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9.51% 하락… 2019년 7월 이후 최대PC 제조사 재고 확충 영향… 수요 상승 제한적삼성-SK, 원가 절감 및 제품 포트폴리오 재구성 등 대응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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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D램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1년 만에 하락했다. 

    31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0월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고정거래가격 평균값은 3.71달러로, 전월 대비 무려 9.51% 하락했다. 

    D램 가격이 하락한 건 지난해 11월 이후 1년 만이다. 하락폭도 지난 2019년 7월(-11.18%) 이후 가장 컸다. D램 가격은 올해 오름세를 기록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 고정거래가격은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대형 컴퓨터 제조업체에 대량 납품할 때 적용되는 고정된 가격을 말한다.

    실제로 올해 1월 D램 가격은 5.26% 오르며 3달러대에 진입한 이후 4월에는 무려 26.6% 오른 3.8달러를 기록했다. 이어 보합세를 유지하다 7월에는 2년 반 만에 4.10 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낸드플래시 가격은 4.81달러로 제자리 걸음을 걸었다. 

    가격 하락은 공급망 병목 현상에 따른 수급 차질을 우려한 PC 제조사들이 물량을 미리 확보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PC 제조사들의 재고는 현재 12∼14주 수준으로 파악된다. D램의 주요 수요처인 PC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업계가 시스템반도체 부족으로 완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점도 메모리반도체에 영향을 줬다. 

    시장에서는 4분기 동안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내다보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가 내년에 D램 공급량을 19.6%, SK하이닉스는 17.7% 각각 늘릴 것으로 전망한 반면 수요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스마트폰의 경우 최근 칩셋 등 핵심 부품 부족 문제가 부상하면서 내년 스마트폰 출하량은 예상치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됐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을 14억1000만대로 전망했는데, 이는 기존 전망치(14억5000만대)보다 약 4000만대가량 하향 조정한 상태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 핵심 부품 부족 사태가 장기화 되고, 스마트폰 제조사의 부품 재고도 바닥을 드러내면서 스마트폰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느 분석이다. 또한 서버용 수요도 PMIC 및 수동 부품 부족 등 공급망 관련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내년에도 해소되기 힘들 것으로 판단, D램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D램 현물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된 점도 비관론에 힘을 싣는 상황이다. 지난달 PC용 D램 현물가격의 경우 7개월 만에 최저점을 기록하면서 기업 간 고정거래가격도 하락 전환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물가격은 반도체 업황의 선행지표로 보통 2~3개월의 간격을 두고 반도체 제조업체와 수요업체간 대규모 거래시 적용되는 고정거래가격에 반영된다. 가격이 시장에서 현물로 인도되는 제품에 먼저 반영되고 대형 계약 건에 나중에 반영되는 식이어서 시간 차가 발생한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원가 절감 및 업황 변화에 맞춰 제품 포트폴리오 재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불확실성에 대응해 14나노 D램, 7세대 176단 V낸드를 통해 반도체 원가경쟁력을 더 높인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양산에 돌입한 업계 최소 선폭 14나노 D램은 총 5개의 레이어에 EUV(극자외선) 공정을 적용해 업계 최고의 웨이퍼 집적도를 구현했다. 웨이퍼 한 장에서 얻을 수 있는 D램 수량은 전 세대보다 약 20% 증가해 웨이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당분간 D램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다고 진단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통한 점유율 경쟁보다는 수익성 중심의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글로벌 공급망 이슈로 자동차와 PC 등 일부 영향이 있다고 판단하지만, 반대로 내년 전체 수요를 이해하고 수요를 공고히 할 수 있는 반대 작용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며 "4분기와 내년 이야기를 고객들과 하고 있는데 이러한 부분은 어느정도 반영됐기 때문에 장기계약에 큰 변수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