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중랑·은평 "떨어져도 재도전"…주민동의율 70% 나온 곳도꼿꼿한 강남 "소형면적 많아질라"…조합 자체사업으로 '선회'신통기획 '재건축 1호' 광진구 신향빌라, 7개월만 정비구역지정
  • ▲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진주·미성·크로바 아파트 재건축 현장. 220310 ⓒ연합뉴스
    ▲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진주·미성·크로바 아파트 재건축 현장. 220310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의 민간주택공급 역점사업인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이 사업지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금천·중랑·은평 등 서울 변두리지역의 경우 노후단지가 몰린 강북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이슈가 적은 곳이지만 개발 필요성이 부상하면서 신통기획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사업속도'라는 장점보다 과도한 공공성 요구로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강남권 일부단지 경우 발을 빼고 있는 형국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통기획 후보지 공모에서 가장 많은 11곳이 신청한 은평구는 응암동 675번지 일대 등이 2차공모에 재도전할 방침이다. 지난해 공모 당시 4개구역이 최종심의까지 올라가고 그중 1개구역이 선정되면서 나머지 3개구역도 올해 있을 공모에 재신청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신통기획은 서울시와 자치구가 정비계획수립 초기단계부터 각종 계획과 절차를 지원하면서 5년가량 걸리는 사업기간을 2년으로 단축하는데 목표가 있다. 민간주도 개발방식으로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을 모두 진행할 수 있다.

    신통기획 후보지 공모에 참여하려면 주민동의율이 30% 이상 확보돼야 한다. 당시 공공재개발 등 각종 정비사업 문을 두드렸던 은평구에서는 최고 70%대까지 동의율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후보지로 꼽히며 내년 1월28일까지 실거주목적으로만 부동산거래가 가능한 이들 구역은 재개발 기대감에 매매거래가 많은 데다 매물수도 줄어들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보면 지난달 은평구 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 등 비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24건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서구(411건) 다음으로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응암동 A공인 대표는 "응암동과 신사동 일대 신통기획 예비 후보지로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인 곳은 앞으로 6개월 더 투자가 힘들지만 아직도 문의가 많다"며 "다들 언젠가는 (사업이) 될 거라는 생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층 개발이 힘든 1·2종 저층주거지가 많은 금천구도 신통기획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한 유성훈 금천구청장이 당적과 무관하게 신통기획의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금천구는 지난해 시흥동 810번지 일대가 신통기획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독산동 등에서도 신통기획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천구는 가산디지털단지와 인근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 등 일자리 벨트가 형성된 곳이지만 상대적으로 주거와 교통이 열악하다는 지적이 있는 곳이다.

    중랑구 경우 면목동 일대에 신통기획 후보지가 결정됐는데 상봉13구역 등 3곳이 탈락한 지역이다. 중랑구는 신축과 구축이 혼재하면서 대규모 재개발을 하기에는 노후도가 충족되기 힘든 곳이 많다.

    때문에 모아타운처럼 소규모 정비사업이 기반시설을 공유하는 형태의 재개발이 활성화된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신통기획 외에도 모아타운, 공공재개발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중랑구에서 신통기획을 추진중인 한 추진위 관계자는 "지난해 신통기획 공모를 할 때 구청에서도 재개발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타 구역보다 동의율이 저조해서 신청 기준을 겨우 넘긴 수준이었지만 공공재개발 등 개발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 ▲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대. 220602 ⓒ연합뉴스
    ▲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대. 220602 ⓒ연합뉴스
    앞서 지난해 진행된 1차 재개발 후보지 공모에는 24개 자치구에서 102곳이 신청하면서 흥행했다. 또 강남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비롯해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등 강남 주요 입지에 있는 단지들이 대거 신청하면서 재건축사업에도 훈풍이 불었다.

    그러나 강남 일부지역에서는 임대주택, 소형면적주택 비중증가에 대한 우려와 사업효과 등을 저울질하는 단지가 나오고 있다.

    최근 신반포4차 아파트 재건축조합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조합원 86%가 신통기획 대신 조합 자체사업으로 재건축을 진행하자는 의견을 내며 최종적으로 사업추진이 취소됐다. 설문조사에는 전체 조합원 1380명의 절반이 넘는 707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4월말 진행된 조합 대의원회의에서도 80%의 동의율로 신통기획 포기안건이 통과됐다. 시는 해당단지 경우 정비사업 절차가 이미 상당히 진행된 점을 고려해 신통기획 참여를 취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반포4차 경우 이미 정비계획안이 수립돼 주민 공람공고를 완료한 곳으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앞둔 상황에서 신통기획의 기간단축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앞서 강남 재건축단지 대명사로 꼽히는 은마아파트 또한 이런 이유로 신통기획 신청이 거절된 바 있다.

    시는 "일부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시의 임대주택 비중 증가 요청 등으로 신통기획을 철회했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신통기획을 신청한다고 해서 임대주택 비중이 더 늘어나는 것은 아니며 법에서 정해진 한도내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비업계에서는 앞으로 신통기획 참여조합과 서울시간 협의가 지지부진한 곳이 더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강남구 B공인 관계자는 "용적률이 같더라도 면적대가 작아지고 가구수가 늘면 주거환경 고급화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있다"며 "강남지역 사람들은 주거환경에 특히 예민하기 때문에 반발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강남지역은 오래전부터 재건축을 추진해왔기 때문에 굳이 신통기획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곳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는 "신통기획이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시키는 것도 주택공급 측면에서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조합측과 서울시간 이해관계 충돌로 철회하는 곳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뿐만 아니라 재건축조합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도 신통기획 참여 철회가 늘어난 원인중 하나다.

    윤석열정부 출범이후 30년이상 단지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면제 같은 규제완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수익성 측면에서 조건이 맞지 않는다면 굳이 신통기획을 선택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특히 가구당 대지지분이 많거나 분양가와 주변시세가 높은 지역은 민간 재건축이 더 낫다.

    서초구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중대형 고급단지로 재건축하는 걸 원하고 있다"며 "신통기획에 참여해 아파트 가치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통기획 재건축 1호인 광진구 '신향빌라 재건축 사업'은 새 정비계획안이 마련된지 7개월만인 이달초 정비구역 지정절차가 마무리됐다.

    시의 행정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주민들은 재건축 추진위원회와 조합 설립 등을 거쳐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