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세 속 삼성 LCD 사업 마침표LGD도 TV용 LCD 점진적 축소 이어가BOE, 美서 95인치 OLED 패널 내놔… 'OLED 대세화' 측면 긍정적 시각도
  • ▲ (자료사진) LG 올레드 TV 생산라인. ⓒLG전자
    ▲ (자료사진) LG 올레드 TV 생산라인. ⓒLG전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의 저가 공세 끝에 LCD 사업을 완전히 접었다. LCD 시장을 장악한 중국 패널업체들은 스마트폰 OLED를 빠른 속도로 추격 중인 가운데 TV 시장 진출에도 시동을 걸며 한국 디스플레이를 위협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달 중 LCD 생산을 종료했다. 충남 아산캠퍼스 L8-2라인에 마지막 원장(마더글라스)을 투입한 후 추가 생산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삼성의 LCD 사업은 30여년 만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삼성은 지난 1991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총괄 산하에 'LCD 사업부'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LCD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삼성의 LCD 사업 조직은 사업 확장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해 2012년 삼성디스플레이로 분사해 독립 출범했다.

    하지만 2010년대 초반부터 BOE를 비롯한 중국 패널 업체들의 공격적인 증설로 LCD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면서 LCD 사업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각종 보조금과 세제 감면 혜택 등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이 '치킨게임'을 이어갈 수 있던 반면 국내 업체들은 LCD 사업을 점진적으로 축소할 수 밖에 없었다.

    실제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사업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이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는 2020년 중국 쑤저우 LCD 공장을 매각하고, 국내 생산라인도 대규모 감산에 들어가며 삼성전자에 공급할 물량만 소량 생산하고 있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LCD 수익성 악화로 2019년부터 이듬해 상반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내며 부진에 빠졌다. 이후 LG디스플레이는 TV용 LCD 생산을 줄이는 동시에 LCD TV 개발 조직을 통합하는 등 LCD 관련 조직을 축소했으며, 전략 사업인 대형 OLED 및 중소형 P-OLED 사업 분야로 전환 배치했다.

    LG디스플레이의 지난해 LCD 팹 8세대 기준 생산능력(CAPA)은 2018년과 비교해 25% 줄었다. LG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도 "TV 시장이 10% 역성장하면서 중국 업체들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가격으로 주문이 이뤄지고 있다"며 "시장 대응보다는 국내 경쟁력 없는 생산라인을 점진적 축소하며 리스크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해 매출 기준 국가별 디스플레이 시장점유율에서 42.6%로 1위로 올라섰다. 한국은 33.2%에 그쳤다. 가격 경쟁에 밀린 국내 업체들이 LCD 사업을 축소하고, OLED로 전환한 결과다.

    하지만 LCD 시장을 장악한 중국 패널업체들은 OLED 추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중소형 OLED 점유율은 지난해 17.7%에서 올 2분기 27.4%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 점유율은 82.2%에서 72.1%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는 중소형 OLED의 최대 고객사 중 한 곳인 애플 공급망에 본격 합류하면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중소형 OLED 분야에서는 LG디스플레이를 제쳤다.

    여기에 현재 국내 기업들만 양산하고 있는 대형 OLED 분야도 공략에 나섰다. BOE는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전시회 'SID 2022'에서 95인치 OLED 패널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LG디스플레이의 W(화이트)-OLED와 동일한 방식으로 제작됐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BOE가 TV용 대형 OLED 패널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대형 OLED 분야에서도 중국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대형 OLED 패널은 LG디스플레이가 주도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지난해 말부터 QD 디스플레이 양산에 돌입하며 TV용 OLED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다만 중국의 합류로 OLED TV 시장이 확대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아직 TV 시장 대부분이 LCD인 만큼 경쟁사의 OLED 진출이 당장 출혈 경쟁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LG디스플레이도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사업에 진출한 것과 관련해 "국내 업체가 힘을 합쳐 OLED 진영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경쟁사의 OLED 진영 진입을 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올 1분기에도 전체 TV 시장이 역성장한 가운데 대형 OLED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옴디아는 올해 TV용 대형 OLED 패널의 출하량을 총 1126만7000대로 내다봤다. 지난해 말 옴디아가 발표한 종전 예상치보다 10%가량 상향조정된 것으로, 지난해 연간 패널 출하량보다 5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최근에는 TV 시장 1위 사업자인 삼성전자도 OLED TV를 선보이면서 대형 OLED 시장은 향후 더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대형 OLED 패널을 상용화하는데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면서도 "상용화되면 OLED 시장 확대 측면에서 'OLED 대세화'가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