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단절 노력에도 이 부회장 실형 당혹삼성 준법경영 진정성 인정되지만 실효성은 부족?장기간 리더십 부재, 신사업 진출-의사결정 지연 우려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형 선고로 '총수 공백'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삼성은 파기환송심 재판부 권고에 따라 준법경영 강화 및 51년 만에 무노조 경영 폐지 등 과거와의 단절 노력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재판부 판결에 더욱 당황해 하는 모습이다.

    재계에서는 경제적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기업의 경영 공백으로 국가 경제·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18일 오후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선고공판을 진행하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은 같은 이유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는 범행을 기획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각각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은 삼성 준법감시제도가 주요 양형 기준으로 적용될지 이목이 집중됐다.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양형조건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 부회장의 준법경영 강화에 대한 의지 및 진정성은 인정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실효성에 대해서는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그간 준법위 설치를 비롯해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무노조 경영 폐지 등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삼성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판부의 권고 이행에도 최악의 상황을 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지난해 파기심 첫 공판을 시작하며 이 부회장과 삼성에게 ▲과감한 혁신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 ▲재벌체제 폐해 시정 등 3가지를 주문하며 준법위 설치 및 활동 성과를 평가하겠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이에 삼성은 지난 2월 독립조직으로 삼성준법위를 출범했다. 위원회는 삼성 계열사 최고경영진의 준법의무 위반을 독립적으로 감시·통제하고, 삼성 계열사의 준법 의무 위반 위험이 높은 사안은 직접 검토해 회사측에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 왔다.

    이를 위해 매달 1회 이상 위원회를 열어 삼성 계열사의 준법감시제도에 대해 주기적으로 보고받고 실효적으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며, 개선사항을 권고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1일에도 직접 준법위 위원과 만나 “준법위의 독립성과 지속적인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며 준법경영 확대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 했다. 

    이를 통해 준법위는 그간 이재용 부회장의 4세 경영 포기, 노조 관련 대국민 약속, 관계사들의 준법경영 실천 확대를 이끌어 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밝힌 바 있다.

    이 부회장은 당시 "삼성이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운을 뗀 뒤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약속 드린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도 이 부회장은 외부에서 부당한 압력이 들어와도 거부할 수 있고 거부할 수 밖에 없는 준법시스템 만들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 부회장은 "법에 어긋나는 일은 물론이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일도 하지 않겠다"며 "사업지원TF는 다른 조직보다 더 엄격하게 준법감시 받게 하는 등 더 투명하게 운영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저를 포함해 어느 누구도 어떤 조직도 삼성에선 결코 예외로 남을 수 없을 것"이라며 "준법을 넘어 최고 수준의 투명성과 도덕성 갖춘 회사로 거듭나도록 제가 책임지고 추진할 것을 분명히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 부회장은 51년간 이어져 온 '무노조 경영'의 사슬도 끊었다.

    실제로 삼성전자 경영진은 11월 노조 공동교섭단과 처음으로 상견례를 갖고 단체교섭 관련 기본 원칙을 정하고 ▲교섭위원 활동시간 보장 ▲단체교섭 준비를 위한 임시사무실 제공 등에 합의했다. 

    지난 14일에는 삼성디스플레이 노사도 '단체협약 체결식'을 개최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사는 지난해 5월 제 1차 본 교섭을 개최한 이후 7개월여 동안 총 9번의 대표 교섭과 본 교섭을 통해 같은해 12월22일 109개 항목의 단체협약안에 잠정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최종적으로 실형을 선고하면서 삼성의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 2018년 2월 이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 '뉴삼성'으로 발전을 꾀하던 시점에 또 다시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맞게 됐다.

    삼성이 한국 경제와 글로벌 기업으로서 위상 등을 고려할 때, 이번 판결로 인한 삼성의 경영활동 위축은 개별기업을 넘어 한국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입장문을 내고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타격과 세계 각국의 자국 산업 보호 중심의 경제정책 가속화 등으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며 "이런 상황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의 경영 공백으로 중대한 사업 결정과 투자가 지연돼 경제·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무역협회는 "삼성의 경영 차질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삼성의 신인도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며 "이번 판결로 인한 경제계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장기간의 리더십 부재가 신사업 진출과 빠른 의사결정을 지연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