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한화-GS-현대 등 에틸렌 생산설비 증설 마무리연내 30% 증가-수요는 5% 증가 그쳐 과잉공급 우려유가도 70달러대 지속… 원가 부담 가중에 피크아웃說 확산
  • ▲ 여천NCC 제2 NCC 사업장. ⓒ여천NCC
    ▲ 여천NCC 제2 NCC 사업장. ⓒ여천NCC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하반기 수익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연내 에틸렌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30%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과잉공급에 따른 제품 판매가격 하락 우려가 퍼지고 있다. 게다가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원가 상승분이 부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롯데케미칼,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석유화학업체들이 지난 수년간 투자한 나프타 분해설비(NCC) 증설을 마치고 올해 상업 생산에 돌입한다.

    NCC는 원유를 정제해 만든 나프타를 고온에서 분해하는 설비로, 에틸렌과 같이 합성섬유나 합성수지를 만드는 기초원료를 생산한다. 이들은 범용제품인 만큼 기술 장벽이 낮아 한국, 중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공격적으로 설비 증설에 나서고 있다.

    에틸렌은 중합 과정을 거쳐 PE(폴리에틸렌) 등으로 전환되고, 다시 가공·성형 과정을 거쳐 우리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비닐, 용기, 일회용품 등 플라스틱 제품으로 탄생한다.

    LG화학은 여수공장 NCC 생산능력을 80만t으로 확충한 뒤 최근 상업 생산에 돌입했다. 이로써 여수공장 NCC 생산능력은 기존 120만t에서 200만t으로 늘었다. 다른 NCC를 갖춘 대산공장 130만t과 더하면 총 330만t에 이른다.

    한화토탈은 1500억원을 투자해 지난달 가스 전용 분해시설(NCC Side Cracker) 증설을 마무리했다.

    이 설비는 기존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 대비 가격이 낮은 프로판 가스(LPG)를 원료로 사용해 경제성을 극대화한 설비다. 이번 증설로 한화토탈의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은 기존 138만t에서 153만t으로 늘어났다.

    여천NCC는 지난 33개월간의 증설을 통해 올해 초 에틸렌 34만t의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했다. 총 생산능력은 230만t이다.

    여천NCC 측은 "제2 NCC 증설 사업에 이어 3 사업장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며 "에틸렌 300만t 생산체계를 갖춰 아시아 최대 석유화학 회사로 성장하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뿐만 아니라 정유업계 역시 수익 다변화를 위해 NCC 투자에 나서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자회사 현대케미칼을 통해 원유 정제 부산물을 활용, 석유화학제품 생산성을 높이는 HPC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11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완료시 에틸렌 75만t, 프로필렌 40만t, PE 85만t, PP(폴리프로필렌) 50만t, BD(부타디엔) 15만t의 생산능력을 확충하게 된다.

    GS칼텍스도 연간 에틸렌 75만t, PE 5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올레핀 생산시설(MFC)을 건설하고 있다. 투자금액은 2조7000억원으로, 3분기 중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MFC는 NCC와 달리 정유 공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 LPG 및 부생가스 등 다양한 원료를 활용하는 만큼 경제성이 크다. GS칼텍스는 MFC를 통해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 아로마틱 중심 석유화학 사업을 올레핀 영역을 확대해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에쓰오일은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샤힌(Shaheen)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180만t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 것으로 계획 중이다. 현재 프로젝트에 대한 경제성 검토가 진행 중으로, 이사회 최종 승인시 바로 착공에 돌입해 2026년 완공하겠다는 목표다.
  • ▲ 한화토탈이 신규 증설을 완료한 폴리프로필렌 공장. ⓒ한화토탈
    ▲ 한화토탈이 신규 증설을 완료한 폴리프로필렌 공장. ⓒ한화토탈
    이처럼 정유·석유화학업계가 잇따라 NCC 신증설에 나서면서 국내 에틸렌 생산 규모는 지난해 961만t에서 올해 1252만t으로 30% 이상 늘어난다.

    이에 반해 에틸렌 수요는 지난해보다 5% 늘어난 934만t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국내 수급 상황만 놓고 보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 같은 에틸렌 생산설비 확대는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등 글로벌 단위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과잉공급과 그에 따른 마진 하락 우려가 제기된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글로벌 에틸렌 대규모 증설이 2020~2022년 사이에 예정돼 있으며 코로나19에도 일정은 지연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석유화학 기업 대부분이 생산하는 PE, PP의 경우 하반기 증설 가동을 앞두고 있어 판매가격 하락 압력이 지속되고 있으며 높은 물류비용으로 수요까지 둔화하면서 스프레드 축소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도 보고서를 통해 "NCC 비중이 높은 아시아 지역에서 에틸렌 생산량이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따른 과잉공급과 마진 압박이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실제 올 들어 에틸렌 생산능력이 많이 늘어나면서 에틸렌-나프타 스프레드가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t당 529달러를 나타내던 스프레드는 올해 1월 484달러로 떨어진 뒤 6월 3주 기준 227달러로 하락했다.

    에틸렌 가격은 지난달 중순보다 24.4% 떨어진 835달러를 기록했다. 에틸렌 가격은 지난해 4월 이후 상승세를 이어오다 3월 1060달러로 고점을 찍고 떨어지는 중이다. 에틸렌 공급량이 늘어날수록 가격은 이보다 더 떨어질 공산이 크다.

    게다가 최근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원가 부담으로 실적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24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거래일에 비해 배럴당 0.22달러 상승(0.30%)한 73.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6월10일 70.29달러 이후 10거래일 연속 70달러대를 유지한 것이다. 2018년 10월17일 69.75달러로 70달러 선이 무너진 이래 980일 만이다.

    앞서 1분기에는 제품별 가격 강세로 석유화학 업종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높았다. 2월 북미 한파 영향에 따른 ECC 가동 중단 및 유럽·아시아 역내 가동 중단 사례 발생 등으로 지역별 공급 차질에 대응한 재고 확보 움직임의 영향으로 석유화학기업들은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과잉공급 우려와 더불어 원가 상승이 고스란히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럴당 70달러의 유가는 석유화학 업종에 원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상반기에는 유가 상승으로 투입 시차에 따른 저가 원재료 효과가 컸지만, 하반기에는 해당 효과가 축소되는 한편, 높은 제품가격으로 인한 수요 저항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스프레드 조정구간에서 투자자들의 화학 시황 피크아웃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며 "피크아웃 여부가 하반기 업황 전망에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