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위주 서비스 개선…KTX 마일리지도 부활서비스품질 2016년 84.9점→2020년 89.9점 교통비절감 4221억…거리보정해도 4년간 3000억
  •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 통합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철도노조가 케케묵은 통합론을 다시 꺼내든 가운데 SR 출범에 따른 철도산업 생태계 변화와 이용자 편익 증대 등 철도 독과점 시장구조에서는 누리기 어려운 긍정적 변화가 일어났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SRT 운행에 따른 주요 파급효과를 짚어본다.<편집자 註>
  • ▲ SRT.ⓒ연합뉴스
    ▲ SRT.ⓒ연합뉴스
    SRT는 우리나라 117년 철도 역사상 처음으로 경쟁체제를 열었다. 독과점 형태의 철도 서비스 시장에서 소비자보다는 운행사 위주였던 관행은 SR 출범 이후 변화를 맞았다.

    철도서비스 품질은 숫자로 증명된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지난해 철도서비스 품질평가 결과를 보면 SRT는 89.9점, KTX는 89.2점을 각각 받았다. KTX가 독점하던 고속철도 여객서비스 수준은 SRT 출범 이전인 2016년 84.9점이었다. 2012년(83.8점)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없다. 반면 SRT 운행 이후 전체 고속철도 여객서비스 수준은 2018년 86.8점, 지난해 89.6점으로 상승했다. 전년 대비 1%대 미만으로 거북이걸음을 하던 서비스 품질 수준은 SRT 운행 이후로는 2~3%대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KTX가 SRT 운행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서비스 품질 경쟁에 뛰어들게 됐기 때문이다.

    서비스도 이용자 중심으로 바뀌었다. SRT가 열차 내 좌석별 전원콘센트 설치, 운행중단 시 배상금제도 운영, 열차 출발 후 앱 승차권 반환, 차내 승무원 호출서비스, 정기권 주말이용 허용 등의 서비스에 나서자 KTX도 속속 관련 서비스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출발시각이 빠른 열차로 변경해주는 '타임세이빙' 서비스의 경우 코레일이 2017년 특허까지 출원하며 서비스에 나서면서 이번엔 SRT가 추격하는 모양새가 연출되는 등 기존 독과점 체제에선 볼 수 없던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가 자리매김하고 있다.
  • ▲ 마일리지 안내.ⓒ코레일
    ▲ 마일리지 안내.ⓒ코레일
    SRT 출범은 철도 이용객의 교통비 절감에도 도움을 줬다. SRT는 출범할 때부터 KTX보다 평균 10% 싼 요금을 강조했었다. 통합론을 주장하는 철도노조는 경부선을 기준으로 SRT가 KTX보다 17㎞쯤 운행거리가 짧아 요금이 싼 것일 뿐이라며 SRT의 교통비 절감 효과를 깎아내리지만, 이를 고려해도 SRT 이용요금이 KTX보다 싸다는 게 철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즉 거리당 이용요금이 SRT가 KTX보다 저렴하다는 얘기다.

    SR 추산에 따르면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4년간 총 8290만명이 SRT를 이용했다. KTX 기준운임과 할인율을 적용했을 때 이들이 누린 교통비 절감 효과는 4221억원에 달한다는 자체 추산이다. 이를 다시 KTX와 같은 거리를 운행한 조건으로 보정하면 운임할인 효과는 2921억원쯤이다. 운행거리를 같은 조건으로 보정해도 3000억원 가까이 교통비 절감 효과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SRT는 지역주민들의 운행 요구가 잇따랐던 전라선을 비롯해 포항선, 경전선, 중부내륙선, 남부내륙선, (가칭)수서~강릉선 등으로 점차 운행지역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교통비 절감 등 사회적 편익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SRT 나비효과는 KTX의 마일리지 제도 부활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게 철도업계 중론이다. 코레일은 SR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2016년 10월부터 이용 실적에 따라 혜택을 주는 마일리지를 부활했다. 결제금액의 5%를 기본으로 적립하는 방식이다. 마일리지는 현금과 다름없다. 열차표 구매는 물론 취소 수수료를 대신 낼 수도 있고 전국 역사 내 700개가 넘는 매장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KTX 마일리지는 항공·쇼핑몰 등과 달리 최소금액 제한이 없어 남은 1원까지도 쓸 수 있다. 코레일은 구체적인 마일리지 액수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철도업계에선 매출액을 고려했을 때 최소 1000억원쯤의 직·간접적인 철도운임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고 추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