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150억달러씩 8개월간 유동성 축소…기준금리는 동결미국 증시·국내 증시 안도랠리…선반영 및 재료 소멸시장 관심은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르면 내년 6월 전망
  • ▲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뉴시스
    ▲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뉴시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하순부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시작을 공식화했다. 증권가에선 테이퍼링에 대한 우려가 이미 시장에 선반영된 만큼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내년 말 즈음으로 전망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 연준은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통해 "지난해 12월 이후 위원회가 목표로 했던 경제 분야의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연준은 매월 150억달러씩 약 8개월에 걸쳐 유동성 공급을 줄여나갈 방침이다. 앞서 연준은 팬데믹이 발생한 지난해 6월부터 매월 1200억달러(국채 800억달러, MBS(주택저당증권) 400억달러)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왔다.

    다만 경제 전망에 변화가 생긴다면 자산 매입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인플레이션이 악화할 경우 테이퍼링을 가속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의 목표 범위는 0~0.25%로 유지했다.

    또한 연준은 최근 인플레이션 급등세는 일시적인 것으로 판명될 것이라는 기존 견해를 유지하면서 성급한 기준금리 인상 기대를 경계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테이퍼링 결정이 기준금리 인상에 직접적인 신호를 주는 건 아니다"면서 "기준금리 인상을 위해서는 별도의 엄격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아직 고용 회복에서 완전하지 않다는 점을 거론하며 "기준금리 인상의 시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우리는 인내심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선반영 재료, 증시 영향 제한적…관심은 기준금리 인상 시점

    테이퍼링은 통화정책 기조의 중대 변곡점이지만 그간 테이퍼링 우려가 선반영되면서 코스피 조정이 이어져온 만큼 이로 인한 증시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일단 미국 증시는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이날 새벽 FOMC 결과 발표를 앞두고 하락하던 뉴욕증시는 연준 발표 직후 상승 반전하면서 3대지수 모두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날 종가 기준 3000선을 내줬던 코스피 역시 4일 오전 10시20분 현재 전일 대비 0.99% 오른 3005.12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연준의 발표가 이미 예상했던 수준인데다, 급격한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도 불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다. 시장에선 대체로 인상 개시 시점은 이르면 연말께 즈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테이퍼링을 통해 채권 매입을 줄이는 행위와 통화긴축의 성격이 강한 기준금리 인상 간에 차이가 있으며, 현재로서는 두 조치들을 직접적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개시가 2022년 4분기에 이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투자은행은 내년부터 자산매입 축소폭이 커질 경우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씨티은행은 "FOMC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다"면서 "내년부터는 테이퍼링 속도가 경제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바뀔 여지를 둔 점에 주목하며 자산 매입 축소폭이 매월 150억달러에서 200억~300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인플레이션, 타이트한 노동시장을 고려해 첫 번째 금리 인상 시점 전망을 내년 12월에서 6월로 변경한다"고 내다봤다.

    당장은 안도하지만 시장은 금리 인상을 앞두고 다시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거의 정확히 1년의 간극을 두고 올해 '테이퍼링'을 둘러싼 논쟁이 내년 '금리 인상'으로 단어만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며 "시장 관점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이 화두가 되고 가시화될 시기가 올 때 민감해질 것이다. 테이퍼 일정의 반환점을 돌게 될 내년 2분기부터일 것이다. 그 전까지는 테이퍼의 재료 소멸이 더 클 것 같다"고 전망했다.

    ◆유동성 장세 끝, 기업 옥석가리기 장세 예상

    그간 시장의 우려를 자아냈던 테이퍼링 재료는 소멸됐지만 유동성 정책의 전환기를 맞은 만큼 투자 변동성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특히 펀더멘털이 부실한 혁신 기업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테이퍼링 이후 혁신 기업의 옥석가리기를 통한 증시 전반의 재편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이후 막대한 유동성 공급은 양호한 실적 개선과 함께 성장세를 이어가는 대형 기술주 중심 상승에 기여했다"면서 "테이퍼링 시행과 금융시장 변화는 이전 위기 국면 종료 후 이어나갈 성장 동력 중심 시장 흐름으로 재편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이어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중국 과잉투자로 에너지·소재·산업재·금융 등 경기민감 섹터들의 강세가 나타났지만 이후 테이퍼링 시행, 저성장 흐름 등에 대형 기술주 중심의 혁신기업의 강세가 뚜렷해졌다"면서 "테이퍼링 시행과 함께 유동성 모멘텀 둔화, 정책 지원 중단은 향후 성장 동력에 따른 증시 재편 흐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증시 상승률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친환경 종목 등 새로운 투자 기회에 주목하라는 조언이다.

    장 연구원은 "이번 테이퍼링 이후 경제 정상화 과정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는 친환경 투자 및 실물경제 회복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