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연 CEO, 김남선 CFO 40대 진용 구축조직문화 개선 및 글로벌 경영 본격화 전략 네이버 재직 기간 1~2년 불과... 경험 부족 우려 목소리도
  • ▲ 왼쪽부터 김남선 CFO 내정자, 최수연 CEO 내정자 ⓒ네이버
    ▲ 왼쪽부터 김남선 CFO 내정자, 최수연 CEO 내정자 ⓒ네이버
    네이버가 '젊은 피'를 전면에 앞세운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40대 초반의 젊은 리더를 중심으로 네이버가 당면한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18일 네이버에 따르면 이사회는 한성숙 대표(CEO)의 후임자로 글로벌 사업 지원 책임자인 최수연 책임리더를 발탁했다. 사업개발과 투자 및 M&A를 맡고 있는 김남선 책임리더는 박상진 최고재무책임자(CFO) 뒤를 잇는다.

    최수연 CEO 내정자는 1981년생으로, 2005년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를 졸업하고 NHN(옛 네이버) 홍보마케팅 팀으로 입사했다. 이후 하버드대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2019년 네이버로 돌아와 글로벌 사업 지원을 총괄했다.

    김남선 CFO 내정자는 1978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과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했다. 그는 모건스탠리, 맥쿼리 등에서 경력을 쌓은 뒤 2020년 8월 네이버에 합류해 왓패드 인수, 이마트·신세계와 지분 교환 등 빅딜을 주도해 왔다.

    두 내정자 모두 40대 초반의 나이에다가 글로벌 전문가라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젊은 리더 교체를 통해 내부적으로는 MZ세대와 소통을 강화하고, 외부적으로는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다.

    네이버는 올 초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조직쇄신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 바 있다. 당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및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더 젊고 새로운 리더들이 나타나서 회사를 이끄는 전면 쇄신을 해야 하는 길이 그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네이버는 두 내정자를 통해 기존 권한이 집중됐던 CXO 체제를 바꿔 경직된 조직 문화를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미국, 유럽, 일본, 동남아 등에 진출된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을 확장시키겠다는 이 GIO의 의중이 발휘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 GIO는 일본 자회사 '라인'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확장을 끊임없이 시도했다. 올해 초 일본 Z홀딩스의 야후재팬과 경영통합을 완료했으며, 손정의 소프트뱅크(Z홀딩스 모회사) 회장과 Z홀딩스의 지분 65%를 보유하는 지주회사 'A홀딩스'도 출범했다. 야후재팬과 라인의 핵심 사업인 검색·포털, 광고, 메신저를 기반으로 '커머스, 로컬·버티컬, 핀테크, 공공' 등 4개 분야를 집중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로드맵을 그렸다.

    네이버는 지난 2017년 매출 4조원대에서 2019년 매출 6조원 시대를 열었다. 이 같은 실적은 커머스 플랫폼 등 신사업에서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지난해부터 스페인 최대 리셀 커머스 기업 '왈라팝(Wallapop)', 유럽 1위 글로벌 럭셔리 패션 리세일 플랫폼 '베스티에르 콜렉티브'에 투자했다. 올해 들어서는 미국 웹소설 1등 업체 '왓패드'를 인수했다.

    두 내정자가 네이버의 수장으로 발탁된 데도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해석된다. 최 CEO 내정자의 경우 2019년 네이버 재합류 당시 글로벌 투자를 총괄하는 이 GIO를 지원하며 두터운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진다.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 전략 및 해당 시장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갖춘 점에서 적임자로 판단한 것.

    다만 일각에서는 두 내정자 모두 네이버에 합류한 지 1~2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사실상 외부 출신인 이들이 방대한 네이버 조직을 재정비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해석이다. 갑작스런 세대교체로 조직 불안이 되레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온라인 플랫폼 업체에 대한 규제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도입에 고삐를 죄면서 규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규제 당국의 칼끝을 피해 사업 차질을 최소화 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있다.

    경쟁사인 카카오와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다져야 하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올해 네이버의 3분기 매출은 1조 727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6.9% 증가했지만, 카카오 매출 1조 7408억원에는 못 미쳤다. 이는 2003년 네이버 전신인 옛 NHN이 카카오의 전신인 다음을 매출에서 추월한 지 18년 반만에 다시 역전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파격적인 리더십을 통해 글로벌 경영 본격화 및 조직문화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면서도 "다만, 수많은 난제를 해소하기에는 다소 경험이 부족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