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이르면 2024년 자율주행 전기차 출시CPU·라이다 사용 경험에 자체 개발 반도체까지엔진 대신 전기 모터… 진입장벽 사라진 車 산업부품 IT 기업-완성차 간 경계 무너져
  • ▲ 줄지어 서 있는 자동차. 본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이 없음 ⓒ뉴데일리DB
    ▲ 줄지어 서 있는 자동차. 본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이 없음 ⓒ뉴데일리DB
    완성차 업체와 정보기술(IT) 기업의 경계가 본격적으로 무너지고 있다.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를 개발 중이라는 소식에 이어 이번엔 LG화학이 부품 회사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손잡고 대대적인 경쟁력 강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엔진이란 철옹성 같은 진입장벽이 허물어진 가운데 미래차 시장에서 사활을 건 격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완성차 업체의 제조 개발 역량이 시험대에 섰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이르면 2024년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애플은 기업 간 거래(B2B)가 아닌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를 겨냥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이나 애플 스토어에서 아이폰뿐 아니라 ‘아이카’를 사게 될 날이 머지 않았다는 얘기다.

    2014년부터 애플은 ‘타이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을 추진해왔다. 과거 애플 이사회 임원이었던 미키 드렉슬러는 스티브 잡스 생전의 꿈이 ‘아이카’ 디자인이었다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2016년 들어 관련 인력 수십 명이 해고되는 등 ‘개발을 포기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기존 전망과 달리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에 올라타기로 한 ‘깜짝 계획’이 흘러나오자 완성차 업계는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애플, 바이두 등 IT 기업이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테슬라 같은 막강한 경쟁자가 더 생기는 것”이라며 “현재의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애플의 가장 큰 강점은 전자장비 부품을 여러 방면에서 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은 아이폰에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구성하는 핵심 중앙처리장치(CPU) 등을 써온 경험이 있다. 자율주행 시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고 가속·감속 페달 등을 제어하는 일련의 과정을 총괄하는 건 CPU의 몫이다.

    지난달부턴 맥북 등 PC 제품에 자체 개발 반도체를 쓰기 시작했다. 아이폰12 프로 스마트폰 등에는 라이다 센서를 적용하고 있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 도래하면서 진입장벽이 사라진 것도 완성차 업체 위기를 가중했다. 완성차 사업은 규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다.

    내연기관 엔진은 수만 개의 부품이 조화를 이뤄 작동한다. 모든 부품이 유기적으로 조립돼 돌아가야 해 최고 수준의 기술을 요구한다. 작은 결함조차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높은 안전성과 강한 내구성을 지녀야 해서 아무나 만들지 못한다.

    그러나 전기차는 엔진 대신 모터로 구동하기 때문에 기존 내연기관의 엔진에 들어가던 수만 개의 부품이 필요 없다.

    LG전자는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함께 10억달러(약 1조109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부품을 생산하는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지난 23일 밝히기도 했다. 합작법인은 모터와 인버터(전력 변환 장치) 등을 생산해 완성차 업체에 공급할 예정이다.

    업계는 마그나 인터내셔널이 지닌 완성차 위탁 생산 경험과 LG전자의 배터리 기술이 결합될 경우 경쟁력을 단번에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전기차 없는 전기차 부품 회사란 꼬리표를 뗄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차에 대한 미련을 쉽게 못 버리고 있다”며 “LG전자, 마그나 인터내셔널, 애플 각각의 관계를 고려 시 부품을 애플 자율주행 전기차에 납품하는 구도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완성차 업체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동시에 전기차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인 배터리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과 설계, 품질 확보 등을 담당할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은 이달 초 열린 간담회에서 “전고체 배터리를 연구하고 있다”며 “때가 되면 최신 배터리 기술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토요타는 최근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내년에는 세계 최초로 이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 시제품을 공개하기로 했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배터리 직접 생산을 논의하고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완성차 업체와 부품 업계 간 치열한 계산이 바탕에 깔려 있다”며 “관계가 복잡 미묘한 시점에 시장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