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계대출 502조…1년 전보다 4.9% 늘어자산 투자, 서민층 생계자금 수요 복합 작용"레버리지 확대 억제, 금융 접근성 제약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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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용융자와 신용대출 중심으로 비은행 가계대출이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자산 투자 수요와 서민층 생계자금 수요가 복합 작용한 결과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비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502조원으로 전년 말 대비 4.9%(23조7000억원) 늘어나며 1년새 증가 전환했다.

    비은행 가계대출 중에서도 신용융자와 신용대출이 각각 10조원, 9조5000억원 증가하면서 지난해 전체 대출 증가액의 82.7%를 차지했다.

    특히 주식시장 호조에 따른 레버리지 투자 행태가 강화되면서 신용융자 증가율이 2019년 -2.1%에서 지난해 108.7%로 급증했다. 

    주가 상승 기대가 클수록 대출 확대 경향이 뚜렷한 가운데 지난해 주가 상승률(31%)보다 대출 증가율이 3.5배 높아 이전의 주가 상승기보다 증권사들이 레버리지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신용대출은 수요가 꾸준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가 증대되면서 저축은행과 여신전문회사 중심으로 대출 증가율이 8.8%에서 9.8%로 확대됐다.

    저축은행과 여전사는 중신용자, 고령층, 자영업자 등 서민층 대출이 상대적으로 확대되면서 고신용자, 청년층, 비자영업자 중심으로 증가한 은행과는 차별화했다.

    지난해 신용대출 증가액의 87%가 중신용자 대출이었다. 특히 60대 이상 및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이 각각 21.7%, 15.9%로 여타 연령대(5.0~14.7%) 및 비자영업자(8.8%)보다 높았다.

    반면 은행은 고신용자 대출이 신용대출 증가액의 대부분이었다. 30대 이하 및 비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이 각각 29.7%, 21.1%로 여타 연령대(14.6~26.5%) 및 자영업자(19.1%)보다 높았다.

    비은행 가계대출 중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비주택담보대출은 각각 1000억원, 1조1000억원 증가했다. 

    비주담대는 경기회복 기대와 중대형 상가 및 오피스 투자수익률이 양호한 탓에 상업용 부동산 시장 투자 수요가 증대되면서 증가율이 -2.2%에서 0.2%로 증가 전환했다. 

    상업용 부동산 거래량이 지난해 상반기(15만6000건) 중 일시적으로 위축됐다가 하반기(18만건) 들어 증가한 가운데 부동산 가격 상승률도 확대됐다. 

    일반 주담대 역시 보험사 주담대 중심으로 증가율이 -6.6%에서 0.1%로 증가 전환했다. 비은행의 대출 규제 수준이 은행보다 느슨한 가운데 보험사의 금리 경쟁력이 강화된 영향이다.

    보험사와 은행 간 주담대 금리 격차가 지난해 1월 0.84%포인트에서 12월 0.39%포인트로 꾸준히 축소된 가운데 은행보다 DSR 규제가 느슨한 서울 등 일부 투기과열지구의 보험사 주담대 취급 비중이 상반기 12.1%에서 하반기 15.4%로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비은행 가계대출 확대로 저소득·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성이 제약되거나 금융회사의 수익 추구로 레버리지가 과도하게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한은은 가계의 차입을 통한 자산 투자로 금융과 실물 괴리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대출의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은은 "증권사의 신용융자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유도하고, 업권간 대출 규제 차익을 축소하는 등 규제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층은 업권 간 중금리 대출상품 경쟁 촉진을 통해 중·저신용자의 금융부담 완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