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매체, 인텔-삼성 파운드리 계약 체결 소식 전해인텔, 10나노 이하 초미세공장 개발 어려움 겪어와李 부회장 공백 속 경쟁력 악화 우려 잠재워
  • ▲ 지난 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평택 3공장 건설현장을 점검하는 모습. ⓒ삼성전자
    ▲ 지난 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평택 3공장 건설현장을 점검하는 모습.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총수 부재'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미국 인텔로부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수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분위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반도체 전문매체 세미어큐레이트는 인텔이 최근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에서 올 하반기부터 월 300㎜ 웨이퍼 1만5000장 규모로 인텔 칩을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미애큐리트는 반도체 업계에서 공신력이 높은 매체는 아니지만, 이번 보도가 사실이라면 반도체 시장이 지각변동하는 신호탄일 수 있다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앞서 인텔은 지난해부터 10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개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사 물량을 대만의 TSMC나 삼성전자에 위탁생산을 맡길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인텔은 글로벌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도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5나노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한 것도 인텔과의 계약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삼성전자와 TSMC에 반도체 생산 물량을 나눠서 맡김으로써 협상력을 높이는 전략을 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인텔이 요구하는 수준의 미세공정이 가능한 파운드리 업체는 삼성전자와 TSMC가 유이하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오스틴팹 외주 계약이 사실이라면 인텔 입장에서는 TSMC의 독점 계약보다는 삼성전자와 함께 공급사를 2곳으로 정하는 듀얼 벤더 활용방안이 주는 장점에 주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인텔 물량을 수주하게 되면 오는 2030년까지 비메모리 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해 메모리에 이어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가게 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도 IBM, 엔비디아, 퀄컴 등 잇따라 파운드리 수주에 성공하면서 TSMC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2년 3나노 칩 양산에 본격 돌입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수감으로 '총수 공백' 리스크가 발생하면서 제기됐던 사업 경쟁력 악화 위기 우려도 잠시나마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부회장은 올해 첫 현장 경영 행선지로 반도체 공장을 선택하며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조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2021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삼성으로 도약하자"며 "함께 하면 미래를 활짝 열 수 있다. 삼성전자와 협력회사, 학계, 연구기관이 협력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신화를 만들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