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조위 결정, 법리적 해석에 다툼 여지 있어대법원 판단으로 이미 법률적 의미가 종료된 사안피해기업 일성하이스코, 4년간 31.8억 이익 챙긴 곳
  • ▲ 이동걸 산은 회장.ⓒ산업은행
    ▲ 이동걸 산은 회장.ⓒ산업은행

    이동걸 산은 회장이 신년 간담회를 통해 윤석헌 금감원장이 송년 간담회에서 재차 언급한 키코 배상 촉구를 단호하게 거부했다. 결국 산업은행은 키코 배상에 끝까지 동참하지 않게 됐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12일 온라인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키코 사태와 관련 “배상할 이유도 없고 배상할 필요도 없다”며 거부 의사를 재차 밝혔다.

    키코 배상 거부 이유를 크게 세가지로 꼽았다.

    우선 이 회장은 “분쟁조정위원회에서 불완전 판매를 했다고 해서 보상 얘기가 나왔는데, 이는 법리적 해석에 있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그 판정을 이해하기 어렵고, 논리적인 이유보다는 정치적 판단이 아니었나 하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또 법률적으로 종료된 사안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 회장은 “대법원 판단이 틀렸다고 금감원이 주장하고 있는데, 대법원 판단은 좋든 싫든 최종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번복한다면 대한민국 금융사에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산은의 거래 상대자인 일성하이스코가 피해기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일성하이스코는 4년간 키코 거래를 통해 상당한 이익을 봤다”며 “4년간 31억8000만원, 연평균 8억원씩 이익을 챙겼고, 이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당기순이익의 16~42%를 차지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인지, 금융업인지 모를 정도”라며 “본업 못지않게 파생금융산업에 탐닉해 많은 이익을 봤고 마지막에 큰 손해를 봤을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동걸 회장은 키코 배상 관련 더이상 문제가 안됐으면 좋겠다며 금감원의 배상 촉구를 끝내 거부했다.

    앞서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달 23일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은행권의 키코 자율보상 구상을 묻는 질문에 “(은행들이) 고객과의 분쟁을 매듭지으려는 노력을 하는 것에 대해 금감원장으로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씨티은행과 신한은행이 자체적으로 이사회를 통해 대상과 기준, 원칙을 정해서 피해보상을 하겠다고 했고 또 한곳의 은행도 얘기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2019년 12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은행 6곳(신한·하나·대구·우리·씨티·산업은행)이 키코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피해기업 4곳에 대해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나머지 147개 피해기업에 대해선 분조위의 분쟁조정 결과를 토대로 은행에 자율조정을 의뢰했다. 조정을 의뢰받은 은행 6곳 중 우리은행만 권고안을 받아들였으나 최근 씨티은행과 신한은행이 보상결정을 내렸다.

    하나은행과 대구은행도 키코 피해를 입은 기업에 보상하는 기준과 방안을 놓고 내부적으로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키코 보상과 관련한 자율조정 합의를 위해 조성된 은행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금감원의 배상 권고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