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發 '일자리 충격' 임박"생산 인력 30% 줄여야"조합원 줄어들자 '정년연장' 강경
  • ▲ 현대자동차 전주 공장 ⓒ현대차
    ▲ 현대자동차 전주 공장 ⓒ현대차
    현대자동차 노사가 고용 유지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전기차 시대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한 가운데 ‘자연 감소’와 ‘정년 연장’ 구도로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더 일하게 해달라”는 노조는 파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13차례 교섭에 접점을 찾지 못하자 파업권까지 획득해 놓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오늘부터 다시 사측과 머리를 맞대기로 했지만 전망은 유동적이다.

    파업을 유보한 20일까지 일주일간의 집중교섭에서 어떤 돌파구가 마련될 지 주목된다.

    가장 첨예한 사안은 ‘고용’ 문제다. 노조는 정년을 만 64세로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직장을 그만두고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나타나는 소득 틈을 메워줘야 한다는 논리다.

    이들은 정년 연장을 위한 국회 국민동의청원도 진행 중이다. 지난달 14일부터 한 달간 이어지고 있는데, 이날 기준 1만9616명이 동의하는 데 그쳤다. 오는 16일까지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되지만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번 임단협에서 함께 제안한 ‘산업전환에 따른 미래협약’도 연장선상이다. 고용 유지를 위해 노사가 공동 노력한다는 명분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인력 감소 반대와 맞닿아 있다.

    노조 측은 “해마다 2000명이 넘는 퇴직 조합원이 나오고 있다”며 “정년 연장을 사측이 조건 없이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기차 시대에 대응한 기존 일자리 지키기는 물론 정년 연장까지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현대차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도리어 생산 인력을 확대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보다 공정이 단순하다. 수많은 부품이 들어가는 엔진, 변속기가 없다. 대신 배터리와 전기 모터가 들어간다. 한 대를 조립하는 데 필요한 부품 수는 3만여 개에서 1만5000여 개로 줄어든다.

    구조가 단순한 만큼 생산 인력은 20~30% 덜 필요하다. 사업체제가 전기차로 바뀌면 만드는 과정도 완전히 달라진다. 일감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고 이에 따른 잉여 인력 규모는 최소 7000여 명에 달할 전망이다.

    당장 전용 플랫폼(E-GMP) 기반 아이오닉 5가 만들어지고 있고, 아산공장은 아이오닉 6 생산 설비를 구축하기 위해 지난 13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문을 닫았다.

    전기차 경쟁과 대중화의 막이 올랐지만 현대차는 인력조정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정년퇴직에 따른 자연 감소만 기다리고 있다. 

    현대차가 발간한 지속가능성 보고서와 사업보고서를 보면 정규직 직원은 2018년 6만5886명에서 2019년 6만6468명, 지난해 6만6926명으로 오히려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 수는 이와는 정반대였다. 2018년 4만9554명, 2019년 4만9641명에서 지난해 4만8933명으로 줄었다. 조합원이 줄어든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2019년 70% 수준이던 노조가입률은 지난해 68%로 내려앉았다. 생산직이 대거 정년퇴직한 영향이다. 실제 근 3년간 사무·연구직이 증가하는 반면, 생산직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현대차 노조는 50대 생산직이 절대다수로 올해부터 2025년까지 매년 2000명 안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현대차는 정년퇴직, 자연 감소만 기다리며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며 “노조의 일방적인 정년 연장 주장은 전기차로의 전환 과정에서 매우 무리한 요구”라고 우려했다.

    이어 “정년 연장은 노노갈등과 세대갈등마저 빚어지게 만들 것”이라며 “다른 산업까지 영향을 줄 수 있어 정부 차원에서 업종 전환 교육과 지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