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호 대표, 창립 3주년 기념사에서 이례적 분노상반기 사업성과 두고 ‘오물통’에 비유… 실패라고 정의CJ ENM 내부적으로도 논란 "본인이 CEO인데…"
  • ▲ 허민호 CJ ENM 커머스부문 대표이사.ⓒCJ ENM
    ▲ 허민호 CJ ENM 커머스부문 대표이사.ⓒCJ ENM
     “우리는 ‘오물통’에 빠졌다.”

    CJ ENM 커머스부문(CJ온스타일) 대표이사가 창립기념사에서 이례적인 언급을 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의례적인 축사 대신 ‘오물통’을 거론하면서 상반기의 부진에 대한 위기감을 폭발시킨 것. 허민호 대표가 이런 적나라한 CEO 메시지를 전직원 대상으로 전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4월 CJ온스타일의 브랜드 론칭과 함께 ‘모바일 퍼스트’ 패러다임 전환을 했지만 모바일 전환 속도가 더뎌 지고 있는데서 오는 위기감의 표현이라는 평가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허민호 대표는 지난 1일 CJ ENM 창립 3주년 메시지를 통해 “몇차례 회의 석상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는 상반기를 거치며 현재 ‘실패’라는 오물통에 빠졌다”며 “특정 부문이나 부진 카테고리만이 아니라 전사가 함께, 그것도 우리 스스로 자진해서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왜냐하면 오물통 밖에서 보이던 ‘기존의 성공’은 이미 대형 플랫폼에서 쓸어 담고 있으며 더 값진 니치시장(niche market)이 분명 이 오물통 안에 있다는 확고한 믿음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이젠 우리가 ‘실패’를 묻히지 않고 ‘성공’을 건질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창립 메시지는 허 대표가 직접 작성한 것이다. 창립 메시지에서 ‘오물통’ 같은 표현이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심지어 이 창립 메시지는 CJ온스타일 전 임직원에게 전달된 것이기도 하다. 허 대표가 상품, 사업모델, 조직문화, 운영프로세스, 업무 방식 등 회사 전반에서 아직도 TV홈쇼핑 시대의 업태가 남아있고 쉽게 혁신 되지않는 부분에 대한 절박한 위기의식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런 이례적인 창립 메시지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은 적잖게 엇갈리고 있다. 홈쇼핑 업계 전반의 부진 속에 현직 CEO가 직접 추진해온 사업에 대해 ‘실패라는 오물통에 빠졌다’라고 판단한 인식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 

    익명게시판인 블라인드에서는 이번 창립 메시지를 두고 “우리가 가는 길이 오물통인지도 몰랐고 빠져드는 결정은 본인이 한 것 같았는데”라는 반응부터 “이미 겪은 실패를 통해 성공을 찾자 라는 말을 하고싶은 것 같은데 대체 왜 오물통이라는 단어에 꽂혔을까” 등의 평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실패’를 묻히지 않고 ‘성공’할 방법이 없다는 메시지에 대한 해석도 다양한 논란을 낳는 중이다. 

    허 대표는 CJ온스타일의 부진에 대해 추가적인 실패 혹은 희생을 예고하는 듯한 비유를 적극 활용했다. 통상적으로 오물은 피해야하는 것으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는 창립 3주년 메시지에서 “얼굴까지 오물이 튈 정도로 더 빨리, 더 많이 움직여서 ‘니치마켓과 성공 방정식’을 건져 나오는 길만이 오물통을 탈출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허 대표는 “이미 시작된 일이니 끝을 함께 봅시다”라는 의미심장한 문장을 끝으로 창립 메시지를 마쳤다. 

    한편, 허 대표는 앞선 4월 기존 CJ ENM의 커머스부문 브랜드 CJ오쇼핑을 CJ온스타일로 전환하면서 “업태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것”이라며 “사업을 모바일로 확장하는 것을 넘어 모바일 퍼스트로 업의 형태까지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는 2023년까지 모바일 채널 매출을 2조원까지 올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60%까지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