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에 성장주 투자 ‘주춤’·고평가 논란도 부담박재욱 대표 “공모 철회할 생각 전혀 없다” 강조일반청약 강행시 공모가 희망 범위 하단서 정해질 듯
  • ▲ 박재욱 쏘카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가증권 상장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박재욱 쏘카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가증권 상장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 최초로 상장에 나서는 쏘카가 예정대로 코스피 입성을 강행할지 주목된다. 시장에서는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쏘카가 증시에 입성하더라도 시가총액이 1조원을 밑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행된 쏘카의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의 경쟁률은 100대 1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참여 기관 다수가 희망 공모가 범위 하단 이하인 2만5000~3만원의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우리사주조합 청약도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등 생각보다 흥행이 저조한 상황”이라고 귀뜸했다. 

    야심하게 준비해온 쏘카의 상장계획에 먹구름이 드리운 모양새다. 앞서 쏘카는 올해 초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신청서를 접수했으며, 4월 초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국내 유니콘 기업 최초의 코스피 상장 추진으로 ‘대어급’이란 기대를 받은 데다 이전부터 착실하게 상장을 준비해왔던 만큼 상반기 중 상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지고 주식시장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기업공개(IPO) 일정을 하반기로 연기했다. 

    현재 쏘카의 총 공모주식 수는 455만주(신주 100%), 주당 공모 희망가 범위는 3만4000~4만5000원이다. 공모가 범위 상단 기준 공모 예정 금액은 2048억원, 시가총액은 1조5944억원에 달한다. 쏘카는 9일 공모가를 확정한 후 10~11일 일반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쏘카의 수요예측 부진 요인으로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성장주에 불리한 거시여건이 조성된 점과 고평가 논란 등이 거론된다. 

    성장주는 통상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되는 기업의 주식을 말한다. 쏘카 또한 2011년 설립됐지만 아직까지 연간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증시입성시 조달한 금액으로 인수합병(M&A)과 지분투자 등 적극적 미래 먹거리 창출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성장주로 분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성장주는 현재 자산 가치보다 높게 거래되는 경향이 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경우 현재 기업이 벌어들이는 현금이 적더라도 미래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셈이다. 

    그러나 금리 인상 시 성장을 위해 조달한 대출의 이자 또한 높아지면서 기업의 성장에 악영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미래 기업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아울러 쏘카는 공모가 산정 시 국내 렌터카업체는 제외하고 우버·리프트·그랩 등 글로벌 모빌리티업체 위주로 비교군을 선정해 기업가치를 부풀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 국내 렌터카 1위 회사인 롯데렌탈의 매출은 쏘카보다 10배가량 많지만 시가총액은 비슷한 수준으로 형성됐다. 

    일각에서는 쏘카의 공모 철회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쏘카가 공모 물량을 줄이고 공모가도 낮춰 상장을 강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쏘카는 올해 3월 롯데렌탈 투자 유치 당시 주당 가격인 4만5170원보다 공모 희망가를 낮췄다. 그만큼 상장 의지가 강한 셈이다. 공모가 할인율도 일반적인 수준(20~30%)보다 높은 33.9~50%를 적용했다.

    아울러 기자간담회에서 박재욱 쏘카 대표 또한 “시장 상황이 어려운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모빌리티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지금 상장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공모를 철회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쏘카가 만약 예정대로 일반청약을 진행한다면 희망 범위 하단 이하에서 공모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시장에서는 쏘카의 공모가가 2만7000원선으로 정해져야 기관투자자에 배정돼야 할 모든 물량이 소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약 쏘카가 공모가를 2만7000원으로 결정하고, 공모 주식 수를 20% 낮춘다면 상장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은 982억원으로 당초 계획했던 금액보다 560억원 가량 줄어든다. 시가총액 역시 9320억원으로 당초 예상했던 1조5944억원(공모가 상단 기준)에서 6624억원 가량 줄어든다. 

    쏘카 관계자는 “주관사와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