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노선 운항 대한항공 "예의 주시"자동차 부품업계, 생산차질‧수출 제한 우려
  • ▲ 대한항공 보잉 777-300ER 항공기ⓒ대한항공
    ▲ 대한항공 보잉 777-300ER 항공기ⓒ대한항공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러시아 항공기의 자국 영공 운항 금지 등의 대(對)러시아 강경 제재가 확산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러시아 노선을 운항 중인 대한항공은 추후 러시아 영공 운항 금지 등에 대비해 우회항로 등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현지에 진출해 있는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와 자동차 부품 업체가 받을 타격도 불가피해 보인다.

    1일 자동차업계와 정부는 러시아 항공기의 영공 운항 금지 계획은 아직 없다면서도 주요 국가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러시아 현지에서 공장을 가동 중인데다 완성차 수출 비중도 적지 않고, 러시아에 차 부품을 수출하는 부품업체들 역시 이번 사태의 장기화로 인한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대러 자동차 관련 수출 비중은 40.6%에 달한다. 이 중 승용차가 25.5%, 자동차 부품이 15.1%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러시아 현지의 내수 판매가 약 29%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러시아 공장에서 약 23만대를 생산했으며 현지 판매 법인을 통해 기아 20만6천대, 현대차 17만2천대 등 총 38만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특히 국내 자동차 부품 협력업체 입장에서 러시아는 전체 수출액이 연간 15억달러(약 1조8천97억원)에 달해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중요한 시장으로 꼽힌다.

    완성차 업체와 비교해 규모가 작은 부품업체들이 먼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제재가 장기화되면 최악의 경우 줄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까지 나온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이 채 해소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팔라듐, 백금 등 차량용 반도체에 들어가는 원자재의 공급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부품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부품업체가 러시아로 수출하는 부품의 90% 이상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현대차 공장으로 납품되고 있는데 부품 공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 현대차·기아의 현지 공장 가동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의 전략물자 수출 통제에 따라 미국산 반도체나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자동차의 대러 수출 자체도 제한될 수 있다.

    타이어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타이어의 주요 원재료인 카본 블랙과 합성고무 등은 석유를 원료로 하고 있어 유가 상승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우크라이나 사태와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제재로 국제유가가 다시 천정부지로 치솟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풀리지 않는 물류 병목 현상으로 인한 해상운임 상승세도 타이어 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인천~모스크바 여객 노선을 운항 중인 대한항공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등의 현지 동향을 파악해 우회 항로 활용 등의 대응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현재 매주 목요일 주 1회 인천~모스크바 여객 노선을 운항 중이다. 모스크바를 경유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화물 노선은 주 4회 운항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인천~모스크바 여객 노선을 운항하지 않고 있지만, 인천에서 모스크바를 경유해 유럽으로 가는 화물 노선을 주 7회 운항하고 있다.

    러시아가 한국 국적기 영공 통과를 금지한다면 대한항공의 러시아 직항 노선 운항도 중단되고, 유럽 항공편은 남쪽 우회 항로를 이용해야 한다. 우회 항로 이용 시 연료비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화물 노선의 경우 고유가로 항공 화물 운임이 높아진 상황에서 운임이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출업체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