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 혐의 최신원, 법정공방조양래, 자식들과 성년후견 갈등
  • 최근 재계 회장들이 잇따라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면서 수난을 겪고 있다. 사정당국이 겨눈 칼 끝에 법정에 서는가 하면, 자녀와의 갈등으로 성년후견심판을 받고 코로나에 편승한 황당 마케팅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일까지 빚어지고 있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은 지난 2월 1200억대의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된 뒤 영어의 몸이 됐다.

    SK그룹 창업주인 고(故) 최종건 회장의 아들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형인 최 회장은 그간 기부왕이란 별칭이 붙을 정도로 사회공헌활동에 열성적이었던 터라 충격파가 컸다.

    SKC대표이사 회장이었다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후 다시 2016년 SK네트웍스 회장으로 돌아왔지만 또다시 퇴진의 문턱에 섰다.

    검찰이 밝힌 최 회장의 혐의는 크게 7가지. 수년간 자신이 운영하는 6개 계열사에서 개인 골프장 사업추진, 가족 및 친인척 등에 대한 허위급여, 호텔 빌라 거주비, 개인 유상증자 대금 납부 등 명목으로 2235억원을 부정사용한 혐의다.

    SK그룹에도 여파가 미쳐 7일 그룹 2인자 격인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까지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SKC의 SK텔레시스 유상증자 참여와 관련한 의혹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SK 측은 검찰의 칼날이 어디까지 미칠지 수사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너 리스크 속에 상장이 예상되던 SK매직의 IPO가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재계 회장 가운데 가장 난처한 상황에 놓인 인물은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회장이다. 가족간 반목이 경영권 분쟁으로 번지면서 부녀, 부자간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부친의 건강상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성년후견 갈등을 겪고 있다. 

    급기야 조 회장은 지난달 법원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수행원의 부축 없이 스스로 걸어서 법원에 들어가고, 40여분간 진행된 재판부 심문에 임하는 등 그동안 제기됐던 건강 이상설과는 거리가 먼 듯 보였지만 딸과 장남과 겪는 가족분쟁은 아직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조 회장은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에 대해 "그동안 나름대로 공평하게 해왔다"며 "우리 딸이 왜 그랬는지 정말 답답하고 빨리 끝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오랜 시간 건강관리 차원에서 쌓인 진료 기록이 있어 성년후견 개시 심판은 불필요하지만 법원의 판단에 따르겠다는게 조 회장측 입장이다.

    '회장' 자리를 내놓는 사례도 나왔다. 남양유업 홍원식 전 회장은 불가리스 파문으로 '눈물의 사퇴'를 해야 했다. 

    홍 전 회장은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장남이자 오너3세인 홍진석 상무도 보직해임됐다.

    남양유업家는 추락한 기업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사퇴까지 불사했지만 여론 반전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재계 일각에선 "대그룹 총수들이 송사에 휘말리면서 기업 이미지와 체면을 구기는 상황이 계속되고고 있다"며 "지배구조와 혁신 등 ESG 경영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