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봉석 LG전자 CEO, 스마트폰 매각설 입장문 내놔4년차 맞은 구광모 회장, 전장부품 등 신사업 추진 강화비주력 정리 등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사업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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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가 수년간 지속된 적자 속에서도 명맥을 이어가던 스마트폰 사업을 대대적으로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미래 성장동력에 힘을 쏟는 구광모 LG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LG전자도 효율화를 위한 사업개편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모습이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지난 20일 구성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MC 사업본부의 사업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되니 불안해할 필요 없다"고 밝혔다.

    최근 스마트폰 사업부문의 매각 가능성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자 입장문을 내놓은 것이다.

    MC사업본부는 지난 2015년 3분기를 시작으로 2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누적된 영업적자는 5조원 규모다.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앞서도 매각설이 빈번하게 나왔다. 그때마다 "사실 무근"이라며 매각설을 일축했던 LG전자가 이번에는 CEO가 직접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며, 사업 철수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베트남 스마트폰 제조사 빈스마트와 페이스북, 폭스바겐, 구글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면서 부분 매각이 진행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속된 적자에도 5년간 끌고갔던 사업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가시화된 데에는 구광모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LG는 구 회장 취임 이후 최근 전장과 인공지능(AI), 로봇 등 미래먹거리 사업에 공을 들이는 동시에 비주력 사업들을 정리하며 실용주의 경영을 펼치고 있다.

    구 회장 취임 첫 해인 2018년에는 LG전자의 로보스타 경영권 인수와 LG화학의 미국 자동차 접착제 회사 유니실을 인수했다. 이듬해에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비전 인수와 LG화학의 미국 듀폰 솔루블 OLED 기술 인수, LG생활건강의 미국 화장품 회사 뉴에이본 인수 등이 차례로 진행됐다.

    또 LG전자와 LG화학 등 5개 계열사는 미국에 설립한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AI와 로봇, 가상현실(VR), 바이오 분야 등 스타트업에 1900만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자했다.

    구 회장은 지난해 12월 디지털전환 추진의 일환으로 'LG AI연구원'을 설립하기도 했다. 구 회장은 LG AI연구원 출범 축하 메시지에서 "LG가 추구하는 AI의 목적은 기술을 넘어 고객의 삶을 더 가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LG전자가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인터내셔널과 손잡고 오는 7월 출범을 목표로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미래차 사업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구 회장은 신사업 투자와 함께 경쟁력을 잃은 사업들을 과감히 처분하는 결단도 내렸다.

    지난해 LG화학은 LCD 편광판 사업을 중국 업체에 매각했으며, LG디스플레이도 국내 TV용 LCD 생산 중단을 앞두고 있다. LG이노텍은 스마트폰용 기판 등 인쇄회로기판(PCB) 사업 종료에 이어 LED 조명사업을 철수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도 원가 절감을 위해 2019년 평택 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했지만, 1년이 지난 시점에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등 실적 악화가 지속되면서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권 사장은 "LG전자는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철수 의사 결정을 한다면, 그 영향에 대한 평가를 떠나서 구 회장의 사내 리더쉽 확보에 대한 의구심이 확실히 제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