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일 방한 유력… 경제안보 동맹 확인할 듯美주도 IPEF 가입 요구하나… 對中관계설정 주목반도체 등 공급망 이슈… '철강232조' 재협상 딜 필요한미 통화스와프 재체결·식량안보 문제도 다뤄야
  • ▲ 윤석열 당선인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 윤석열 당선인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다음달 중순 우리나라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초고속 정상회담이 이뤄질 전망이다. 경제·통상분야 전문가들은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다자 경제프레임워크(IPEF) 가입이나 글로벌 공급망 이슈 등 경제안보에 관한 양국간 동맹을 강화하는 쪽으로 의제가 채택될 거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되 소위 '철강 232조' 개선을 요구하는 딜(거래)을 진행할 수도 있을 거로 내다본다.

    ◇역대 최단기 한미 정상회담 유력

    21일 외교가 소식을 종합하면 한·미 양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 달 24일 일본에서 열리는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협의체)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한국을 먼저 찾는 쪽으로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20∼22일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앞선 사례를 볼 때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오후 도착할 가능성이 큰 만큼 정상회담은 하루 뒤인 21일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윤 당선인 취임 후 10여일 만에, 역대 정권 가운데 가장 이른 시일 안에 초고속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51일 만에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71일 만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54일 만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79일 만에 첫 회담을 했다. 초고속 한미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배경에는 현 정부 들어 다소 헐거워진 한미 동맹을 재확인하려는 양국의 의지가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 ▲ 미중 갈등.ⓒ연합뉴스
    ▲ 미중 갈등.ⓒ연합뉴스
    ◇경제·통상 현안 수두룩… 친미·반중 키워드

    알려진 바대로 바이든 대통령이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다면 양국 간 다뤄질 의제도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분야에서는 미·중 간 기술패권 다툼을 배경으로 IPEF 등 통상 관련 문제와 글로벌 공급망 훼손에 따른 협력 사항이 주요 이슈로 다뤄질 거로 예상된다. 경제전문가들은 불가피하다면 반도체 카드를 활용해 철강분야 딜을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에 대해 "한미 간 협력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글로벌 공급망과 관련해 한국이 아시아권에서 미국의 신뢰할 만한 파트너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며 "통상관계에 있어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가 무너져 대체할 파트너가 필요한 만큼 특히 첨단기술 관련 분야에서 신뢰를 구축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교수는 반도체 관련 공급망과 식량 안보 이슈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거로 내다봤다. 그는 "반도체 공급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질 것"이라며 "(반도체분야는) 당장 우리가 쥐고 있는 카드가 많은 편이어서 이를 지렛대 삼아 북한과의 문제 등을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산업연구원 김수동 연구위원도 "반도체만 놓고 보면 우리가 딱히 얻을 게 없다"면서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탓도 있겠으나 2019년 이후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투자가 줄었다. 반면 우리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대(對)미 투자가 증가했다. (반도체를 지렛대 삼아) 미국에 투자 불균형 문제를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연구위원은 기존 통상현안과 관련해선 '철강 232조' 문제를 거론할 수 있다고 봤다. 철강 232조는 직전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철강업계 보호를 위해 수입산 철강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고 수입물량을 제한한 조치다. 미국은 최근 유럽연합(EU), 일본, 영국 등과 재협상을 통해 고율 관세와 물량 제한을 완화했다. 반면 당시 고율관세 대신 '쿼터 축소' 카드를 선택한 우리 정부와는 재협상 요구에도 답을 주지 않는 상황이다. 김 연구위원은 "(일방적으로 반도체에서 우리가 손해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면) 개정 협상을 통해 철강·알루미늄 관련 관세를 낮추고 쿼터를 늘리는 딜을 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로선 재협상을 한달이라도 빨리 서둘러야 관련 업계의 수출은 늘리고 관세 부담은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주도의 IPEF에 한국이 초기 멤버로 역할을 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10월 미국이 제안한 IPEF는 디지털·공급망·청정에너지 등 신통상 의제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경제 협력 구상체로, 반중 연대의 성격을 띠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은 자국민의 노동시장 보호와 경제 재건 등을 이유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보다 IPEF를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을 배제한 별도의 공급망을 구축하길 원한다"면서 "미국이 불러 모으는 국가들이 친미·반중 국가 위주이므로 (우리로선) 가입 문턱이 낮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초기 멤버로 참여하는 것이 나중에 여러 조건을 충족하고서 가입하는 것보다 유리하고 IPEF 내 위상을 높이는 측면도 있는 만큼 (가입을) 긍정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마침 20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을 만나 한미 협력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미국 주도의 IPEF에 한국도 참여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 ▲ 달러.ⓒ연합뉴스
    ▲ 달러.ⓒ연합뉴스
    일각에선 금융시장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재체결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환율이 1240~1250원대까지 올랐는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1600원까지 갔었다. 지금은 미국이 긴축통화 정책으로 달러를 회수하는 시기로 (외환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연말까지 미국이 기준금리를 3.5%까지 올려 달러화를 회수하면 신흥국은 금융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우리는 제조업은 세계 2위지만, 금융부문은 30위권으로 낮다. 지난해 말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600억 달러 규모)의 연장 필요성이 있다"고 역설했다. 성태윤 교수도 "엄밀히 말해 통화스와프는 행정부가 아닌 미 중앙은행이 하는 거지만, 한미 통화스와프를 다시 맺을 수 있다면 당연히 하면 좋고, 의미도 있다"고 거들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식량안보 문제가 이슈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성한경 교수는 "(국제유가 급등과 달리) 당장은 국내에서 식량안보 문제가 절실하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으나 몇달이 지나면 심각하게 체감되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식량안보 문제는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 상황에서 물가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어 위험하다. 이번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관련해 우선 대두될 수 있는 의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