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노선·슬롯반납 언급… 사실상 조건부'중장거리' LCC 소화 어려워… 결국엔 외항사 몫"이번 딜의 취지, 항공업 특수성 충분히 고려해야"
  • ▲ 대한항공, 아시아나 여객기 ⓒ 연합뉴스
    ▲ 대한항공, 아시아나 여객기 ⓒ 연합뉴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판가름할 공정위 결정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업계와 전문가는 공정위의 보수적 시각에 우려하고 있어 그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다.

    앞서 공정위는 “일부 노선에서 양사가 독과점 양상을 보인다”며 회수·재배분 가능성을 언급했다. 사실상 ‘조건부 승인’과 다름없다. 양사 사업 일부를 제한하는 것을 전제로 합병을 허가한다는 뜻이다. 업계와 전문가는 “코로나19 위기, 국내 대형항공사(FSC) 경쟁력 유지를 감안한 전향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오는 9일 ‘대한항공, 아시아나 기업결합’ 관련 전원회의를 개최한다. 전원회의는 공정위 소속 위원 모두가 참석하는 최고 의사결정 절차다. 회의는 조성욱 공정위원장이 이끌며, 위원 9인의 과반 찬성으로 결정한다.

    공정위는 이번 결합심사를 보수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노선별로 통합항공사의 점유율을 따져, 독과점 발생 시 해당 노선·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을 회수해 타사에 재배분하겠다는 의견도 이미 밝힌 바 있다. 대한항공도 관련한 의견을 정리해 공정위에 제출했다. 

    사실상 공정위 결합심사 방향이 ‘조건부 승인’으로 기울어진 셈이다. 업계와 전문가는 큰 우려를 표한다. 양대 항공사 결합이 자칫 마이너스 효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사 결합의 취지, 아시아나가 처한 특수한 환경을 고려해 공정위가 전향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결합은 두 곳이 합쳐(1+1) 2 또는 3의 효과를 내는 것이 핵심”이라며 “노선과 슬롯은 항공사의 핵심 자산이자 경쟁력이며, 양사 시너지는 통합 후 현재 보유한 노선과 슬롯을 자유로이 활용할 수 있어야 나타난다”고 우려했다.

    황 교수는 “현시점에서 공정위가 ‘독과점’을 언급하는 것은 업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안일한 생각”이라며 “경영 위기에 봉착한 아시아나는 M&A 시장 내 매물 가치가 높지 않으며, 이번 딜 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다. 조건부 승인 시 인수 측 대한항공은 아무런 이점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 부두에 가득 찬 수출입 화물 ⓒ 연합뉴스
    ▲ 부두에 가득 찬 수출입 화물 ⓒ 연합뉴스
    공정위가 독과점을 우려하는 노선은 카트만두·밀라노·취리히·베니스·자그레브·로스앤젤레스 등 주로 장거리 취항지다. 통합사 기준 프랑크푸르트·바르셀로나·뉴욕 등도 노선 점유율이 50% 안팎에 달해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유사 사례로 ‘한진해운 파산 사태’를 언급한다. 파산 당시 업계 2위였던 현대상선이 한진의 알짜 노선을 모두 흡수하지 못해 외국 선사에 모두 빼앗겼다. 이후 주요 노선에서 협상권을 잃은 국내 제조업계는 폭등한 해상 운임에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또 다른 항공 전문가는 “공정위가 지적한 독과점 노선 대부분은 중장거리 노선으로, 사실상 타 항공사에 재배분해도 이를 차지할 수 있는 곳은 LCC(저비용항공사)뿐”이라며 “단거리, 저렴한 운임에 초점을 맞춘 LCC는 운항 기종과 사업 특성상 중장거리 노선을 운항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건부 승인이 현실화될 경우 알짜 중장거리 노선을 모두 외항사에 빼앗길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공정위는 심사에서 항공 협정국가 간 상호 취항, 외항사와의 경쟁체제 등 타 업종과는 다른 항공업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