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인덕원역 신설에 청량리·과천 반발 커은마아파트도 노선 지하 통과에 집단 행동 예고"GTX가 집값 결정…본래 사업 취지 퇴색" 지적도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최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마친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C 노선을 두고 정차역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GTX 노선에 따라 관련 지역 집값의 등락이 결정되면서 집값 안정화와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당초 사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18일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GTX-C 노선 민간투자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 노선은 양주 덕정역에서 수원역까지 74.8㎞ 구간에 창동, 광운대, 청량리, 삼성, 양재 등 10개 역을 설치하기로 한 노선이다. 여기에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왕십리역과 인덕원역을 추가 정거장으로 제안하면서 GTX-C 노선은 총 12개 역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왕십리역의 경우 기존 지하철2호선과 5호선을 비롯 경의중앙선, 분당선 등 4개 노선이 교차하는데다 오는 2025년에는 상계역과 왕십리역을 잇는 동북선 경전철 개통까지 앞두고 있어 일대 아파트값이 치솟는 상황이다. 

    실제로 왕십리역 인근 서울숲삼부아파트는 지난 4월 84㎡(이하 전용면적)가 13억9000만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현재 같은 면적 매물의 호가는 16억9000만원까지 오른 상태다. 약 3개월 만에 3억원이 뛴 셈이다.

    인근 주민들 역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기존 GTX-C 노선 정차역인 청량리역 일대에선 왕십리역 신설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실제로 청량리역 인근에 들어서는 신축아파트 롯데캐슬 스카이엘 입주민들은 아파트 외벽에 ‘GTX 왕십리역 신설 반대’ 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내거는 등 집단행동에 나선 상태다.

    인근 신축아파트 입주 예정자들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GTX-C 노선 계획상 청량리역과 왕십리역이 약 2.3㎞ 거리에 위치한 만큼 GTX의 속도 감소로 급행열차 역할을 할 수 없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기존 GTX-C 노선 정차역인 과천에서도 인덕원역 신설을 두고 이같은 움직임이 감지된다. GTX-C 노선 계획상 과천역과 인덕원역은 약 4㎞ 거리로, 과천 주민들 역시 GTX가 자칫 완행열차가 될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청량리역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왕십리역 신설에 따라 GTX의 속도가 느려질 수는 있지만, 가장 큰 반대 이유는 집값의 문제"라며 "인근 지역에 추가 정차역을 신설하게 되면 교통호재에 따른 수혜를 최대치로 받을 수 없다는 인식 때문에 반대 움직임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GTX-C 노선을 두고 강남권 대표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에서도 입주민들의 반대가 거세다. GTX-C 노선에 은마아파트 지하를 지나는 구간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전문제를 비롯 소음·진동 등의 문제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은마아파트 입주민들 역시 단지 외벽에 'GTX-C 노선 은마 통과 결사 반대'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내걸었으며, 향후 대규모 반대 집회까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구 대치동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GTX-C 노선에 대한 은마아파트의 반발도 결국 집값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은마아파트의 경우 오랜 기간 재건축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GTX가 집값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반대가 거셀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부동산업계 한 전문가는 "GTX가 교통호재로 인식되면서 지역 집값을 결정하고 있기 때문에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 움직임이 뚜렷한 상황"이라며 "이는 본래 GTX 사업 취지가 퇴색되고 있는 것으로 지금의 부동산시장이 상당히 불안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