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항공산업 지원방안 발표… 코로나 이후 노선회복 추진전문가 "백신 늦어 불리… 부처 컨트롤타워 구성·대응해야"LCC에 2000억 유동성 추가 공급… "지급 규모·속도 관건"고용유지지원금·특별고용지원업종 연장 등 고용안정에도 역점
  • ▲ 썰렁한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연합뉴스
    ▲ 썰렁한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우한 폐렴)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의 위기 극복과 재도약을 위해 저비용항공사(LCC)에 2000억원의 유동성을 추가 공급할 방침이다.

    노선 회복을 위해선 방역 우수지역 간 자유여행을 허용하는 트래블 버블을 추진한다. 다만 일각에선 한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전 세계 꼴찌 수준이어서 접종을 서두른 선진국과의 트래블 버블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3일 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1차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항공산업 코로나 위기 극복·재도약 방안'을 발표했다. 기존 지원대책을 연장하고 단계적으로 노선을 복원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게 뼈대를 이룬다.

    ◇공항시설사용료 감면 6월까지 연장

    먼저 정부는 고용안정을 위해 올해도 최장 180일까지 고용유지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휴직 기간에 생계유지를 위해 일용소득이 발생한 근로자에게도 고용유지지원금을 준다. 이달 말 종료되는 특별고용지원업종 연장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예비 조종사의 경력단절을 막고자 울진비행훈련원과 하늘드림재단 등에 교육과정을 신설하고 교관 채용인원도 늘린다. 면세점은 사업권을 유지하는 사업자에게 사업권이 종료되는 면세점 일부를 이어받아 임시매장으로 운영토록 해 고용이 승계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효과적인 지원책으로 평가받는 공항시설사용료는 오는 6월까지 감면 혜택을 연장하고 항공수요 회복을 봐가며 연장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코로나19 이후 운항 정상화를 위해 올해 사용하지 않은 슬롯(항공기 이착륙 가능 시각)과 운수권에 대한 회수도 유예한다. 또한 외국항공사가 미사용 중인 국내 공항 내 슬롯도 우리 항공사의 국내선에 한시 배정해 영업기회를 확대한다. 항공 화물운송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3일쯤 걸리던 화물탑재 품목 허가를 사후 신고제로 전환해 당일 화물 옮겨싣기가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연합뉴스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연합뉴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지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과 관련해선 해외 기업결합심사 등을 지원하고, 항공사 간 운수권·슬롯 공유가 가능하게 규제 개선에도 나선다. 중복노선은 축소 대신 운항시간대를 다양화해 소비자 선택 폭도 넓힌다.

    LCC 제주항공·티웨이항공·진에어는 유동성을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올 3분기까지 2000억원쯤 자금이 부족할 거로 보고 실사 등을 거쳐 지원 여부와 규모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에어서울도 필요한 경우 모회사를 통해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신생 LCC인 에어프레미어·에어로케이는 올 연말까지로 면허발급 조건이었던 취항 시기를 늦춘 상태다.

    항공전문가는 지원 속도와 규모가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항공사들의 자금조달이 막힌 상태여서 금융지원의 폭이 넓어야 한다"며 "(정부가)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에 재난지원금을 서둘러 준다는데 (LCC 등에는) 더 빨리줘야 한다. 물에 빠져 떠내려가고 있는데 빨리 건져줘야 한다. 지난해처럼 관련 절차를 밟느라 지급에 몇달씩 걸려선 안 된다. 외국처럼 생략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 ▲ 여객기.ⓒ연합뉴스
    ▲ 여객기.ⓒ연합뉴스
    ◇무착륙 관광비행 인천→지방공항으로 확대

    운항 회복과 관련해선 인천공항 출발로 한정된 무착륙 관광비행편을 지방공항으로 확대한다. 항공사·여행사 등에는 모객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제선 중단 장기화에 대비해 연내 트래블 버블도 추진한다. 트래블 버블이란 방역 우수 국가끼리 안전망을 형성해 여행을 허용하는 협약을 말한다. 항공수요와 방역수준을 고려해 노선을 고른 뒤 협약을 먼저 맺고 관계기관(외교·방역) 협의를 거쳐 격리면제 완화와 직항편 운항 시기를 결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앞으로 운항 확대가 예상되는 국가 등과 선제적으로 항공협상도 추진할 생각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우리나라의 백신접종이 늦어지고 있어 트래블 버블이 헛구호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와 외신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105번째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7개국 중에선 꼴찌다. 선진국이 백신 접종이 끝난 나라끼리 협약을 맺으면 우리나라는 대상 국가에서 빠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허 교수는 "(우리나라가) 백신 접종 속도가 늦은 건 트래블 버블에 불리하다"면서 "다만 한국이 여전히 방역 우수 국가로 분류되고 여행시장이 올 연말까지 코로나19 이전의 51~52% 수준에 그치는 등 회복이 더딜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영국처럼 중앙정부 차원의 전담반(TF)을 만들어 질병당국을 설득하는 등 항공산업 재도약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외교부·법무부·문화체육관광부 등이 따로 목소리를 내지 말고 컨트롤타워(지휘소)를 구성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항공기 취득세·재산세 추가 감면 검토

    업계에서 꾸준히 요청해온 항공기 취득세·재산세 추가 감면도 검토한다. 항공기 취득세는 올해까지 60%를 감면하고 재산세는 LCC만 50% 감면 혜택을 준다. 주요 경쟁국에는 관련 세제 부담이 없는 경우가 많다.

    고부가가치 신산업으로 추진하는 항공정비사업(MRO) 경쟁력도 강화한다. 군용기 절충교역, 조세 감면, 국내 항공사의 해외 정비물량 국내 전환 유도 등을 추진한다.

    업계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 하반기 항공조합 설립, 항공안전 감독체계 혁신, 항공전문교육기관 설립도 진행한다.

    이 밖에도 공항과 도시개발을 연계하는 시범사업 추진, 해외 공항사업 수주, 생체정보를 활용한 탑승객 신분확인 시스템 도입 등 미래 항공산업 성장동력 확보에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