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 회계법인에 원가 분석 참여 요청…삼일 유력내달초 법인 선정 시 적격비용 산정 작업 본격화카드사 "불황형 흑자…수수료 더 낮출 여력 없어"작년 순이익 23% 증가…마케팅 비용 절감 덕 커
  • 3년 만에 돌아온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을 위한 회계법인 선정 작업이 차질없이 진행되면서 카드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더는 낮출 여력이 없다고 호소하지만 지난해 양호한 실적을 거둔 데다, 정치권에선 수수료 부담을 줄이는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어 추가 인하에 무게가 실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는 삼일, 삼정, 딜로이트안진, 한영 등 빅4 회계법인에 카드 수수료 원가(적격비용) 분석 참여를 요청하는 제안서를 보냈다.

    여신협회는 카드사와 함께 참여 의사를 밝힌 회계법인의 심사를 진행해 내달 둘째주쯤 수수료 원가 분석을 수행할 전문 컨설팅 기관 한 곳을 선정할 예정이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수수료율 재산정을 위해서는 3월 말 마무리되는 각 카드사의 결산 자료가 필요하다"며 "회계법인에 통상 2주 정도 제안서 제출할 기간을 주고 일주일간 심사를 해 뽑게 된다"고 전했다. 

    앞서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논의가 처음 시작될 때부터 삼일회계법인이 컨설팅을 담당해온 만큼 이번에도 삼일 측이 최종 기관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적격비용은 카드로 결제할 때 발생하는 비용으로, 2012년부터 3년 주기로 진행해 이듬해 변경된 수수료율을 반영한다. 2022년부터는 재산정된 적격비용으로 새로운 수수료가 적용되는 것이다.

    카드사들이 회계법인에 최근 3년간 들어간 원가 데이터를 제공하면, 회계법인이 이를 분석하고 금융당국·업계의 협의를 거쳐 적격비용을 재산정하게 된다. 7~8월 적격비용 산출 작업이 완료되면 11월께 수수료 재산정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카드사들은 수수료 인하 논의가 본격화하자 초긴장하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 수익성을 보전하는 식의 비용 절감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추가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018년 수수료 재산정 때 우대 가맹점을 연매출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 이하로 확대했고, 전체 가맹점의 96%가 매출 규모에 따라 0.8∼1.6%의 우대수수료를 받고 있어 더 낮추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 수수료 인하 여지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카드사의 실적 개선세 때문이다. 8개 전업카드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264억원으로 전년 대비 23.1% 증가했다. 

    카드사들은 일회성 요인에 기인한 '불황형 흑자'라고 입을 모은다. 총수익 감소세(-36억원)보다 마케팅 비용을 절감한 효과로 총비용(-3838억원)이 더 크게 감소한 게 순이익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해외여행 감소로 해외결제 시 발생하는 국제 카드브랜드 이용료 등 제휴사 지급수수료가 전년 대비 2406억원 급감했고, 대면 모집 위축에 따른 모집비용 역시 1187억원 급감한게 총비용을 줄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여행·숙박 등 관련 마케팅을 진행할 수 없어 고비용을 확 줄인 일회성 성과가 컸고, 이제 비용 절감도 한계"라며 "그나마 카드론 수익이 증가했으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매년 감소해 총수익을 갉아먹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