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안만으론 지원 어렵다" 쐐기HAAH·에디슨모터스·케이팝모터스 등에 시큰둥ARS 이어 P플랜도 무산… 새 인수자 물색이 유일 해법
  • ▲ 쌍용자동차 경기 평택 공장 ⓒ쌍용차
    ▲ 쌍용자동차 경기 평택 공장 ⓒ쌍용차
    쌍용자동차 회생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산업은행(산은)이 쌍용차 노사가 합의한 자구안만으론 자금지원이 어렵다고 못 박았다.

    좀처럼 진전 없이 얽힌 ‘투자 유치’란 매듭을 쌍용차가 직접 풀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 몸집을 줄여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 것 외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쌍용차 노사는 지난 14일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에 공식 합의했다.

    최대 2년 무급 휴직을 골자로 한 노사 합의안은 △임금 삭감 및 복리후생 중단 2년 연장 △임원 임금 20% 추가 삭감 △경영 정상화 전까지 무파업 결의 △단체협약 주기 3년(현행 2년)으로 변경 △유후자산 추가 매각(4개 소) 등이 포함됐다.

    회사 측은 당장 다음 달 기술직 50%와 사무·관리직 30%에 대해 무급휴직을 시행한다. 시행 방안은 이달 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업계에선 쌍용차가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고 진단했다. 회생계획 기틀을 마련했고, 정부와 산은에 금융지원을 요청할 명분을 쌓았다는 판단에서다. 

    게다가 잠재적 투자자로부터 인수 매력을 어느 정도 지켰다는 점에서 긍정 평가가 많았다. 이에 내부적으로 대출 만기 연장이나 지원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가 흘렀다. 

    그러나 산은은 같은 날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쌍용차 자금지원 방침은 변한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자구안이) 충분한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지속가능한 사업계획 없이는 그 누구도 쌍용차를 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경영 능력을 갖춘 투자자 유치와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투자자가 없으면 만사가 종이조각”이라며 “인수의향자가 없으면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마저 끝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 “과연 2년 안에 정상화될 것인지 모든 것을 투자자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임금채권에 대해선 “결국 자금이 과거 부실을 메우는 데 쓰이지 않을까 걱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쌍용차 노동조합이 무쟁의 확약을 이룬 것도 “필요조건이었을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쌍용차는 난감한 처지에 몰리게 됐다. ‘뼈를 깎는 고통’이라고 강조한 자구안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율 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에 이어 P플랜(사전회생계획제도)까지 무산된 가운데 믿을 맏한 새 주인이 유일한 돌파구가 됐다.

    쌍용차는 지난해 미국 HAAH오토모티브와 매각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전기버스 제조업체 에디슨모터스, 케이팝모터스, 박석전앤컴퍼니 등도 거론되고 있지만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만큼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손쓸 도리가 없어진다”면서 “쌍용차는 하루빨리 매각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쌍용차는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체질 개선으로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첫 번째 전기차를 투입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지난 14일 전기차인 ‘코란도 이모션’의 본격 양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코란도 이모션은 오는 10월 유럽에 먼저 투입된다. 국내에는 반도체와 부품 수급 상황을 고려해 출시 시기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관리인인 정용원 쌍용차 기획관리본부장(전무)은 “인수합병 추진으로 기업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매각 주관사인 한영회계법인과 법무법인 세종 컨소시엄은 이달 말 쌍용차 매각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