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물가상승률 전망치 3.0→3.7% 상향…테이퍼링 압박 거세OECD, 이례적 물가전망 수정…美 3.6%·韓 2.2% 등 대부분 올려한전, 전기료까지 인상…공공요금 도미노 불가피 예상
  • ▲ 마트.ⓒ연합뉴스
    ▲ 마트.ⓒ연합뉴스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대부분 국가의 소비자물가 전망을 올려 잡으며 내년 4분기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양적완화 축소) 시작을 거듭 예고하고 나섰다.

    연준은 22일(현지 시각)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낸 성명에서 "(물가·고용에서의) 진전이 예상대로 광범위하게 계속된다면 위원회는 자산매입 속도 완화가 곧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일정과 방법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곧 정당화될 수 있다'는 이날 성명은 '올해안에 시작'이라는 기존 견해에서 한발 더 나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현지 언론과 시장은 이르면 11월 FOMC에서 테이퍼링 시작을 발표할수 있다고 해석한다.

    연준은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이후 매달 1200억달러 규모의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사들이고 있다. 테이퍼링은 조만간 돈줄을 조이기 시작해 자산매입 규모를 줄이고 사들인 채권 등을 되팔아 시중에 풀린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에 단기적으로 적잖은 충격파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서 연준 안팎에선 테이퍼링 착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준 내에서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분류되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난달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은 물가상승률이 일정 기간 목표치를 넘어서는 것을 허용하고 있지만, 이렇게 많이 넘어서면 안 된다"며 "이런 이유로 우리가 테이퍼링 시작을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러드 연은 총재는 테이퍼링 종료 시점으로 내년 3월을 제시했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5.3% 올랐다. 세계금융위기 때인 2008년 8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던 지난 6월과 7월 상승률(5.4%)보다는 낮아졌지만, 연준 관리목표치인 2%를 2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연준에 따르면 올해 미국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종전 3.0%에서 3.7%로 크게 올라갔다. 내년은 2.3%, 후년은 2.2%로 각각 예측됐다.
  • ▲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연합뉴스
    ▲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연합뉴스
    인플레이션 우려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OECD는 지난 21일 '중간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이례적으로 주요 20개국(G20)의 수정 물가전망을 따로 발표했다. OECD는 보통 물가 전망을 5월·11월 본 전망에만 내놓는다.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를 고려해 이례적으로 수정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OECD는 일본, 중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를 제외하고 G20 내 대부분 국가의 물가 전망을 올려 잡았다. 미국은 3.6%로 기존보다 0.7%포인트(P) 올려 잡았다. 영국은 2.3%로 1.0%P, 스페인은 2.4%로 0.8%P 각각 올렸다. G20은 3.7%로 기존 전망보다 0.2%P 상향 조정했다.

    우리나라도 2.2%로 기존 전망보다 0.4%P 올렸다. 이는 올해 재정당국이 언급했던 물가안정목표(2%)를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9(2015년=100 기준)로 1년 전보다 2.6% 올랐다. 2012년 4월(2.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애초 정부는 올 2분기 코로나19 쇼크에 따른 기저효과로 말미암아 물가가 2%를 일시적으로 웃돌겠으나 하반기부터 기저효과가 빠지고 햇과실 등이 공급되면 연간으로는 2%를 웃돌 가능성이 제한적이라고 했었다.

    한은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종전(5월·1.8%)보다 0.3%P 높은 2.1%로 수정했다. OECD의 수정 물가전망은 한은 전망치보다도 0.1%P 높은 수준이다. 올해 물가가 2%를 넘으면 2012년(2.2%)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치를 넘게 된다.
    OECD는 G20의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3.9%로 기존 전망(3.4%)보다 0.5%P 올렸다. 한국도 1.8%로 종전보다 0.4%P 올려 잡았다. OECD는 소비자물가가 내년 4분기 정점을 찍은 뒤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공급 능력이 향상되면서 점차 안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 ▲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연합뉴스
    국내에선 23일 정부와 한국전력이 다음 달부터 적용되는 4분기 전기요금을 전격 인상 발표했다. 4분기(10~12월) 최종 연료비 조정단가를 전분기(-3원)보다 3.0원 오른 kWh당 0.0원으로 책정했다. 2013년 11월 이후 8년여 만의 인상이다.

    정부와 한전은 액화천연가스(LNG), 유류 등 전기 생산을 위한 연료비 가격이 급등했다고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한전의 적자도 요금 인상에 한몫했다. 한전은 2분기에 7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정부는 한전과 6개 발전자회사가 올해 4조원 상당의 적자를 낼 것으로 본다.

    문제는 대표적인 공공요금인 전기요금이 오름에 따라 도시가스 등 다른 공공요금도 함께 들썩일 가능성이 없잖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소비자물가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