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용인·정읍에 자동차매매업 등록 신청車업계 "현재 중고차 시장 낙후, 새로운 사업모델 필요"
  • ▲ 현대차와 기아가 중고차 시장 진출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장안동 중고차 시장 모습. ⓒ연합뉴스
    ▲ 현대차와 기아가 중고차 시장 진출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장안동 중고차 시장 모습. ⓒ연합뉴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입 문제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중고차 사업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소비자의 권익 향상을 위해 대기업의 시장 진입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달 각각 경기도 용인시와 전북 정읍시에 자동차매매업 등록 신청을 했다. 자동차 매매를 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에 사업등록을 해야 하며, 연면적 660㎡ 이상의 전시 시설을 갖춰야 한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회장이 지난해 12월23일, 제15회 산업발전포럼에서 중고차 시장 진출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점도 이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정 회장은 “그동안 중고차 업계와 상생협력 방안을 모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면서 “완성차 업계는 더 이상 시장 진출을 늦출 수 없어다”고 주장했다.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2013년 중고차 매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고 2019년 2월 보호기간이 만료됐다. 이후 중고차 업계가 재지정을 신청한 후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결정을 하지 못하면서 완성차-중고차 업계 간 갈등만 고조되고 있다. 

    중기부는 지난달 13일 중고차판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개최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내달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다. 또한 현대차에는 중고차 사업개시 일시정지를 권고했다. 사실상 차기 정부로 결정을 미룬 셈이다. 
  • ▲ 이재명 대선 후보가 최근 보배드림에 중고차 관련한 글을 올렸다. ⓒ보배드림 캡쳐
    ▲ 이재명 대선 후보가 최근 보배드림에 중고차 관련한 글을 올렸다. ⓒ보배드림 캡쳐
    자동차 업계에서는 소비자 편의와 시장 투명성 향상을 위해 대기업의 시장 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 회장은 이달 10일 열린 제22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은 판매자가 차량 구매자의 정보 부족을 악용하는 기회주의적 행동이 만연할 수밖에 없는 시장의 본질적 특성이 있다”면서 “게다가 진입 규제로 인해 시장 폐쇄성이 더해지면서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에 진입한다면 사기 행태의 원인이었던 구매자와 판매자 간 정보 비대칭성이 근원적으로 사라질 것”이라며 “완성차 업체가 이미 진입한 외국의 경우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면서 후생이 크게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황상규 대한교통학회 박사는 “제조, 유통, 보험, 운송, 관리 등 자동차 전주기의 유기적인 서비스 향상이 마련되지 않으면 자동차 업체는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실장도 “디지털 전환에 따라 산업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새로운 경쟁자가 출현하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혁신과 사업운영, 사업모델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29일 자동차 커뮤니티인 ‘보배드림’에 ‘중고차 허위매물 뿌리 뽑겠습니다’는 글을 게재했다. 이 후보는 “중고차 거래를 한 번이라도 해봤다면 허위매물을 올려놓고 고객을 유인한 다음 다른 차량을 시세보다 비싸게 강매하고 협박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언급했다.

    이 후보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중고차 허위매물 사이트에 대한 면밀한 상시 단속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다만 대기업의 시장 진출이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며,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 등의 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