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엘앤비, 제주소주 흡수 합병 "공장·부지 처분 안해… 유형자산 활용 검토 중"소주 대신 와인 사업 집중… 수제맥주도 눈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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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계L&B가 제주소주를 흡수합병한다. 제주소주의 사업 철수 및 향후 처리 절차를 위한 행보다. 신세계는 향후 소주 대신 와인과 맥주 사업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25일 관련 업계는 신세계엘앤비는 제주소주를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신세계엘앤비와 제주소주 모두 이마트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들로 신주를 발행하지 않는 무증자합병 방식으로 진행한다. 합병비율은 1대0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제주소주 공장과 부지를 처분하지 않고 흡수합병을 단행했다"며 "신세계엘앤비가 유형자산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제주소주는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밝고 있다. 지난 3월 임직원 설명회를 통해 사업 중단을 공시하고, 공장 생산도 멈췄다. 제주소주 임직원들은 개별 면담을 통해 향후 이마트나 신세계엘앤비(L&B)로 전환 배치 중이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6년 제주소주(인수 전 제주 올레소주)를 190억 원에 인수 한 바 있다. 이마트를 활용, 자체 소주를 만들어 유통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푸른밤’ 소주는 한때 ‘정용진 소주’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전체 소주시장에서는 기대 이하의 점유율에 머물렀다. 

    제주소주의 영업손실은 2016년 19억원에서 2019년 141억원까지 늘었다. 지난해에도 106억원의 영업손실, 19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졌다. 그동안 이마트가 소주 사업에 투자한 돈만 5년간 약 8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결국 지난해 매각설까지 나왔지만 최종적으로 올해 사업을 접게 됐다.

    신세계는 소주 사업을 접는 대신 와인 사업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신세계의 와인 사업은 순항 중이다. 신세계L&B는 와인을 비롯해 맥주, 브랜디, 위스키 등을 수입·유통하고 전국 약 30개의 주류 소매점 와인앤모어를 운영 중이다. 

    신세계 L&B는 2008년 설립된 이후 2019년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 수혜를 입고 지난해 1453억9420만원으로 최고 매출을 경신했고, 영업이익 역시 103억2785억원을 기록했다. 실제로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와인 수입량이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으며 이마트의 와인 매출도 사상 처음 1000억원을 돌파했다.

    신세계엘앤비는 올해 와인앤모어 출점 확대에 더욱 힘을 쏟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까지 와인앤모어 매장은 36개였는데 이미 올해 들어 4개 매장을 새로 오픈했다. 앞으로 약 5개 매장의 문을 새로 열 계획이다.

    여기에 맥주 사업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특허청 키프리스에 따르면 신세계L&B는 올초 렛츠 프레시 투데이(Lets Fresh Today)라는 이름의 상표를 신규 출원했다. 상표 디자인에는 보리가 그려져 있어 맥주와 관련된 상표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신세계L&B는 주류를 직접 제조하지 않고 와인, 맥주 등 주류를 수입해 유통하는 사업을 하는 만큼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맥주를 생산해 국내 맥주 시장에 우회적으로 진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다는 게 신세계L&B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용진 부회장이 2014년 수제맥주 전문 매장인 ‘데블스도어’를 여는 등 맥주 사업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던 만큼 새로운 방식의 수제맥주를 선보이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