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공백' 해소 목소리전문경영인 '투자-비전' 제시 한계삼성전자 주가 지지부진… M&A 등 절실LG-SK, 먹거리 찾기 분주 속 글로벌 기업 추격 거세 코로나19 등 침체 상황 해결사로 이 부회장 역할 커져
  • 삼성전자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총수 공백이라는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경제계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나온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지키는 것에 더해 침체된 지역경제는 물론 국내 경제 전체에 활로를 찾아 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특히 국가 경제위기와 코로나 비상 상황때마다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던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3일 재계에 따르면 광복절을 2주 앞두고 삼성이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 순위 1위인 삼성이 처한 상황은 녹록치 않다. 신종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속과 경쟁사들의 추격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총수 부재가 장기화되면서 이렇다 할 대응은 물론 미래 준비도 어려운 실정이다. 

    삼성전자 주가 흐름을 봐도 이런 상황이 반영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2분기 영업이익 12조5700억원이라는 역대급 실적에도 힘을 못쓰고 있다. 지난 1월 11일 장중 9만6800원의 최고가를 찍었지만 이내 8만원대로 내려앉았으며 최근에는 7만원대에 갇혀 있는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6만원대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투자 확대 발표에도 삼성전자의 성장동력 마련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그러나 TSMC와의 격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으며 인텔까지 파운드리 시장에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하면서 추격을 받는 상황까지 놓였다.  

    TSMC는 미국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공개한데 이어 최근 발표한 실적에서도 삼성전자와 뚜렷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TSMC는 지난 2분기 52억100만 달러(약 5조93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삼성전자는 2분기 비메모리 부분에서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전망되는 것과 비교하면 TSMC 입지는 공고하다. 

    인텔은 파운드리 부문에 재진출하겠다고 선언하며 TSMC와 삼성전자를 따라잡겠다고 공언했다. 

    인텔은 지난 3월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22조원 규모의 투자를 예고한 데 이어 이달 2일에는 이스라엘에 100억 달러(약 11조 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대규모 투자에 나선바 있다. 

    또한 최근 진행한 기술 설명회에서는 파운드리 사업 확장을 위한 로드맵을 공개하고 2025년까지 업계 선두 자리를 되찾겠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인텔은 이르면 2025년부터 사진을 인쇄하듯 실리콘에 칩 디자인을 투사하는 네덜란드 ASML의 차세대 장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2024년에는 2나노 수준인 '20A'를, 2025년에는 '18A'를 양산한다는 목표다. 18A는 1.8나노 수준이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1위인 대만 TSMC와 2위인 삼성전자는 2023년 3나노 공정 제품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M&A(인수합병) 등을 포함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삼성의 미래 사업 방향을 잡아줄 이 부회장의 복귀가 절실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의 방향 설정과 미래 먹거리 발굴 등 전략적 판단을 책임지는 당사자는 전문경영인이 아닌 총수다. 일상적인 경영은 전문경영인 차원에서 결정이 가능하지만 대규모 인수합병, 사업구조 개편, 글로벌 핵심인재 영입 등 총수의 몫이다. 

    이는 삼성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LG, SK, 현대차 등 다른 대기업을 살펴봐도 총수의 역할이 사업 방향성과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LG의 경우 구광모 회장 중심으로 전장과 AI 등에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며 외형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SK도 배터리, 수소 등 미래 사업에 최태원 회장이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와 함께 재계에서는 코로나19 등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이 부회장 역할에 기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마스크 대란 당시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삼성은 해외에서 필터 재료를 확보했고, 스마트 팩토리 제조기술 전수 등으로 사태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이후 삼성은 치료시설 제공과 의료진 파견, 300억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효율성을 높이는 최소잔여형(LSD) 주사기 개발에도 큰 역할을 했다.

    또한 이 부회장은 자신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화이자와 우리 정부를 연결, 코로나19 백신 협상도 도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결정했을 때도 이 부회장은 현지로 날아가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이 부회장은 전 세계를 누비며 국가 최고위급 인사,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자(CEO) 등과 친분을 쌓아 온 점을 감안하면 삼성의 프로젝트는 물론, 국가 경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다른 대기업과 비교하면 삼성전자는 조용한 모습"이라며 "대내외 상황을 감안하면 M&A와 신사업 등 투자의 방향성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