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D-데이"루블화 상환땐 디폴트로 간주"한은 "경기 하방요인 우려"
  • 전세계로부터 고립된 러시아의 '국가 부도의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16일까지 1억1700만달러의 달러화 표시 국채 이자를 갚아야 하지만 경제제재로 외환계좌가 묶여 상환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달 말까지 변제해야 하는 금액만 7억3000만달러에 달한다. 우리돈으로 약 9000억원 규모다. 이를 갚지 못할 땐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마주하게 된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로 달러 결제가 불가능할 경우, 루블화로 채무를 갚겠다고 주장하지만 국제금융시장은 루블화 결제를 인정하지 않는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화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날 이자 만기를 맞는 2건의 달러 채권 역시 루블화 상환에 대한 옵션이 없다. 

    또 전쟁 한 달 만에 루블화 가치가 40%이상 폭락해 달러 대신 루블화를 얼마나 지불해야할 지도 불분명하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서 달러 외 다른 통화로 채무 상환땐 디폴트가 된다고 경고했다.

    만일 러시아가 이자 상환을 못하거나 달러 대신 루블화로 지급할 땐 이후 러시아의 디폴트는 기업들로 번져나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러시아 정부와 기업의 대외 채무는 약 1500억 달러로 추산된다.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는 6300억달러에 달하나 그 중 3000억달러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스위프트 퇴출 등 금융 제재에 따른 여파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러시아의 디폴트를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러시아의 디폴트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더이상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피치는 각각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부도 직전 단계인 Ca와 극심한 투기단계인 CCC-까지 내렸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러시아의 디폴트 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 번질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디폴트까지 30일 간의 유예기간이 있어 해당 기간동안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채무를 변제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 역시 금융권의 러시아에 대한 익스포저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의 대 러시아 익스포저는 14억7000만달러로 전체의 0.4%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국내 금융권의 러시아 익스포저가 낮은 수준인만큼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겠으나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 경기 하방 압력이 뒤따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10일 "러시아의 디폴트가 현실화되면 에너지 가격 상승 등에 따른 경기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인플레이션 측면서 당연히 상방 리스크"라고 밝혔다. 국제유가와 환율이 나란히 뛰면서 경제성장과 물가상승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