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래 회장의 후계 선택에 장녀·장남 반발한정후견심판 이어 주주제안으로 역공지분 42.9% 조현범 사장 우위… 갈등 장기화 우려
  • 한국타이어家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무려 80여년 가까이 부동의 국내 1위로 타이어 시장을 이끌며 세계 7위의 글로벌 업체로 성장한 한국타이어가 부녀와 형제, 남매간의 경영권 분쟁이라는 초유의 격랑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후계구도를 둘러싼 이견은 끝내 봉합되지 못한채 오는 30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심판을 받기에 이르렀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견실한 성장을 이룬 경영실적과는 무관한 오너가 분쟁에 그룹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한국타이어家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해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양래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 전량을 차남인 조현식 사장에게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조 사장의 지분율은 19.31%에서 42.9%로 두 배 이상 늘어났으며 단박에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자연스레 후계구도가 기운 것이란 분석이 뒤따랐다.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의 지분율 19.32%,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의 0.83%, 차녀인 조희원씨의 10.82%의 합 보다도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녀인 조 이사장은 곧바로 아버지의 결정에 반기를 들고 나왔다. 조 회장의 결정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에 의해 내린 것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한동안 추이를 지켜보던 조 부회장도 끝내는 누나의 편에 서서 한후견심판 절차에 참여한다고 선언했다.

    반면 차녀인 조희원씨는 중립적 입장으로 가족간 경영권 다툼에서 한 발 떨어져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 회장은 즉각 "첫째 딸이 왜 이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자신의 건강에는 문제가 없고 조 사장에게 지분을 넘긴 것은 계획하고 있던 일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형제가 나란히 횡령과 배임 등의 송사에 휘말리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갈등은 다시 조 부회장이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 주주제안을 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지난달 24일 조 부회장이 돌연 사임 의사를 피력했다.
  • ▲ 조현범 사장(왼쪽)과 조현식 부회장.
    ▲ 조현범 사장(왼쪽)과 조현식 부회장.
    조 부회장은 회사의 명성에 누가 될 수 있는 경영권 분쟁 논란의 고리를 근본적으로 끊어내고자 사임 한다고 했지만 조건부 모양새였다.

    그는 이한상 고려대 교수의 한국앤컴퍼니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선임을 전제로 했다. 동생인 조 사장에 대한 지속적인 견제장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였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조 부회장은 회사나 이사회와 아무런 협의도 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전후 상황에 비춰 만약 해당 선임이 불발된다면 조 부회장의 대표이사 사퇴는 없었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이 교수는 '조현식 부회장의 대리인이 아니다'라는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조 사장이 중심이 된 이사회는 조 부회장에 맞서 김혜경 이대국제대학원 초빙교수를 감사위원 후보로 내세웠다.

    형제가 직접 대결 대신 감사위원 후보로 세 대결을 벌이는 형국이 된 셈이다.

    5.21%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과 17.57%를 보유한 소액주주들, 그리고 3%룰 등의 변수들이 있지만 대개의 전망은 조 사장의 우위를 점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조 사장이 지주사 지분을 절반 가까이 확보함에 따라 조 부회장이 주총에서 이를 뒤집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조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겠다고 했지만, 등기임원을 사퇴하는지, 부회장직, 이사회 의장직도 내려놓는지 등은 여전히 불분명해 주총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후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타이어에 정통한 다른 관계자도 "조양래 회장이 조 사장에게 지분을 몰아준 것은 형 보다 동생의 경영능력을 더 높히 산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영권 분쟁과 그룹 분열 등을 막기 위한 나름의 고육지계였지만 뜻을 이루기까지는 상당기간 진통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