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불법사금융 기승30만원 1주일 빌리면 50만원정책대출 금리도 15.9%… 취약층 비명2차 범죄 노출, 악성채권추심 비일비재
  • "내일 급여 나옵니다. 당장 핸드폰이 정지돼서 급전이 필요합니다. 30만원 이상 (대출)진행되는 업체만 연락주세요."

    "일용직입니다. 사고이력(연체) 있지만, 다 갚았습니다. 30-50 구합니다."

    인터넷 대출중개사이트 실시간 대출문의에 올라온 게시글들이다. 한 사이트에서만 한시간 30개 이상 글이 올라온다. 모두 급전을 구하는 내용이다. 이미 사금융을 빌려쓴 이들이 대출을 갚기 위해 또 돈을 빌리고 싶다는 문의가 빗발친다.

    생소한 단어도 눈에 띈다. 주변대출은 인근을 뜻하는 주변(周邊)이 아니다. 1주일 뒤 변제해야 한다는 의미다. 30-50은 30만원을 빌려서 1주일 뒤 50만원을 갚는다는 얘기다. 연금리로 따지면 4000%에 육박하는 초고금리다. 갚지 못하면 연장비용이 10만원, 20만원이 따라붙는다. 일찍 갚는다고 깎아주는 것도 아니다. 이틀만에 갚아도 50만원을 그대로 줘야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상담·신고건수는 9238건으로 1년새 25.7% 늘었다. 고금리 관련 신고는 85% 급증했다. 영끌·빚투 유행이 저물고 금리인상이 시작되면서 불법사금융도 기승을 부리는 추세다.

    정부는 불법사금융 척결을 위한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을 중심으로 하는 범정부 TF를 꾸려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기관 대출 사칭광고에 대한 징역형을 신설하고, 불법사금융 범죄에 대한 검찰의 구속·구형 기준을 강화하는 등 처벌수위도 높이도록 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계획일 뿐 당장 불법사금융에 내몰린 취약계층에 도움이 되는 내용은 없다. 불법사금융 범죄 처벌을 현행 5000만원 이하 과태료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개정하는 안건도 국회 계류 중이다.
  • ▲ 청년 주거시설이 밀집한 서울 노량진의 고시촌에 사금융 광고 전단이 뿌려져 있다.ⓒ연합뉴스
    ▲ 청년 주거시설이 밀집한 서울 노량진의 고시촌에 사금융 광고 전단이 뿌려져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추진 중인 125조원 규모의 민생금융안정 대책에서도 정말 어려운 취약차주를 지원하는 내용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10조원 규모의 저신용·저소득 서민을 위한 정책서민금융을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뜯어보면 실제 지원 규모는 대폭 줄어든다. 유스 햇살론을 2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최저신용자 특례 보증상품 2400억원을 공급하는게 전부다. 최대 1000만원까지 빌려주는 최저신용자 특례상품 대출금리는 연 15.9%에 달한다.

    125조원 민생대책 대부분은 담보능력이 있는 자영업자나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이 차지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비대면 사금융을 빌린 20대 김 모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상호금융이나 저축은행에서 쉽게 돈을 빌릴 수 있었는데 올해는 모두 막혀 돈을 구할 곳이 없어 사금융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2차 범죄 우려도 작지 않다. 불법 사금융으로 돈을 빌린 차주가 제공한 신분증이나 주민등록등본 등이 범죄에 악용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들은 피해자 신분증을 이용해 고가의 휴대전화나 안마의자를 개통·렌탈해 이를 다시 판매하기도 한다. 불법 채권추심을 당해 가족, 지인까지 고통받는 경우도 끊이질 않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법사금융 피해자는 정작 자신이 불법대출을 받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홍보를 추진하는 한편, 강력한 단속·처벌 및 피해자 지원제도 개선에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