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 문제 10종 피해금액 전액 보상 결정…"고객 신뢰 회복 위해 선제적 대응"NH, 보상 결정까진 시일 걸려…"판매사에만 치우친 책임, 자본시장 발전" 명분 내세워업계 일각선 한투 결정이 판매사 위축하고 부담 키운다는 우려도
  • 한국투자증권이 부실 사모펀드 피해금액 전액을 보상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최근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들에게 투자 원금 전액을 반환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두 회사가 사모펀드 사태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같으면서도 달라 눈길을 끈다.

    한국투자증권은 고객과의 신뢰 회복을 강조하며 이례적인 선제 대응에 방점을 뒀고, NH투자증권은 피해보상 결정에까진 다소 시일이 걸렸지만 사모펀드 사태 책임이 판매사에게만 치우진 자본시장의 자정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일각에선 한투의 이번 결정이 향후 업계에 미칠 영향력을 주시한다. 
  • ▲ ⓒ한국투자증권
    ▲ ⓒ한국투자증권
    ◆한투, 문제 펀드 10종 100% 원금 보상 결정…이례적인 선제 보상책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6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펀드와 옵티머스펀드를 비롯해 디스커버리, 삼성젠투, 팝펀딩, 피델리스무역금융 등 10개 상품에 대해 투자 원금 전액을 보상한다고 밝혔다.

    이들 펀드의 전체 판매액은 1584억원으로, 이미 일부 상품이 전액 또는 부분 보상 진행되면서 추가로 지급할 보상액은 805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한국투자증권의 1분기 당기순이익(3506억원)의 23% 수준이다.

    정일문 사장은 "추가로 지급할 보상액이 현실적으로 부담스러운 규모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금은 비용이어도 향후 미래를 위한 투자로서 실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의 전액 보상 방침의 의미가 향후 판매사로서 그 어떤 문제가 되는 상품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업계에선 이번 한투의 결정이 이례적인 조치로 여기고 있다. 그간 판매사들은 금융당국의 분쟁조정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로서 투자자들의 피해손실을 보전해왔지만 한투는 아직 분쟁조정 결과 등이 나오지 않은 펀드에 대해서도 판매사로서 100% 선보장을 약속했다.

    정일문 사장은 이번 피해 보상 결정을 발표하면서 고객과의 신뢰를 거듭 강조했다. 고객과의 신뢰 회복을 위한 판매사로서의 선제적인 대응이라는 것이었다. 한투는 앞서 옵티머스펀드 사태와 관련해서도 287억원에 대해 판매 책임을 인정하고 지난해 7월과 9월 각각 1차 원금 70%, 2차로 20%에 이어 올해 4월 나머지 10% 추가 지급을 결정하는 등 선제적 결정을 내려왔다.

    신뢰 회복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팝펀딩 펀드와 관련해선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있어 이번 조치가 제재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정 사장은 "제재심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결정했다면 심의 도중 발표했을 것"이라며 "고객에 대한 바른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 신뢰 회복에 나서고, 시장 선진화를 이끌겠다는 의사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펀드 투자에 대한 손실의 전액 보상 결정의 파장에 대해 시장의 우려도 있다. 일부 펀드에선 불완전판매 소지가 없음에도 보상금액 부담이 크지 않은 한국투자증권이 선제적인 전액 보상 결정을 내림으로써 타 증권사들의 환매 중단 펀드 처리 과정을 한쪽으로 치우치게 하는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한투의 파격적인 결정 선례가 다른 증권사들의 펀드 처리 과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면서 "사모펀드 설정에도 앞으로는 쉽게 판매사가 나서기 쉽지 않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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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H투자증권
    ◆NH, 17일부터 옵티머스 투자금 일괄 지급…"자본시장 발전"

    NH투자증권도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 100% 원금 전액 반환을 지난달 결정, 일반투자자 831명에 대해 이날(17일) 오후 지급할 예정이다.

    옵티머스펀드 최대 판매사라는 점에서 1개 펀드에 대해 NH 측이 반환해야 할 총액은 2780억원으로, 한투가 10개 펀드에 대해 지급해야 할 금액 2배에 달한다. 이는 이 회사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5769억원) 절반 수준에 육박한다.

    NH투자증권이 전액 반환 결정을 내리기까진 적지 않은 진통이 있었다.

    NH투자증권은 금융당국의 판매사 100% 배상 권고에도 수탁사인 하나은행, 사무관리회사인 한국예탁결제원이 펀드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판매사에게 치우진 책임 부담에 부당함을 주장해왔다. 특히 피해금액 규모가 상당해 이사회 설득이 쉽지 않다는 점도 이유로 작용했다. 

    장고 끝에 NH 측이 투자원금 전액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기로 한 결정을 두고 일각에선 결국 당국의 결정에 따를 거면서 시간을 끌어 투자자들의 피로감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그 과정에서 정치권의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회사로선 부담도 컸다는 분석이다.

    반면 NH투자증권의 이번 조치가 명분 있는 시간 끌기였다는 평가도 있다. NH투자증권은 사모펀드 피해 보상 결정을 발표하면서 자본시장 발전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업계에선 일정부분 타 금융기관에도 사태 책임이 있는데도 금융당국이 보상 주체를 판매사에만 한정시킨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다.

    이에 NH투자증권은 피해 보전 방침을 정하면서 대위변제로 수익증권을 인수해 손해배상과 구상권 청구권한을 넘겨받는 형태를 취했다. 투자금 원금을 주고 수익증권을 사들임으로써 투자자 입장에선 피해액을 되찾을 수 있고, NH 입장에선 향후 하나은행 등 타 기관과의 소송에 대비할 수 있다. 특히 당국은 NH투자증권의 책임에 무게를 뒀지만 최근 검찰이 옵티머스와 관련 하나은행과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을 동시 기소하면서 다자 간 책임에도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정영채 사장은 "자본시장은 금융회사 간 신념과 신뢰에 큰 기반을 두고 있다. 금융 산업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는 점이 굉장히 아쉽다"면서 "자본시장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라도 운용사와 투자자 사이에서 수탁-사무관리-판매 등을 담당하는 이해당사자들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자본시장 발전에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펀드 생태계가 투자자와 국민의 신뢰를 얻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명분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