텔은 부산 해운대 엘시티에 시그니엘 부산을 그랜드 오픈했다. 시그니엘 부산은 롯데호텔의 서비스 노하우가 집약된 프리미엄 랜드마크 호텔 브랜드 ‘시그니엘(SIGNIEL)’의 두 번째 호텔이다. 시그니엘만의 정상급 호텔 서비스를 동일하게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 ▲ 시그니엘 부산. ⓒ롯데호텔
    ▲ 시그니엘 부산. ⓒ롯데호텔
    8월에는 인터내셔널 호스피탈리티 그룹 SBE와 글로벌 호스피탈리티 그룹 아코르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 최초로 한국에 몬드리안 호텔 브랜드를 론칭,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을 오픈했다.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은 요진건설산업과 함께 아시아지역에 처음 선보인 호텔로 전 세계 5번째 몬드리안 브랜드 호텔이다.

    올해 10월 신세계조선호텔은 부산 해운대에 ‘그랜드 조선 부산’을 오픈했다. ‘그랜드 조선’은 신세계조선호텔의 새 5성급 호텔 브랜드다. ‘즐거움의 여정(Journey to Delightful Moments)’이란 브랜드 슬로건 아래 조선호텔의 전통을 이어가면서 혁신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호텔 경험을 제공한다.

    12월에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가 11개월간의 리모델링을 마치고 재오픈했다. 새로운 럭셔리의 기준을 제시하는 라이프 스타일 호텔을 표방했다.

    내년에도 럭셔리 호텔의 오픈은 줄지어 예정돼있다. 내년 4월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호텔'이 문을 열 예정이고, 코로나19 사태로 개장이 연기된 '페어몬트' 호텔도 내년 상반기 오픈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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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GV
    ◆ '코로나 직격탄' 영화관, 가격인상·OTT 협업까지

    올해 국내 멀티플렉스 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해 영화산업이 붕괴 직전까지 내몰리게 됐다. 

    코로나19 초기 국내 영화관들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관객들이 안전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총력을 다했다.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한 '언택트 시네마'를 선보이고,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위해 좌석 띄워앉기, 모바일 앱이나 키오스크를 통한 티켓 발매 및 확인 등 서비스 전반에서 새로운 시도를 내세웠다.

    하지만 계속된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형 콘텐츠가 영화관을 포기하면서 관객수 회복은 불투명하다. 사태 장기화에 업계는 어쩔 수 없이 생존을 위한 자구책 실행에 착수한 상황이다. 

    업계 1위 CJ CGV는 상영관 감축과 비용 절감 등으로 일단 급한 불을 끄는 한편 OTT 서비스와 손을 잡는 전략을 택했다. CGV는 토종OTT 서비스 ‘왓챠’와 포괄적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 영화 관련 온·오프라인 플랫폼이 함께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전 세계를 통틀어서도 이번이 처음이다. 

    CGV와 롯데시네마는 관람료 인상을 단행하기도 했다. 거리두기 방침으로 수용 관객수가 큰 폭으로 줄었고 비용절감에도 커지는 적자 폭을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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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텔신라 한옥호텔 착공… 코로나 타격에 멈춰선 공사

    올해 7월 호텔신라의 한옥호텔은 어렵게 첫삽을 떴다. 한옥 호텔은 서울 최초의 전통 호텔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취임 직후인 2010년부터 추진한 10년이 넘은 역점 사업이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정문과 면세점 부지에 지하 3층~지상 2층 높이의 전통호텔, 지하 4층~지상 2층 높이 면세점 등 부대시설, 지하 8층 부설주차장이 조성될 예정이다. 투자금액만 약 3000억원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실적이 대폭 꺾이자 호텔신라는 결국 한옥호텔 건립 사업도 1년간 보류하기로 했다. 2023년까지로 예정했던 한옥전통호텔 공사 기한을 2024년 5월로 연장했다.

    호텔신라는 최근 몇 년 간 계속된 관광업 호황 속에 조직에 활기를 불어 넣는 차원에서 매년 통 큰 승진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면세와 호텔 사업이 모두 부진하자 주요 임원들을 그대로 재신임한 가운데 임원 수를 20% 줄이며 긴축 경영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