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출자고리 개선… 등기이사직 대거 내려놔대한해운, 경남, 우방 등은 지배력 강화경영권 승계움직임… 장남 운영하는 라도 인수합병 예정
  • 한때 36개 계열사 사내이사직을 맡아 문어발 경영 비판을 받았던 우오현 SM그룹 회장이 이사직을 대거 내려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에 적용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앞두고 단행한 지분구조 개선 때문으로 보인다.

    24일 한국CXO연구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우 회장은 그룹 계열사 58개 중 12개 기업에서 등기이사직을 맡고 있다. 2018년 36개에 달했던 것에서 1/3로 줄인 것이다. SM그룹에 따르면 우 회장은 지난해 3월을 전후로 등기이사 겸직을 집중 정리했다.

    공격적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워온 SM그룹은 복잡한 지배구조에 따른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는게 최우선 과제였다. 2004년 건설사 진덕산업 인수를 시작으로 벡셀, 경남모직, 남선알미늄 등 알짜 기업들을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한진중공업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아쉽게 경쟁에서 밀리기도 했다.

    수많은 M&A 탓에 재계서열 38위 규모에도 재무구조는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존 계열사 자금으로 기업인수를 반복하다 보니 순환출자 고리가 걷잡을 수 없이 늘었다. SM그룹의 순환출자고리는 2017년 185개에 달했다.
  • ▲ 우오현 SM그룹 회장. ⓒSM그룹
    ▲ 우오현 SM그룹 회장. ⓒSM그룹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SM그룹은 본격적인 계열사 정리를 시작했다. 한때 65개에 달했던 계열사를 지난해에는 53개까지 줄였다. 한일개발, 신광, 에스엠티케미칼 등 11개 계열사를 다른 계열사와 합병했고 삼환기술개발, 그루인터내셔널 등 6개 회사는 청산했다. 내달 13일에는 삼라마이더스와 라도의 인수합병이 예정돼 있다.

    계열사 정리는 올해 공정거래위원회로 부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 탓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매년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10조원 이상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 관리한다. SM그룹은 2017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이후 4년만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올랐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SM그룹의 자산총액은 10조4520억원이며 부채비율은 155.3%다. 지난해 5조35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55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얻었다.

    SM그룹은 185개에 달했던 순환출자 고리를 2018년 27개, 2019년 5개로 급격히 줄여나갔다. 지난해 7월 에스엠하이플러스가 보유한 남선알미늄 지분 처분을 끝으로 남은 고리까지 모두 해소했다. 복잡했던 지배구조 개선을 단시간에 성공한데에는 지난해 연말부터 급격히 개선된 SM상선의 캐시카우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옛 한진해운의 미주 노선을 인수한 SM상선은 1분기에만 지난해 매출을 뛰어넘으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우 회장은 24개 곳의 등기이사를 내려놨지만 대한해운, 경남기업, 대한상선, 우방산업 등 그룹 주력산업인 해운과 건설 등기이사는 여전히 겸임하고 있다. 다만 등기이사를 맡은 12개 기업 모두 전문경영인(CEO)를 내세워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곳은 없다. 특히 우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삼라마이다스의 계열사 지분율이 높아지면서 그룹 지배력은 더욱 강화됐다는 평가다.

    지배구조 개선 이면에는 경영승계 움직임도 감지된다. 딸인 우명아 신화디앤디 대표와 우연아 삼환기업 대표가 각각 10개와 9개 기업에서 등기이사를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들인 우기원 라도 대표는 다음달 진행되는 삼라마이다스와의 인수합병이 끝나면 지주사 지분 17%를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 만큼 향후 강력한 규제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