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신의성실 주장 배척4년 6개월치 소급한국조선해양 6000억대 적자로대우조선·삼성중공업 등도 긴장
  • ▲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자료사진
    ▲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자료사진
    현대중공업그룹이 통상임금에 상여금 포함 여부를 놓고 노조와 벌인 소송에서 패소했다.

    대법원 3부는 16일 현대중공업 근로자 10명이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환송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으로 소송은 2심으로 돌아가 다시 판결받게 된다. 다만 대법원 결정에 반하는 판결은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사실상 현대중공업이 패소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 측이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은 63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소송은 지난 2012년 12월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이 짝수 달마다 지급되는 정기 상여금 700%와 설·추석 상여금 100% 등 800%를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것과 앞선 3년치를 소급해달라며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소급기한은 2009년12월부터 2014년5월까지 4년6개월치다.

    통상임금은 초과근무나 휴일근무수당 등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되기 때문에 제조업에서 자주 발생하는 사례다. 특히 근무시간이 많은 조선, 자동차 업계에서는 예민한 문제다. 포함여부에 따라 수당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의 쟁점은 실제 지급 여부였다. 앞선 자동차 업계 소송에서 법원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이 초래됐거나 회사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에는 지급의무를 면책시켜주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적용 여부는 기업마다 달랐다.

    예컨대 법원은 한국GM과 쌍용차에 대해서는 신의칙 원칙 위반을 적용해 지급을 면제해줬지만, 기아차에게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기아차의 경우 임금지급으로 회사 존립이 위태로워 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때문에 현대중공업 측도 이번 재판에서 회사의 재무 불안정을 전면에 부각시켰다. 현대중공업 그룹의 조선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의 올해 영업실적 전망은 643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1심과 2심의 판단은 달랐다. 1심 재판부는 상여금 800% 전액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소급 지급도 주문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설·추석 명절 상여금을 제외한 700%만 인정하면서도, 소급 지급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신의칙을 적용해준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신의칙을 들어 근로자의 임금 청구 요구를 쉽게 배척해서는 안된다"고 판시했다.

    소송 패소로 모처럼 수주 호황을 맞은 조선업계는 찬물을 끼얹은 분위기다. 올해 잔뜩 수주한 일감을 내년부터 본격 소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임금상승 부담은 작지 않은 악재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판결은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나머지 조선기업의 노사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조선해양 노사가 이번 재판 결과를 통상임금 문제를 처리하는 대표 소송으로 합의했다"며 "재판 결과에 따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나머지 조선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당사의 입장과 차이가 있다"며 "판결문을 받는대로 면밀히 검토해 파기환송심에서 충분히 소명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