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채권매입 점진적 축소"…올해 월 150억달러씩"경제상황 따라 매입속도 조절"…속도유지땐 내년 7월 종료기준금리는 제로수준 유지… '인플레 일시적' 견해 유지전문가 "주변국 부담… 달러 환수 대비 한미 통화스와프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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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부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들어간다고 3일(현지시간) 밝혔다.지난해 3월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팬데믹(범유행) 사태이후 추진한 양적완화(통화량 공급 확대) 정책기조를 20개월만에 변경하기로 한 것이다.연준은 2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낸 성명에서 "지난해 12월이후 경제가 상당한 진전을 이룬 점을 고려할 때 월간 순자산 매입을 국채 10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MBS) 50억 달러씩 줄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9월 연준 의사록에 공개된 자산매입 축소 규모와 같다. 연준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회복을 위해 매달 미 국채 800억 달러와 MBS 400억 달러 등 12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사들여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왔다.연준은 일단 연내 채권 매입 축소 계획만 공개했다. 연준은 "경제전망 변화에 따라 매입 속도를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부연했다. 우선 연내 테이퍼링을 개시한뒤 추후 시장상황을 살피겠다는 뜻이다.연준이 내년에도 테이퍼링 속도를 유지하면 자산매입은 내년 7월쯤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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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은 기준금리는 0.00~0.25%로 동결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20개월간 이어진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했다. 연준은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이 대부분 일시적인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들을 반영하고 있다"며 "백신접종과 공급제약 완화에 따라 경제활동과 고용상황이 개선되고 인플레이션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연준은 9월 FOMC 성명에선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적인 표현을 썼다.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견해를 큰틀에서 유지한 것이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9월21일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에서 따로 G20의 수정 물가전망을 내놓으며 "소비자물가가 내년 4분기 정점을 찍은 이후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공급능력이 향상되면서 점차 안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경제전문가들은 미 연준의 테이퍼링 개시로 우리나라도 일정부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견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은 경제가 견조하다고 보고 테이퍼링을 개시하는 것"이라며 "아직 주식시장이 크게 요동치지 않는 것으로 봐서 테이퍼링 속도가 앞당겨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봤다. 성 교수는 "반면 다른 나라는 (양적완화에 대한) 상황이 충분하진 않다"며 "주변국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우리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상황이어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부연했다. 성 교수는 "(우리로선) 원화 약세 요인이 생기는 것이어서 외국투자자들이 자금을 옮겨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은 내년 2분기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면서 "신흥국 기준금리가 터키는 19%, 브라질은 5% 등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0.75%로 가장 낮다. 외국 투자자금이 빠져 나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테이퍼링에 대비해 오는 12월31일 만료되는 한미 통화스와프 연장과 외환보유고 9300억 달러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계 금융위기가 고조됐던 2008년에도 미국 테이퍼링으로 환율이 1600원까지 상승했다"며 "제2의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우려가 커지는 만큼 한미 통화스와프를 연장하고 6% 수준인 현금(달러) 비중을 30% 수준까지 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